-작성글 모음-

https://arca.live/b/monmusu/8777234


-한줄 세계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거됨-


........이제 신벌을 내리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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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엘븐 하임의 침략에 맞서, 클라크는 루드밀라에게 저주를 걸었고, 그 저주로 황혼의회를 감염시키는데 성공. 그리고 축복받지 못한 자들에게 가해지는 페널티를 모르고 기어들어온 엘븐 하임 병력을 제압하는데 성공. 황혼의회의 강경파 수장을 제거하고, 그들을 확장시킨 클라크 타운에 받아들인다.



이틀 간의 정리가 끝났다. 엘븐 하임의 주민들이 정착하는 것 까지 확인하고 난 이후, 나는 거미남작을 통해 미궁에서 막바지 파밍을 감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본체인 나는 어떻냐고 말하면-


"아아- 치유된다."


"수고했어. 클라크."


"수고하셨습니다 주인님."


침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 나는 니아, 그리고 안나와 캐롤의 무릎과 머리맡을 베고서 그간 있던 일들에 대한 피로함을 풀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한 순간에 모든 사람을 죽였다가 원복시키는 짓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에게 그 어떠한 죄책감도 들지 않는 것을 느끼며 역겨움을 느꼈지만, 그런 감정조차 강제적으로 거세당하는 나. 그리고 난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거다.


냉철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모든 것을 거세당하고 있었다. 점점 이렇게 되다가 내 자신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


그리고, 난 니아를 꼭 껴안은체 한동안 안겨있었다.


".......많이 힘들어?"


"........조금 힘드네."


"그냥, 다시 만들을까?"


니아가 묻는다. 그냥 다 내려놓고 가는게 맞지 않았냐는 말. 당연하게도 난 고개를 저었다. 결코 내가 한 행동이 옳은 건 아니었지만, 필요악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울 뿐.


그건 마치 넌 그런 죄책감을 느낄 시간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걸 다 죽이고 그들에게 공포를 심은체 되살리는 행동이 옳았냐? 라고 묻는다면, 난 당연하게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답할거다.


동시에-


필요한 일이라고 답할거다.


뭐랄까.


내가 그렇게 짓밟히고 다녔었는데, 되려 이 반칙에 가까운 힘, 내가 쌓아온 지식들을 표출할 기회가 생기자 그것을 그대로 실험한 것에 불과했다. 은연중에서 내게 느껴지는 악의. 그리고 나의 것을 탐하려는 자들을 어떻게 고통스럽게 해줄까? 하는 근본적인 악의.


그동안 당해오기만 했던 것에 대해서, 이번엔 내게 힘이 있었고, 그것에 대항할 힘이 있었다는 것. 계속된 격무로 스스로의 인간성을 깎아먹고 있던게 아닐까.


음- 그래, 이번 일 끝나고 휴가낸다.


"니알리."


"응, 듣고 있어."


".....마왕성에 이것좀 전해. 용사들 건 끝나면 당분간 상담 일 외에는 안 받겠다고 말이야."


"괜찮아?"


니알리의 말. 걱정스러운 눈빛과 흘러들어오는 감정. 글쎄, 처음엔 나에 대한 반항. 불신뿐이었지만, 점차 거리를 좁혀간 끝에 둘도 없는 비서이자 누이, 연인이 되어준 니알리. 그리고 그녀뿐만 아니라 슈브 역시 마찬가지다.


"........너, 감정이 멋대로 억제되고 있구나."


슈브가 날 보며 여기저기 살펴본다.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죄책감 조차도 소거시켜버리고, 감정의 흔들림을 강제로 억제당하고 있다. 그야 뭐, 그렇게 프로그램된거겠지. 


그레이트 올드 원이 멋대로 날뛰지 못하게, 억제하기 위해 늘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이렇게 흔들릴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억제해놓는 거겠지. 본래의 나의 인간성은 사람들을 그렇게 날려버린 것에 대해 너무 심했나? 생각하고 고뇌하려고 하면, 몸에서 컷해버린다.


아직 난......인간의 영혼과 그 신성의 궤리감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응, 잘 봤어 슈브. 후후- 순식간에 그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느껴지는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몸이라니. 쯧- 어차피 인간이 아니게 된 것 까진 아무래도 좋다만."


감정까지 조절해놓은건 너무한거 아니냐고.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반대로 말하자면-


넌 그런 것에 신경쓸 여유같은거 없다.


네 의무를 다해라.


그런 말과 같았다.


........참 좆 같구만. 딱히 이런걸 보면 어머니도 마커스랑 다르게 학대만 안했을 뿐이지 가혹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런 나를- 역겹다고 하지않을까?


그 수많은 사람을 죽여놓고, 아무렇지도 않아하게 될 나를- 언젠가는 멀리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해 복잡하다.


그리고 그 흔들림을 차단하고, 또 나는 머리가 복잡해지기를 반복.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


"주인님-"


그리고 안나도 안쓰러운 눈으로 날 보고, 캐롤 역시 안타까워한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사람들 죽여놓고서 이렇게 마누라들한테 어리광부리는 부리는 일. 그 많은 사람을 죽였다 되살려놓고서 너무한 거 아니냐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니아는 나에게 가차없이 딱콩을 때린다.


딱-


"아야."


아프진 않다. 다만-


"정신이 들어?"


".......니아."


"괜찮아. 언제나 그렇듯- 우린......같이 있을 수 있어. 그러니까, 불안해 하지 않아도 돼. 난- 언제나 클라크 곁에 있을테니까."


"......."


잠시 그렇게 니아를 꼭 끌어안아준다. 점점 사그라져 가는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 그리고, 산산 조각날 것 같은 이 일상들. 그리고 이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여나가고 되살리는 힘을 쓰면서도- 난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고, 냉철했다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니아의 온기가 차갑게 식어내렸던 내 감성을 녹여내린다.



"......확실히, 오.......아니, 여보에겐- 휴식이 필요해 보여요."


뭔가 날 오빠- 라고 부르려다가 다시 여보라고 고쳐부르는 아리스까지. 그래, 적어도 조금 지친 것 같다. 그레이트 올드 원의 이성은 아니라고 하지만- 적어도 실낱같이 남은 내 인간성은 휴식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걱정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니아. 그리고 괜찮다고 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니아. 그 따뜻함이, 그 부드러움과 사랑. 그리고-


아직은 태아의 수준이지만, 안나, 캐롤의 뱃속에서 나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아이들은 아무래도 어머니의 특징들을 이어받았지만-


-아,빠- 힘내-

-응, 기운 생겨라아- 얍-

........


"......어?"


"니알리, 지금-"


슈브와 니알리도 놀라는 모습. 그리고 난 나를 걱정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있는 배를 쓰다듬어주고 그것에 귀를 대본다. 


콩닥콩닥 뛴다. 손톱만한 크기의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에게서 울려퍼지는 심장박동 소리. 그리고 좋아라 웃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분명 니아와의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인 나를 위로하며 응원해주고 있었다.


짝-!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친다.


정신 차려야지.


그리고 니알리 역시 빙긋 웃는다.


"이제 충전했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저냥, 내가 잔인해 질 수 밖에 없던 이유를 다시 한 번 떠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이고, 남의 것, 그리고 내 가족의 목숨을 노린 놈들에게, 그 어떤 자비도 필요 없다는 것 정도.


뭐, 그 정도 대량학살을 한 놈이 너무 뻔뻔하게 회복하는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어쩌라고.


나보다 더 뻔뻔한 놈들도 멀쩡하게 살아가는데, 그냥 소소한 다툼이 아니라 남의 영지를 빼앗고, 그 가족을 인질로 삼아 약점을 잡고 죽이려고 하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전쟁이 아니라 단순하게 응징으로 끝내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모조리 죽여버렸다 되살리는 기행을 보여주고 공포에 떨게 하는 존재로 손가락질 받게 되었지만 그것뿐이다.


폭력으로 남을 갈취하려 들었기에 나 역시 폭력으로 응징했을 뿐.


그 폭력을 없애고자 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 법을 무시하며 덤벼드는 놈들, 좆까! 하면서 덤벼드는 개자식들에게 그에 합당한 응징을 한거다.


죽은 이들, 충성심을 가졌던 이들의 원한이 있겠지만-


의외로 지성체라는 건 간사하기 짝이 없어서, 간도 쓸개도 다 내줄것 같은 광신도같은 충신들이라 하더라도,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게 대항조차 할 수 없이 자신이 모시는 자가 죽어버리고, 자신들마저 생사의 기로에 갈릴때의 행동은 세 가지다.


첫째.


복수한다.


둘째.


순종한다.


셋째.


틈을 보면서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


뭐, 당연하게도 엘프들은 둘째쪽이다.


셋째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들은 소수. 뭐, 딱히 그들에게 제재는 가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반기를 드는 행위를 할 경우, 주저없이 몸이 녹아내리도록만 처리했다. 가혹하다고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본인들이 자초한 일.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가는 치뤄야지.


둘째쪽이 많은 이유?


아무리 광신적으로 따랐다 하더라도 자기 목숨이 소중한 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따라와서 땅따먹기 하려고 왔는데 안 죽이고 그 이후에 한 번만 더 개지랄하면 가만 안놔둔다. 정도로 봐주니 순종한다.


거기다 마왕폐하가 친히 죽이지 말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구라도 쳐놨고. 실제로도 마왕 입장에선 죽이지 않는게 좋고 나는 남 좋은 일 해준 셈이다. 어쨌거나 마왕 본인의 손 안 더럽히고 이 반항적이기 짝이 없는 깐프들을 드디어 잠잠하게 해줬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첫째 쪽?


그런 멍청이들은 빠르게 도태되는게 답이라고 니알리가 말하지만, 글쎄. 차라리 그들쪽이 진정한 충신이 아니었을까. 세 번째 쪽은 완벽하게 죽은 이들과 똑같은 놈들이고. 오히려 그것들을 죽이지 않고 철저하게 농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미쳐서 죽어가게 하는거다.


그리고 그건 니알리가 가장 잘 하는 장기이기도 하고.


수백년이 넘는, 수천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혼자서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 그리고 탄탈로스의 갈증과 배고픔을 경험해보라지. 그들에게 가장 알맞는 형벌은 복수를 실현하지도 못하고, 복수에 대한 갈증만으로 철저하게 망가져가는거다.


니알리는 나의 명령에 따라 그들의 담당이 됬으며, 그들은 내게 복수를 실현하지도 못한체로 점점 니알리의 광기의 연회속에서 철저하게 망가져가며 죽어나갈거다.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곳은 니알리의 뱃속이니까. 그리고 서서히 절망감을 맛보면서, 죽어가게 될 것이다.



나를 잔인하다고, 가혹하다고 해도 좋다.


힘이 없던 찐따가 힘을 얻으니 변해버렸다고 해도 좋다.


변했다면 변한거겠지.


........마법을 쓰지 못한체 억압되고, 멍청이들에게 쳐맞기만 하던 시절. 그 시절을 혐오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도망다니기만 했던 그 시절이 혐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다시 일어나서, 일할 준비 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편하게 그녀들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겠지. 그리고- 


-여어, 후작님. 멘탈 괜찮냐? 깐프들 아주 성대하게 저질러줬더만 전부 참교육 했다며?


"내가 넌 줄 아냐."


-쯧, 미라도 걱정 많이 하더라. 마법으로 그 많은 수를 섬멸했다고 했는데. 


"그러기엔 내가 할 일이 막중해서."


-.......그러냐.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너한테 위로라도 제대로 해줄텐데.


모드레드 아저씨. 그러고보니까 보고 싶네. 그 아저씨도 참 사람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머니 없이 혼자서 딕을 길러내다시피 했던 털털했던 양반. 그리고, 어머니 없이, 아버지에게서 학대당하고 있던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여러모로 챙겨줬던 아저씨.


여러모로 그 양반도 전쟁터 많이 다니는 양반이라서 PTSD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었던 아저씨였다.


겨울은 언젠가 지나가고, 봄은 오고 얼음은 언젠가 녹기 마련이라고.


그러니까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아버지의 학대에 지지 말고, 너의 길을 찾아가길 바란다는 말.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그것 외에도 여신에게 헌신적인 성기사였는데.


그는 여신의 광신도들에게 임무 실패. 그리고, 진실을 알아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암살당해 죽었다.


"그러게, 보고 싶네. 아마 지금 날 보면, 나약한 소리 하지 말라며 죽빵 쳤겠지? 그리고 이제서야 처녀 상실 제대로 했네~ 하면서 말이야."


-처녀 상실은 아니지 새끼야. 이제 농염한 유부녀면서 아마 마법사라 스케일부터가 다르네 하면서 그럴껄?


"미친 새끼. 큭큭-"


그렇게 큭큭거리며 웃는다. 전쟁터에선 이런 말이 있다.


첫 번째 살생은 처녀 상실.

두 번째 부터는 새댁.

세 번째 부터는 농염한 유부녀라고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술 한잔 하자고 털털하게 나왔을 양반이었다.


그렇게 내 어린 시절이 마냥 불우하지 않게 해줬던 사람이었는데.


.......


없는 사람을 찾아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법이다.


"넌 안 보고 싶냐." 


-너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그보다도, 야- 너 그 성질 더러운 키키모라랑 쇼거스 임신했다며? 축하한다. 근데, 어째 조카보다 네 애가 먼저 생기냐 씹새야.


"부러우면 너도 열일 하던가."


-......아 좀, 그건 봐줘라 임마. 안 그래도 그.......론하고도 좀-


.........쿡쿡쿡- 늘 그렇지만 재밌기 짝이 없다. 역시나 날 인간으로 있게 해주는 녀석이다.


"킥, 등신 결국 했냐?"


-......제발 용서해달라면서 진심으로 비는데 어쩌겠냐. 미라도 결국 발정하는거 보고서 불쌍해서 허락해줬고.


뭐, 너도 힘내라. 아마도 오랫동안 성욕이 봉인당했던 용족의 발정은 쉽게 볼 게 아니니까. 다소 목소리에 기운이 없는건 그런 이유겠지.


"특이사항은?"


-......이제 생길 예정이겠지. 안 그래?


"그러냐."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니아가 내 무릎위로 올라와 앉는다. 그리고- 니알리도 역시 옆에 서있고, 안나와 캐롤 역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한다. 이호트와 크투가에게도 준비시킨다.


계속해서 남작을 통해 감시하고 있고, 루티를 계속해서 감시중이다. 그리고- 이제 파밍의 막바지 시간. 루티에게도 여러가지를 파밍하게 시켰다. 분명 뭔가 사단을 일으킬거다. 그야 그럴게, 난 남작으로 엘리시아에게 계속해서 바깥의 편지들을 받아서 전해주곤 했었으니까.


쥬드라고 불린 남성은 어지간히도 엘리시아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본의아니게 편지 봉인이 훼손 된 것이 왔고, 그것에 드러난 일부 내용.


-.......네가 사명에서 해방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내 마음은, 그때까지 변치 않아.


..........좋은 사람이구만. 그리고, 니알리를 통해서 본 결과 아직까지도 엘리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책?


........당연하게도 그는 자유 도시 로데오의 도시의 위병이다. 용사 엘리시아는 로데오 출신. 그리고, 둘은 어렸을때부터 소꿉친구. 루티 역시 그 소꿉친구였다고 하는 모양..........이라지만-


그곳에서 루티에 대한 것을 니알리에게 찾아서 조사하게 한 결과-


그 어느 곳에서도 루티의 출생기록은 적혀있지 않았다.


.........흥미롭구만.


적어도 난 그 출생기록이라도 남아 있는데 말이야. 그럴 생각을 못했거나-


애초에 숨길 생각이 없었거나.














-부귀영화의 미궁-


그리고, 그곳 부귀영화의 미궁 최심부.


그곳으로 향한 용사 일행.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레이트 올드 원, 이호트가 나와 그녀들을 맞이한다. 뭐, 애초에 몇 번 튀어나오려고 했던 걸 겨우 목줄 잡고서 억제했지만, 이제서야 이호트는 자신의 원한을 풀기 위해 잔뜩 손을 풀고 있는 상황이다.


"만나서 반가워~ 언니들. 내 미궁에서 여러가지 많은 걸 약탈해줬지? 그치?"


"........!!!!!"


그야 그럴게, 지금 이렇게 잔뜩 기합을 넣었으니까. 


".........!!!"


-자자, 당황하지 마시고, 릴렉스, 릴렉스- 어차피 저거 분체고 본래 자기 차원도 아니라서 힘도 제대로 못씁니다. 그렇다 쳐도 어지간한 필멸자들은 단번에 찍어누를 수 있겠지만요. 그리고 늘 말했듯이, 도박은 하지 마세요. 아시겠죠?


그리고 나는 한발 물러선다. 당연하게도 난 여기에 끼어들지 않는다. 이미 수많은 이호트의 스폰들과 싸우면서 경험을 쌓았고, 자신들의 몸에 걸치고 있는 신병이기들의 사용법을 제대로 깨우친 상대다.


그중에서 주기적으로 강한 상대들을 보내고, 자신들의 본래 역할을 자각하게 했다.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괴이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정신력과 육체 능력을 각성시키도록 조련한거다.


"잠깐, 이봐 남작! 저런 괴물 상대로 물러나다니, 너무한거 아냐?"


루티가 날 향해 말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뇨, 루티- 이번 일은 우리들의 싸움입니다. 이 판은 남작이 깔아준 판이에요. 그 판 위에서 언제까지 남작의 도움을 바랄 수 없습니다. 애초에, 그는 우리에게 넘치도록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그가 아니라면 지금쯤 저 괴물은 우리들을 찾아와서 몇번이고 도륙했겠죠."


......이래서 눈치빠른 여자는 질색이다. 그리고 날 보며 빙긋 웃는 로레인의 모습.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잘도 넘어갔군. 의도적으로 크투가와 이호트를 제압할때의 시선은 차단하긴 했지만, 그 외에는 풀어뒀다.


뭔가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시켜주기 위해서.


뭐, 그걸 달래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다.


욕심은 많아서 여러가지 보물들을 사용도 안할거면서 모아두기는 모아두니까. 그러니까 니알리가 황금 고블린 취급을 하지.


-너도 좀 그런거 고쳐라.


-히잉, 그치만- 반짝반짝 거리는거! 잔뜩 가지고 싶은걸요!


........그나마 여기서 아예 아가리 봉인 시킨 크투가랑은 다르게 선은 지키는 편이지만, 이 녀석 역시 보물밖에 모르는 바보다. 하여간 바보들 다루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겠지. 이게 더 편한 일이라는 것에 이견을 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가 있는 클라크 타운으로 온다면 꽤나 골때리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네.


안 그래도 영지에도 유흥거리가 부족하다고 하는 판국인데, 차라리 합법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해서 그 안에 쳐박아 두는게 좋겠지. 


크투가는........


........아마 크투가가 있었다면 엘프들은 뭐 하지도 못하고 그냥 불타서 소각됬을거다. 뭔가 여러모로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 뭐야, 그럼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길려고."


".....그건 우리들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그렇죠. 엘리시아?"


"로레인씨 말이 맞아 루티. 이건, 우리들의 힘으로 해야 해."


"........짜증나게 하네."


그리고, 나는 루티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점차 바뀌는 것을 느꼈다.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게 확실하다고 느꼈는데. 아무래도 그건 이제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호트 역시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고, 곧 바로 앞에 나온 루티.


"사실 나도 뭔가를 좀 발견했거든. 안 그래도........지금 쓰기 좋은 모양이야. 남작이 안 싸우겠다면야, 사실 교단 관계자한테 아주 쓸만한 걸 받았거든?"


".......뭐죠? 그럼, 왜 그걸 이제서야 사용한거죠?"


로레인이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로 루티를 본다. 그리고 루티는 빙긋 웃고, 싸늘한 눈동자로 엘리시아를 본다. 내가 전해준 편지. 그 편지를 보고나서야 엘리시아는 처음으로 쥬드에게 답장을 썼고, 그것을 너무나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슬슬 맛탱이 가겠군 이것도.


니라, 아니 니알리를 향해 본다. 그리고 니알리는 내게 말했다.


-거짓말이야. 그런거 없어. 니라도 알고 있는 정보자체는 없어. 


그리고, 그녀가 손에 들린 성유물. 그리고 그곳에서 솔리아스의 태양빛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과, 이호트의 유적에서 발굴한, 봉인 해제의 촉매제. 그야 이 유적에 봉인된 것들이 있으니 그것을 봉인해제 하려다가 이호트에게 걸려서 나가리 된 상태인 걸 주웠다.


그 성유물.


그리고 그 성유물안에 봉인된 무언가.


그리고-


그것을 해제하자- 그것은 태양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백색의 갑옷을 입은, 천사의 날개. 그리고 성소들로 뒤덥힌 백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 그리고-


.......그것에선, 짙은 죽음의 향기. 죽지 못해 울부짖는 원혼의 울부짖음. 그리고- 그 영혼의 파동. 울부짖는 괴성, 그리고- 마물에 대한 무자비한 저주섞인 발언을 내뱉고 있었다. 그것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아아!!! 마물!!! 찢고!! 찢는다!!! 죽인다!!! 솔리아스님을 위해서!!! 나!!! 모드레드 세인츠가!!!! 네놈을 찢어발긴다!!! 마물!!!!!!



.......모드레드 아저씨. 어째서.


그리고 그것이 들고 있는 검. 그것은-


.......솔리아스의 힘이 담긴, 불멸자들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검이었다.


저걸 들고 있다니, 저건 대체?


그리고 난 주저없이 이호트에게 퇴각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미 이호트를 락온한 모드레느는 이호트를 거침없이 추격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미궁은 이호트의 영역이다. 그리고, 약화됀 이호트는 여러가지 개조를 받아 괴물이 되어버린 아저씨를 상대할 수 없다.


그리고-


키이이이이이잉-!!!!


엄청난 힘으로 발사된, 그것도 평소와는 다르게 엄청난 힘으로 발사된 발리스타 볼트.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직접 손으로 잡았다.


카아아아아아앙-!!!!


손 안에서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는 발리스타 볼트. 자신에게 쏘아지는 무지막지한 발리스타 볼트를 보고 놀라는 엘리시아. 엘리시아가 인식하기도 전에 루티는 엘리시아에게 나이프를 들고 내려찍으려 했고, 마찬가지로 이번엔 크투가가가 그것을 막아낸다.


-너, 이게 무슨 짓이지.


".......하? 이걸 막아? 하하하- 역시나, 너, 솔리아스님이 계속 눈여겨보는 이유가 있었네. 그치?"


"......루티, 이게- 무슨 짓이야?"


"루티, 이게 무슨 짓이죠.......큭!?"


콰아아아아앙!!!


강력한 실드가 루티의 발길질을 그대로 막아낸다. 당연하게도 이번에 타격을 받은건 루티였다. 그야 그럴게, 실드에 마법을 부여. 공격받을시 상대의 육신을 썩어문드러지게 만드는 저주가 걸린 것.


그러나 그 실드에 대한 충격 에너지 만큼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로레인이 튕겨져 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빠르게 몸을 날려서 날아가는 그녀를 붙잡는다. 그 속력대로라면 벽에 부딪쳐 크게 다치고 말거다.


거미줄을 통해서 충격을 흡수하고, 겨우 로레인을 받아내고, 로레인은 가쁜 숨을 내쉬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남작!!"


-몸은 괜찮습니까.


"일단은- 그보다도, 저거 대체 뭐야! 저 멍청이가 어째서-"


-계속해서 멍청이인 척 하기도 힘든 법이지. 안 그런가, 루티. 


"그러는 당신도 멍청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이 많아보이네.......[요그소토스]."



........내 본명을 알고 있다는 건 그녀는 이미 내 정체를 유추해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것에 로레인이 나를 바라본다. 딱히 오랫동안 숨길 생각도 없었는데 저쪽이 대놓고 내 정체를 까발려준다.


언젠가 알려주려고는 했는데, 이걸 룰을 깨버리네. 그녀의 정체를 알아도 일부러 모른척 해주고 있었는데.


그렇기에 나도 까발려 줄 뿐이다.


-쿡쿡, 피차일반이면서 뭘 그러나. 루티. 아니- 치천사 루티엘이라 불러줘야 하나? 


"......치천사....?!"


천사는 제1위부터 9위까지의 계급이 존재한다. 각각 치천사, 지천사,좌천사, 주천사, 역천사, 능천사, 권천사, 대천사, 그리고 제일 말석인 일반 천사들까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치천사 세라핌. 총합 9계급의 천사중에서도 제1위에 해당하는 강력한 천사. 애초에 딕을 만났을때도 딕을 보고도 그렇게 당황하지 않고 주위를 살피며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치천사가 용사를 노린다니.


-아, 설마, 쥬드라고 불린 그 남자 때문에 [용사]를 적대하는건가? 이야, 아주 개판이구만 그래. 천사들도 개판이야.


"루티? 어째서- 우린- 친구가-"


"누가 하등한 필멸자랑 친구라는거야? 버러지가. 그리고, 그쪽도 연극 그만하지 그래? 이 시답지 않은 연극, 그 연극을 기획한건 너지. 니라, 아니- [니알라토텝]."


그리고 니라를 가리키고 있는 루티엘. 당연하게도 이번엔 로레인과 엘리시아 역시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녀들도 [니알라토텝]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을테니까. 온 마물을 통틀어서, 가장 개 지랄맞은 성질과 계략, 장난질로 말썽이란 말썽은 다 일으키고 다니는 트러블메이커. 그리고 그녀의 존재는 워낙 많이 날뛰고 다닌 탓에 알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니알리는 [니라]의 가면을 벗어던진다. 그리고- 기괴하게 울려퍼지는 니알리의 목소리. 어차피 이렇게 아웃팅을 한 이상에야- 도저히 연극을 계속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겠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 정말이지- 뭐야, 나도 [왕]의 명령에 따라서 일부러 장단 맞춰주고 있던건데, 이걸 여기서 아웃팅을 해버려? 너도 꽤 재밌게 즐기고 있던 거 아니었어? 루티엘.


"........니알라, 토텝!? 남작!! 이게 어떻게 된거죠!? 저런 괴물을, 그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까!?"


그리고 로레인이 날 본다. 상당히 놀란 모습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난 그녀에게 사실대로 이실직고 했다. 어차피 더는 숨길 이유도 없었으니까.


-........처음부터 제 아군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원래 니라는 죽어서 버려진지 오래입니다.


"어라- 이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남작 행세를 하는거야 요그소토스?"


-네놈따위가 왕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치천사!! 


그리고 크투가에게 내건 침묵계를 깬다. 그렇게 말을 한 크투가에게 루티엘 역시 큭큭거리며 웃는다.


"아아- 정말이지. 그렇게 약해진 몸으로 뭘 하겠다는거야 [크투가]. 내가 네 정체도 눈치 못 챌줄 알았어? [왕]에게 얻어터지고 아직 회복도 제대로 못한 몸으로 날 상대할 수 있을거 같아? 니알라토텝, 네가 나오지 그래?"


-감히!


-그만, 크투가. 물러서라.


그리고 크투가의 목줄을 잡는다. 그리고 그것에 크투가는 이를 빠득간다. 당연하게도 내가 크투가에게 입힌 상처는 쉽게 회복될 것이 아니다.


"어라, 빨리 안 나서면- [이호트]도 제 하인의 손에 의해 죽을텐데요?"


-아, 그거라면 상관없어.


".......하?"


그리고, 한참을 쫓기던 이호트. 그리고 모드레드의 태양검에 꿰뚫리기 전- 내가 그대로 클라크 타운으로 던졌으니까.


"메롱-"


하면서, 이호트는 내게 끌려가면서 모드레드를 놀렸고, 동시에 헛방을 친 모드레드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저씨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딕의 말. 그리고 그 딕의 말에 따라 교단측에서 시체를 이용해서, 지금의 아저씨를 만들어낸 것을 알 수 있었다. 


"하, 그랬군. 언제든지 도망갈 틈을 만들 수 있었네. 그치?"


-근데 말이야,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 질문해도 되나?


"뭘 알고 싶어? 요그소토스. 난 기왕이면 네가 할 말은 [네 추종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본체]가 이리로 와줬으면 좋겠는데?"


-.......굳이 잘 나가다가 왜 판을 깬거냐.


".........그걸 몰라서 묻는거야?"


그리고, 곧 이어 루티는 쥬드가 보낸 편지를 들어올린다. 아- 그랬군. 그리고 루티의 엘리시아를 향한 질투 가득한 눈빛까지. 음, 그래- 그것때문에 결국 빡쳐서 일을 저지르기로 한거구만. 덤으로 내가 나서면 기회를 틈타서 제거하려 했던거고.


덤으로 날 무력화시키려던 속셈이 몇번 보이긴 했다만.


-.......처음으로 솔리아스가 불쌍해지는군. 적어도 크투가는 내 명령에 재대로 따르기라도 해주는데. 적어도 여기서 깽판치는게 그녀의 뜻은 아니란 건 분명하군.


"...후후- 그래서, 날 상대하게? 어차피 너희 [세계 바깥의 존재]들은- 이곳에서 힘이 상당히 반감되는걸? 지금의 크투가도, 니알라토텝도 내 상대는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그것에 니알리가 킥킥 웃는다. 지금 니알리가 가진 힘을 알면 그런 말 못할텐데. 아직 크투가야 회복하지 못한걸 제외하면 그렇다고 해도 까불 레벨은 아닐텐데.


-오만하구만. 아, 그러고보니까- 네가 [루셰핀]의 뒤를 이은 샛별의 치천사라고 했던가. 확실히 강하겠군. 그래서, 그렇게 까불 수 있는거고 말이야.


오만하기 짝이 없구만. 당연하게도 여기서 니알리와 크투가의 힘은 사용하지도 않는다. 슈브는 최후의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둔다. 슈브의 다크 영 군대는 큰 도움이 될테지만, 아직 사용할 시간이 아니다.


"너 말이야, 로짱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 거 같은데- 음, 너도 꽤 로짱을 신경쓰고 있는거 같고. 그래, 네가 순순히 따라온다면, 로짱만큼은 죽이지 않을게. 다만, 저 창년은.......내가 반드시 죽여야겠어."


"........!"


-건방지기론 정말로 역대급이로구만. 


"어차피 너 태어난지도 얼마 안 된 [유생체]잖아? 니알라토텝이나 크투가 같은 성체라면 모를까. 100년도 안 된 [유생체]가 그렇게 까불면 죽는건 너라고? 순순히 솔리아스님께 오는게 어때? 대우는 나쁘지 않게 해줄테니까."


뭐, 나는 유생체. 그래, 유생체가 맞다. 당연하게도 니알리를 비롯해서 크투가가 여기 와 있는 이유는 그런 이유다. 슈브 역시 마찬가지고. 아무래도 진짜 신들에 비하면 여러모로 손색이 있는게 많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우습게 볼 수준도 아니고,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 시간을 멀쩡하게 기다려줄리가 있나.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오지 않고 있는 것.


슈브를 불러낸다면, 그 즉시 천계군을 보내서 전면전을 진행할거다.


-쯧, 벌써 자기가 다 이긴 표정을 하고 있군. 이래서 난 오만한 새끼들이 제일 싫어.


"푸훕- 그치만 어째? 지금은.........내가 더 유리한걸?"


그리고- 그건 객관적인 사실이겠지. 당연하게도....... 아무런 개입이 없다면 말이다.


-쯧, 가면은 집어치워야겠군 이제.


"남작, 날 속인것에 대해선 묻지 않겠어. 너는, 너의 목적이 있다고 했지? 그렇지?"


-그래, 맞아. 더는 존칭은 집어치우지. 로레인. 어쩔건가. 계약을 깰건가?


"아니, 계약은 그대로 진행할거야. 애초에, 네가 목적이 있다는 걸 알았고, 너도 날 이용했고, 나도 널 이용할뿐인 그런 관계였으니까 우리는."


-그런가. 그렇다면, 너무 놀라진 말라고. 지금부터 저 건방진 치천사를 박살낼테니 말이야.


"날 박살낼 수 있다고 하는거야? 유생체가? 이 세상에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네가?"


-쿡쿡- 그게 네 패인이 될거야. 루티엘.


당연하게도, 난 일반적인 그레이트 올드 원과는 그 취급이 다르다. 어째서 알고 있냐고 하면, 나에게 주입되어지는 지식들 중- 니알라토텝의 지식중에 하나에 대한 이야기. 솔리아스가 니알리를 여기서 최고조로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그러한 이유다. 이 멍청이는 그 이유조차도 모르는 모양이지만.


니알리는 지금 아바타의 상태. 그 아바타라도 평소에 낼 수 있는 힘보다 더 강한 상태. 그야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자신의 일부를 잉태시키고 그것을 낳게 하고, 하나가 되어 힘의 손실 없이 넘어온 상태다 이말이다.


그리고, 그렇기때문에 단순 아바타라도 치천사와 맞상대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아마 맞붙으면 생각과 다른 것을 알고 당황할거다.


그리고- 그것은 니알리가 [아자토스]. 나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


그리고-


그녀들은 이 세상에 존재할때 물질계의 [차원압력]을 받는다. 당연하게도, 물질계의 차원 압력을 그대로 받고 들어오면 상당히 약해지고, 이곳 토착 생명체들에게도 격퇴될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다.


오해하지 마라.


격퇴 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다는 의미지, 반드시 토착생물들이 이긴다는게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 토착생물중에 섞여서, 그 힘을 가진체로 차원 압력을 견디면서 성장해왔다. 유난히 더럽게 약했던 몸. 마력조차 사용하지 못해서 어릴때 정말로 많이 빌빌댔다.


할 수 있는 건 급소를 치는 주먹질 뿐.


그리고, 그 압력을 마력사용없이 견디느라 유독 몸이 더럽게 약했던거다.


......그런 이유로 내가 니알리보다 낼 수 있는 힘은 더 크고, 슈브가 근소하게 앞서나가는 수준인 셈이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들은, 나와 연결된 덕에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 계약,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나에게 연결된 그녀들이기에 내가 지금의 슈브를 부른다면 아무런 준비가 없다면 천상계는 슈브의 다크 영 군대만으로 모조리 몰살시킬 수 있다.


그렇게 추정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준비를 했을거라 가정하면 승리확률은 50:50. 즉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싸우지 않는거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도발을 한다면 뭐.


원하는대로 박살내줘야지.


거기다 날 바라보는 솔리아스의 시선도 루티엘에게 향한다. 그리고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다. 아무래도 솔리아스 입장에선 이 재미난 연극이 파토난게 여러모로 짜증났던 모양이다.


-쯧, 근데- 지금 여기서 싸우는거, 솔리아스의 뜻인가?


"아무래도 좋잖아? 네가 이미 끼어들고 있는 시점부터 말이야."


-글쎄. 적어도, 하나는 말할 수 있겠군. 솔리아스도 널 상당히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말이야.


"뭐?"


짝!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대로 손을 들어서 합장을 한다. 그와함께 광범위한 익스플로전 마법이 펼쳐졌고, 그와함께 엘리시아, 로레인, 크투가와 니알리에게 초강력 배리어를 씌운다. 굳이 [초강력]이라고 부른 이유는 단 하나다.


그야말로, 이건 크투가가 정말로 말을 안들으면 터트려버리려고 했던 마법이었으니까. 당연하게도 니알리도 터질 수 있었고, 그렇기에 씌운거다.


"왕이시여, 이걸-?"


-아무리 너라도, 여기에 맞으면 죽을 수 밖에 없어. 그리고, 네가 정말로 말을 안 듣고 반항한다면 이걸로 터트려버릴 생각이었지. 


"그럴리가요! 전 오직 왕께-"


-알고 있어. 뭐, 애초에 너 정도 되는 자가 그런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였을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인간의 껍질이 부서진다. 그리고 그거로 모자라서 모드레드가 그 앞으로 나와서 방패를 들어서 루티엘을 지켜낸다. 이미 그 복사열만으로도 루티엘의 인간의 육신은 모조리 박살나고 있었고, 그 껍질속에서 부수고 태어난 루티엘의 진짜 모습.





금발의 머리칼, 금빛 안광으로 빛나는 3쌍의 날개를 지닌 치천사. 천상의 갑옷을 입은, 치천사의 모습까지. 파괴된 미궁. 그리고 그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치천사. 아마도 보는 사람은 모조리 그 광휘에 매료되어 자신의 몸과 영혼까지 바치려 들겠지만- 당연하게도 여기에 그것에 현혹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뭐야, 어째서- 아무도 없는거야!"


-그건 네가 너무 추한 짓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그 여신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게 맞다면, 재밌는 연극을 보려고 하는데, 그 연극을 함부로 망치려고 했으니까. 


"무슨 소릴 하는거야!! 치천사가 싸움을 선포했는데!! 왜 아무도.......!!!"


치천사. 9계급의 천사들 중 천사장에 해당하는 존재. 그런데 그들 중 하나가 싸움을 선포했는데도 아무도 안 나온다?


그럼 뭐다?


나가리다.


-간단해. 넌 여신에게 버림받은거다. 거기다가- 그거, 여기서 쓸 건 아니었지 않나? 원래대로라면, [하인리히]에게 사용하려고 했던거고 말이야. 아닌가?


모드레드를 가리킨다. 


-그거, 상상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뇌하고, 영혼을 속박하고, 강화까지 시킨 모양이던데, 확실히 그 정도면 멋모르고 있으면 정체를 알아보고서 [하인리히]는 당했을거야. 


하인리히는 말이지. 그렇게나 동료를 아끼고 챙기는 사람인데, 이렇게 괴물이 되어버린 옛 친구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마커스를 내가 죽였을때도 동요가 심했는데, 그보다 더 호의적이었던 모드레드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그리고 나는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대체 그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여신에 대한 충의. 그리고 여신을 섬기고, 그 명령에 따라 행동했고, 옛 전우였던 하인리히를 눈물을 머금고 암살 명령을 내렸을때도 군말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충성스러운 성기사였다.


그리고, 그는 성기사에 걸맞는 인품- 자비, 그리고 관용과 따뜻함을 알려주었고, 딕의 손에 이끌려 초대받았을때도, 자신의 아들의 친구가 되어준 것에 감사하며 나에게 세상의 따뜻함.


누군가와 사귀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유일하게- 세상이 마냥 더럽지 않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었어.


고고고고고-


지축이 흔들린다. 아무래도, 그레이트 올드 원을 상대하기 위한 몸이다보니 낼 수 있는 출력이 더 강해서 방금전 이 물질계가 박살날 뻔 했다. 그리고 그 힘을 느끼고 그제서야 뭔가 잘못된 걸 느끼고 도망치려고 하지만-


".........!!!!!!"


콰드드득-!!!


"크으으윽-!!!"


날개가 꺾인다. 그리고, 이미 주변에 쳐 있는 거미줄의 모습까지. 당연하게도 저걸 통과하면 죽을거다. 저걸 끊으려면, 아마도 세상이 파괴될 정도의 힘으로 내려쳐야 할거다.


그게 아니면 단 일점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는 달인이거나.


-야! 무슨 일이냐!! 클라크!!!!


그리고 딕에게서 들려온 통신. 그야 이런 난장판이 벌어졌고 방금전 그레이트 올드 원의 둥지가 날아갈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는데, 연락이 안 오는게 이상한거지. 그리고 나는 딕에게 말했다.


-딕, 멘탈 멀쩡하게 살고 싶으면 여기 오지 마라.


-뭐? 무슨 말이야!?


-그런 이야기다. 좀......나도 심하게 날뛸거거든. 치천사가 떴다. 병력은 혼자뿐. 용사 일행의 루티, 그 망할년이 [치천사]였다.


-뭐!? 야!! 야!!!


그리고, 나는 조용히 무전기를 박살냈다. 당연하게도 나는 여전히 상처입지 않은 흰색 갑옷을 입은 모드레드를 향해 섰다.


"아아아!!! 괴물!! 괴물!!!! 여신님의 적!!! 네놈을 죽여서 여신님께 승리의 제물로 바치겠다!!!! 여신님을 위하여!!!! 빛을 위하여!!!"


콰아아아앙!!!


그리고, 크투가가 그 앞을 막아선다. 그리고 크투가에게 여러가지 방호 술식들을 건다. 마찬가지로 루티엘은 두 자루의 활을 들고 거의 벙커볼트에 준하는 말뚝에 가까운 화살들을 발사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하! 그래,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너희들 정도는 혼자서 다 털어버릴 수 있으니까!!!"


-천사가 이 정도로 타락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야, 진짜 나말고도 미친년들 꽤 많구나.


"니알라토텝! 네가 그 약해빠질대로 약해진 몸으로 날 얼마나 상대할 수 있는지 보........큭!!!"


-보, 뭐? 보지? 꼭지? 잠지? 음, 뭐 아무래도 좋아. 아무리 내가 아바타로 나왔다지만, 지금 너 정도는 얄짤없이 털어버릴 수 있거든.


뭔 이상한 개소릴 하는거야 넌 또. 그리고, 니알리는 자신의 주술을 엘리시아에게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건-"


-넌 강해졌다. 돌격해! 랄까- 뭐, 이상한 짓은 안 했어. 최소한 저항이라도 하라고. 루티엘- 네 목적은 엘리시아를 죽이는거잖아? 그렇지? 


"너!!! 속셈이 뭐.........큭!!!?"


그리고 엘리시아가 무너진 건물 잔해들을 밟고 루티엘을 공격한다. 그리고- 예상과 다르게 강력한 압력에 루티엘은 곧 바로 지상으로 떨어져내리는 듯 하나 다시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오른다. 엘리시아의 검이 닿지 않을 정도로.


허나-


-날개가 있다고 해서 마냥 자유로운 건 아니지. 천닭아. 그리고- 오히려 이렇게 되면 네쪽이 더 힘들지 않겠어? 하늘은 막혔지, 거기에-


고고고고고고-


지상에서 수많은 촉수줄기가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것은 날카로운 가지를 내뿜고 있었고, 그것을 밟고 엘리시아는 루티를 추격해나간다.


확실히, 계속된 싸움으로 용사 엘리시아는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최대한도로 돌파했다.


그야 이호트만 해도 마왕도 전력을 다해서 상대해야 할 정도의 존재니까. 그런 이호트의 권속을 상대로, 제1선에 서면서 싸움을 치뤄온 엘리시아는 이전의 딕과 싸울때랑은 전혀 다르게 더 빠르고 강력한 참격을 가하고 있었다.


검에 불꽃이 일어난다. 마법검-


그리고, 그건 로레인이 엘리시아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마법.


내가 내건 퀘스트다.


즉, 용사에게 마법을 가르쳐보라는 것. 내가 지정한 마법.


지옥참마검.


어딘가 익숙한 네이밍이라고 하면 기분탓이다.


그야, 원래 딕에게 가르쳐주려고 했던 거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딕은 자체적으로 검이 가진 무게를 이용한 중량공격, 그리고 검기, 거기에 그 중량에 덧붙여 폭발까지 견딜 수 있는 육체다. 차라리 그쪽이 더 좋다고 판단했었고, 당연하게도 이건 그 부산물.


-이걸 대체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야? 


-마력의 트리거인 행동. 그리고, 그것을 발동시킬 마력만 충족되면 어떻게든 발동하는 마법이죠. 멍청이에게 가르쳐주는것도 공부랍니다. 자- 해보시죠.


그리고 보기좋게 성공했다.


-울어라- 지옥참마검!


.......그리고, 그것에 니알리가 추임새까지 넣어준다. 뭐- 용사가 익힌 새로운 오의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하늘에서 내려찍히는 수많은 참격들. 그리고 괜히 치천사가 아니라는 듯, 그것을 활과 화살로 모조리 튕겨내버린다. 허나, 말 그대로 지옥불을 현현시킨 검. 그 검에 치천사 루티엘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약간이라도 튀어도, 그대로 불타오른다.


그리고-


"크으윽, 으아아아아아!!!"


타오르는 자신의 팔을 그대로 나머지 한 손으로 끊어낸다. 


"이게 무슨.......!!"


"흐흐흐- 난 말이야- 인간이 아니야. 팔 다리 끊어지면 병신이 되는 너희들과 다르게! 이렇게 재생할 수 있거든!"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루티엘의 팔이 도마뱀마냥 재생하고 있었고, 다시 한 번 루티엘의 강력한 화살 공격들이 쏟아진다. 도저히 튕겨낼 수 없을 정도의 포격에 가까운 물건이 쏟아져내리고 있었고, 루티엘은 니알리가 세운 탑들을 모조리 박살낸다.


-아앙! 안돼! 거긴 민감한 곳이란 말이야!!


-.....우욱씹.


-농담~ 그냥 얼마든지 다시 세울 수 있으니까, 계속해서 불태워버려. 유일하게 통하는 건 그 [지옥참마검]뿐이니까 계속해서 소모를 유도해. 물론 너는 단 한방이라도 맞으면 죽겠지만.......죽지 않으려면 잘 피해보라고. 용사 아가씨? 후후후-


"큭, 말이 쉽지!!"


-그럼 죽던가. 쥬드를 남겨두고 말이야.


"........!!"


그리고 다시 한 번 용사는 자신의 사력을 다한다. 벌써부터 마력이 흔들리는게 느껴지는구만. 음음, 그래그래- 여기서 치천사를 한 3번정도 더 약화시켜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했었고, 로레인의 마력 전이가 엘리시아에게 전해진다.


"......!!"


"받으세요 엘리시아! 필요하다면, 내가 더 빌려줄테니! 그 빌어먹을 천사년한테 지지마세요!"


"이 빌어먹을 년이!! 감히 신의 뜻에 저항해놓고 무사할 줄 알아!?"


"네가 신의 뜻이라고? 웃기지 마. 애초에 너희 교단도 그렇고, 너희 신들도 그렇고!! 전부 다 싫어! 너희 신들은 대체 뭘 하는 년이야? 너같은 년을 지상에 내려보내다니."


-음, 굳이 따지자면 그녀는 제 광팬입니다. 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요.


"하! 남작! 지금 자뻑하는거야?"


-저도 그런 미친 년의 관심은 싫습니다.


"감히 여신님을 모욕하다니!! 죽어라, 요그소토스!!!"


그리고 날 향해 발사하는 대궁. 그리고 그 대궁의 화살을 나는 [잡아냈다].


".......!!"


"왕이시여!"


-난 신경쓰지 말고 그거나 붙잡아둬. 어디보자, 힘들어?"


그리고- 그대로 손에 들린 치천사의 화살을 잡아서, 성질 변이를 시켜준다. 격렬하게 성소가 저항하지만, 그것을 침식하는 건 너무나도 쉽게 됐다.


그리고 크투가의 강화를 한다. 아무래도 치천사가 힘을 본격적으로 개방하기 시작했고, 그에따라 그것에 연결된 모드레드가 더 강해진거겠지. 영혼에서 울리는 비명소리가 강해진다.


오오오오오오-!!!


........후우-


빌어먹을 새끼들.


딱!


특별히 영창도 없이 아직 몸이 성치 않은 크투가에게 다시 한 번 강화를 건다. 그리고 손에 들린 창에 가까운 대궁의 화살.


-일단 이거부터 받지 그래. 관객을 건드리는 건 너무한 거 아냐?


그리고 그것을 투척한다.


"........커헉!!"


콰득-!!!


그대로 복부가 관통당한다. 당연하게도, 이제서야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챘을거다. 그야 그렇겠지. 유생체가 낼 힘이 도저히 아니였으니까. 덤으로 말하자면 니아 역시 아틀락나챠의 유생체다. 그리고 조금만 더 지나면 하나의 그레이트 올드 원으로 성장을 끝낼 거고. 


아마도 보통의 유생체의 힘이라면 니아를 생각하는게 편하다.


그리고 그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할거고.


내 투척에 대항도 못하고 꿰뚫리고, 다시 한 번 지옥참마검에 의한 난무질이 시작된다. 몸에 창이 박힌체로도 격렬하게 저항하는 치천사를 보며 괜히 치천사는 치천사가 아니구나- 하는 걸 느낀다.


방금껀 그냥 거의 반칙에 가까운 공격이지만, 굳이 이 머저리를 상대로 손속을 두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판을 깬다니.


그렇다면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끄아아아아아아!!!! 엘리시아!!! 이 찢어죽일년!!!!"


그리고 다시 한 번 지옥참마검의 불꽃이 튀어서 온 몸이 타들어가기 시작하는 루티엘은 이번엔 다리를 끊어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려고 하지만- 백날 뽑으려고 해봐라.


뽑히나.


"어째서-!!! 크윽!!?"


-관객을 건드리면 쓰나. 왜? 한대 맞아보니 이제 좀 아닌거 같아? 내가 괜히 이호트와 크투가를 제압한 게 아냐.


굳이 따지자면 저런 전투의 달인들하고 싸울 정도로 내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 이렇게 그녀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공격하고 박살내는 건 가능하지만,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하면 내 주먹질로는 별다른 타격을 입힐 수 없다.


그렇기에 마법을 썼고, 그 마법으로 강화한 대궁의 화살로 엿먹여줄 수 있던거고.


그리고-


-그걸 뽑아내면, 네 힘의 절반을 뜯어내야 할걸? 뭐, 안뜯어내도 상관없어. 내가 뜯어낼거니까.


실이 감긴다. 그리고-


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른다. 오, 너무 그렇게 비명지르진 말라고. 그리고 그녀에게서 뽑아낸 성소의 힘이 깃든 화살. 음,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그리고 자신의 힘이 절반이나 감소된 걸 느낀 루티엘은 다시 한 번 엘리시아의 맹공을 받아내고 있었다.


절반이 뜯겨져나갔는데도 용사가 제대로 타격도 못 입힐 정도면 어지간히도 강하긴 강한가보네.


아마 딕이 왔어도 쉽게 승부를 못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크투가가 다시 한 번 모드레드를 밀어붙인다. 그리고, 채찍에 맺힌 불과 번개가 모드레드의 갑옷. 투구에 적중하고, 그것에 적중당하자 에너지의 과부하를 일으켜 그대로 투구가 박살난다.


그리고, 투구가 박살나자 모습을 드러낸, 모드레드 아저씨의 괴물이 되어버린 얼굴. 여러개의 눈이 달린 괴물같은 반쪽 얼굴. 그리고 생전의 얼굴을 가진 반쪽까지.


.....딕이 이걸 보게 할 순 없다.


정리해야 한다. 


"크르륵- 크와아악!!!!!!!!"


"......왕이시여, 이 자의 영혼은- 제가-"


-.......먹기만 해봐. 먹으면, 네놈을 곧 바로 그 자리에서 갈가리 찢어 죽일테니까.


"........그건-"


아마도 맛있어보이겠지. 강력한 자의 영혼. 그 영혼을 포식하는 그레이트 올드 원에게, 누구보다도 맛난 먹잇감일거다.


그렇기에 만약 여기서 크투가가 자신의 식욕을 우선시한다면 죽인다.


-.......


아무래도 지옥참마검을 소환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마력이 들어간다. 그리고, 여기서 크투가에게 지원을 하는 것도 로레인. 그리고 양쪽으로 자신의 마력을 쏟고 있는 로레인은 마력을 급속도로 빨리고 있다.


마력 회복 포션까지 마시지만, 여기서 더 무리할 순 없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지옥참마검을 사용하느라 정신력을 소모하는 엘리시아는 이제 끝이다.


여전히 4~50%의 힘이 남아있는 루티엘과 다르게 엘리시아는 필멸자니까. 사실 필멸자가 치천사의 공격을 이정도로 막아낸 것만 해도 대단할 수준이지만, 아무래도,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푸우욱-!!!


"엘리시아!!!"


로레인이 엘리시아를 부른다. 루티엘의 대궁 화살을 창처럼 사용해서 그대로 엘리시아의 심장을 꿰뚫는다. 그리고-


내가 검에 걸어놓은 마법이, 이제서야 빛을 발한다.


........푸우욱!!!


"커헉......이게- 무슨......아, 뭐야......아이게- 힘이...빠져나가고...."


-체크 메이트.


검이 움직인다. 정확하게는- 용사의 몸을 잠식한- [커스드 소드]가 이제서야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 사용자의 생명을 딱 한 번 구하는 마법.


물론, 난 애초부터 이 용사를 쉽게 놔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교단 놈들 모랄빵 내는 방법은 하나뿐이지.


기껏 보낸 용사가 또 다시 [타락]했다는 사실 하나 뿐. 이미 정신을 잃은체 검에 지배당하는 상황이었지만, 몸을 잠식한 커스드 소드가 엘리시아의 생명력을 다시 한 번 살려냈고, 자동으로 움직여 루티엘의 날개를 모조리 도륙해버린다.


그걸로 실 끊어진 인형처럼 검에 잠식된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지금은 육체만을 잠식했을 뿐. 아직 정신까지 완벽하게 떨어진 게 아니다. 뭐- 타락을 위해선 손을 좀 써야겠지. 그리고 니알리가 그녀를 수납한다.


"내가.......내가.....이렇게- 쉽게 죽을 줄 알아.......!! 모드레드......네 앞의 적들을- 죽여......."


-네에~ 시끄럽고, 루티엘- 넌 내꺼야!


그리고 니알리가 루티엘을 잡아서 끌고 들어간다. 치천사 급을 타락시킨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마법으로 못할 일은 없다. 내가 가진 [인간 시절]의 지식만 해도 치천사를 타락시키는데 여러 준비가 필요하지만, 절대 못할 건 아니다.


-그럼 난 이만. 준비 다 하고 있을테니까, 다 끝나면 오도록 해!


"이봐 기다려!! 엘리시아를 데리고 뭘-!!"


-후훗, 너도 곧 함께야. 아니, 네 손으로 원하게 될거야. 후후후후후-


그 말만 남기고 니알리는 그대로 퇴각한다. 


루티엘은 작살냈고, 이제 남은건 모드레드 하나뿐이다.


문제는- 루티엘이 마지막 발악으로 자신의 힘을 모두 모드레드에게 넘겨서 지금 모드레드.




모드레드 아저씨는 극도로 폭주중이다.


"커허어억!!!"


그대로 모드레드의 대검에 짓눌려 바닥에 쳐박힌 크투가.


다행이 몸이 터지지 않았지만- 모드레드는 이미 몸이 처음보다 약 4배 이상은 커져 있었고 높이 또한 6m에 다다랐다.


그리고-


거미줄 하나가 끊기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러기가 무섭게 크투가를 향해 내리치려던 검.


그리고 그 검을 튕겨낸, 검은 갑옷의 암흑기사가 모드레드를 막아섰다.


-.........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이런걸 두고 어떻게 안 오겠냐. 미라가 보여줬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안."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미라. 그리고 바닥에 쳐박힌 크투가를 꺼내어 자리를 피하는 론의 모습. 로레인은 미라의 모습을 본다.


".....미라, 던 브링어.......!!"


"아, 너무 경계하지마. 죽일 생각 없으니까. 거기다가, 몇번이고 용사한테 마력을 전이시킨 상황에 모드레드 아저씨에게 마법을 사용했잖아? 마력 보조 도구? 음......좋지만, 그래도 뭐 어째. 타인에게 마력 전이하는건 효율이 나쁜데. 잘도 네 성격에 남을 위해서 마력도 전이해줄 수 있었구나? 후훗-"


그 거만하기 짝이없던 마법사가 이정도로 바뀐 것도 참 놀랍다면 놀랍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뭔가 더 즐거운 연극이었지만.


그 모든게 다 끝나버렸다.


-.....너무 험하게 대하지는 마. 미라. 데리고 가도록 해. 어차피 이 연극은 끝났으니까.


"아아, 그래, 그러도록 할께 [클라크]."


".......뭐!? 클라크?!"


그리고 내 본명을 듣고 경악하는 로레인. 그리고 나는 잠시 로레인을 본다. 그리고, 어떻게 가지고 놀까~ 하면서 즐거워하는 미라를 향해 경고한다.


-혹시라도 헤코지 하는 경우 있으면, 가만 안 놔둔다.


".......네네, 어련하시겠어? 나참, 결국 이렇게 되면 거슬리는 것들은 모두 직접 찾아서 처리해야 하잖아. 어떤 미친 얀데레 치천사때문에."


용사들을 강화시켜서 반항하는 모질이들을 싹 다 쓸어버릴 계획이었는데. 쯧, 이래서 계획대로는 안된다는 건가. 특히나 신적 존재의 개입. 치천사 정도 되는 존재가 끼어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그 연극을 지켜보단 솔리아스도 판을 깨버리자 빡쳐서 루티엘을 버린거고.


애초에 그녀가 진짜로 날 붙잡을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강림하지 않았을까?


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걸까 그녀는.


-쓸데없는 소리 말고 꺼져.


"우우- 말뽄세보소. 알았어 알았다고."


그렇게 미라 역시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남은것은 나와 딕 뿐. 크투가 역시 론의 손에 들려서 벗어난지 오래다. 그리고-


이미 하나의 괴물이 되어가는 모드레드의 앞에 선 나와 딕.


그리고-


"클라크."


-........이래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건데 말이야.


".......내가 못 미더워보였냐."


-적어도 네가 이걸 보게 된다면, 얼마나 고통받을지 알고 있으니까.


"........."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다행인건, 여기에 솔리아스의 권능은 얼마 없어. 마지막 처리랑 무기빼곤 교단 인간들이 만들어낸 괴물이야.


아예 솔리아스가 작업했다면 더 골치 아팠을거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래, 불행중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울먹이는 소리로 말해봐야 아무 호소력 없다. 그리고, 괴물이 된 건 사실이야. 이대로.......살게 둘거냐?


콰아아앙!!!


크오오오오오오!!!


-여신의 적!! 죽인다!! 죽인다!!! 마물!! 암흑 기사!!! 네놈들을 찢고, 찢는다!! 죽여서!! 여신님께 바친다!! 나!!! 모드레드 세인츠가 널 죽인다!!!!


다시 한 번, 딕을 향해 내리친다. 그리고- 


카아앙!!!


딕의 대검이 번개빛을 내뿜는다.


".......내 이름은 딕 세인츠. 네놈의 목숨을 거둘 기사다. 네놈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말해라."


-전사! 전사인가!! 그렇다면 나 역시 말한다! 나는 모드레드! 모드레드 세인츠다!! 여신의 이름으로, 네놈을 토벌하겠다!!! 



......그 지경이 되어서도, 여전히 긍지를 기억하고 있는겁니까 아저씨.


크오오오오오오!!!!


로어가 울려퍼진다. 성소가 울려퍼지는 로어.


".......클라크."


-듣고 있어.


"끼어들지 마라."


-그래, 그걸 원한다면.


그리고- 그것에 답하자, 딕과 모드레드. 부자의 대결은, 부자의 검이, 파괴된 미궁의 잔해속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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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중에서 아끼는 게 딕.


그리고 이 에피소드도 써보고 싶었고.......


끝내고 나면 용사 파티 타락각 잡음.


루티엘 포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