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공포증이라는 게.."


"사실 유년기의 트라우마로 인해 생기는 거거든요."


"정확히는 인격 형성 과정에서 무언가가 결합된 채로 함께 

형성된 겁니다. 바로잡기도 힘들고, 그 전에 인격 형성이 

끝난다면 고칠 수도 없구요."


"흡연이나 음주 같은 행위도 성인이 되기 전에 못하게 하는 이유가 이거에요. 영향을 주거든요."


"어리고 미성숙한 유년기의 아이들에게 일정 이상의 자극을 주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아직 외부의 자극을 흘릴 정도로 견고하지 못하고,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는 뜻은 

외부에서 개입하기도 쉽다는 뜻입니다. 굳지 않은 점토 같은 거죠."


"색깔 점토를 생각하면 됩니다. 점토 섞을때, 흰색 점토에 실수로 파란색이나 노란색 점토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아예 색이 오묘하게 바뀌죠? 한번 섞였다 하면 분리하기는 불가능하고, 애초에 섞이기 전에 인지하기도 쉽지 않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까 말씀드렸던 '공포증' 의 발현 기전도 똑같은 맥락입니다.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이 있다면 물 공포증, 엘리베이터에 갇힌 적이 있다면 

폐소공포증."


"하다못해 이런 경우까지 있죠. 어릴때 아파서 구토를 많이 했는데, 처음 겪는 반복 구토증세에 두려움을 느끼고, 이게 구토공포증으로 발전한 겁니다."


"즉 공포증이란 건 정신적으로 미성숙할 당시 겪었던 강한 

자극과 동시에 느끼는 공포감이 잘못된 방식으로 성장 과정에 합쳐지면서, 그걸 분리해내지 못한 채로 성장하여 굳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공포증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꾸준히 존재하는 공포증도 있고, 새로 생겨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어릴 땐 별게 다 무섭고, 별게 다 자극적이니까."


"뭐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국 생존이라는 강박때문에 생기는 뇌의 반항이죠."


"신기하지 않습니까? 공포증은 뇌가 실제보다 자극을 훨씬 크게 받아들이는 게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뇌의 상상력과 

생존편향적 의지 때문이죠."


"손 공포증? 냄새 공포증? 우리 뇌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간혹가다 이런 착각을 하고 그 착각이 굳어지기도 합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감각을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착각하다니,

바보같은 일이지 않습니까."


"이런 생존에 불리한 공포증은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아무 연관성이 없는 외부 자극을 공포와 동일시하는 바람에 생기는 오류인 겁니다."


"오류입니다. 오류. 제 말이 들리십니까? 제 말이 이해 되십니까?"


"자 또 한번 숨을 쉬시고."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대체 언제부터 이랬던 겁니까?"


"애초에 호흡 공포증은 생겨선 안되는 공포증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