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마요. 부탁...입니다."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귀신일 것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하던 것은 강령술의 일종이었으니까.

 나는 벽장 귀신 부르기를 했다.


 다만 부르려던 귀신이 아닌 다른 귀신이 불렸을 뿐이다.

 주의 사항에도 그런 경우가 적혀있었다. 다른 귀신들이 불릴 수 있다고.

 내 경우는 돌아보지 말라고 하는 귀신이 걸렸다.

 다행히 주의 사항에는 해결 방법이 있었다.


 뒤에서 폐가 특유의 낡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귀신님,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귀신님,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귀신님,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귀신의 대답을 받은 다음에 계속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된다.

 다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승낙을 받은 뒤 3분 뒤다.

 나는 아직 승낙을 부탁하지 않았다.


"무엇을...원해..요?"


 흐릿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 방향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뒤에 있을 것이 분명한데도, 옆에 있는 것 같은 동시에 앞에 있는 것 같았다.

 사방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돌아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돌아보지...마..요. 약속한..거에요."


 명심해야 할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3분 동안 나는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나는 초를 셌다. 평소보다도 더 느리게 세었다. 일찍 뒤를 돌아보지 않도록.

 전자기기는 가져오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타이머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시계도 금지 물품이기 때문에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다.

 180..

 179..

 178..

 177..

 176..

 164초를 막 셌을 때였다.


 쾅-!


 문이 두들겨졌다.

 출구인 문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나는 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 규칙은 간단하다. 어떻게든 뒤만 안 돌아보면 된다. 그러니 뒤를 안 돌아본 상태에서 그대로 도망쳐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뒤에 문이 있었다.

 귀신이 나를 부른 시점에서 부터 나는 뒤를 보면 안 된다. 뒷걸음질 치는 것은 안되며 그렇게 뒤로 이동해 원래 있던 것보다 뒤를 보게 되면 규칙 위반이다.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앞 뿐이다.

 쓸데없이 세세한 것 부터 가짜 같았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환청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이것은 환청과 분명히 달랐다.


 130..

 129..

 128..

 127..

 126..

 120초. 1분이 지났다.

 조용하다. 뒤에 아무도 없는 느낌이다.

 섬뜩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79..

 78..

 77..

 65초까지 셌다.

 이번에는 창문이 두드려졌다.


"학생! 거기는 들어가면 안 돼! 어서 나와!"


 귀신이 흉내 내는 것이다.


"어서 나오래도! 문은 뒀다 어디 쓰는 거야!"


 주변 관리인 같다. 여러 번 반복되는 목소리가 여태껏 내가 환청을 들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참았다.

 관리인이었다면 직접 들어와 나를 끌어냈을 것이다.

 그러니 저것은 관리인이 아니다.


 30..

 29..

 28..

 27..

 30초도 남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문은 열려 있다.

 연 적이 없는 데.

 그러나 중요하지는 않다.

 초만 잘 세면 된다.


 4..

 3..

 2..

 1..

 0..

 끝이다.

 3분이 지났다.

 10초 정도를 더 센 후에 나는 뒤를 돌았다.

 열린 문을 향해서 나는 달려나갔다.

 달려나가려 했다.


"왜..뒤를 돌았..어?"


 손이 내 목덜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