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정말... 몇 번 재탕해도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여전하다.


자신이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히어로가 마침내 여정을 끝마치는 걸 보는 건 무슨 기분일까.


나는 휴 잭맨이 연기한 울버린을 본지 20년도 넘었다. 엑스맨 1편이 2000년에 나왔으니까...


배트맨, 슈퍼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아이언맨 등 DC와 마블을 전부 읽어봐도 매력적인 히어로가 많지만 난 그 중에서 울버린을 정말 좋아했다.


원칙이 아닌 자신의 본능에 따라서 정의를 행하고 늘 욕을 내뱉는 털털한 성격이라 매우 차별적이었지. 원작 코믹스까지 찾아볼 정도로 정말 팬이었다.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시리즈를 촬영했는데, 점차 늙어가는 배우와 몸이 다 커버린 나 자신을 보면서 굳이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배우가 배역을 은퇴할 거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울버린 배역의 종지부를 찍는 영화가 나왔으니 로건(2017)이다.


이 영화는 도입부부터 매우 충격적이다.


분명 몇 백년은 거뜬히 사는 초재생능력의 소유자일텐데, 백발이 짙어지고 주름살까지 크게 박힌 늙은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나라(정부)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을 뻗었는지 세상에 돌연변이가 사라졌고 울버린도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젊었을 때만큼 빠르게 싸울 수 없었고 손에 클로를 빼내기도 매우 힘겨워 보인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전부 잃었기 때문에 마음이 크게 무너져서 타인과의 접촉을 크게 꺼려한다. 그저 빨리 보트를 구해서 찰스와 함께 아무도 손대지 않는 망망대해로 떠날 생각 뿐.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 요청에도 곧바로 거절하는 충격적인 장면도 나온다. 보통의 히어로 영화라면 있을 수 없는 장면.

하지만 그의 내면에 아직 선한 면이 남아있기에 막상 급박한 상황이 닥쳐오면 우리가 알던 다혈질이고 정의로운 울버린의 모습으로 변한다. 죽을 힘을 다해서 아이들을 지켜내려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크게 울리는 느낌이 든다.


많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히어로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히어로를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는지 이 모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