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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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네, 저도 당신처럼 특수 체질이라 마트렌의 부름을 받았어요. 혼종들의 정액은 정말 강력하죠. 웬만한 불임 여성도 단번에 임신시킬 만큼 생명력이 넘친달까. 저도 얼마 버티지 못했어요. 이전에는 그렇게 불치의 불임을 겪고 있었는데. 혼종의 제일 무서운 것은…”

 

모스가 말했다.

 

“그 전까지 불감증이었던 사람도 오르가즘을 느끼게 만든다는 거에요. 조언을 하자면, 당신이나 저 같은 여자들은, 오르가즘을 느껴선 안 돼요. 그것 자체가 불임을 해제하는 주문이거든요. 다시 조언하자면, 오르가즘이란 건 참 묘해서 느끼지 않으려 할수록 더 느끼게 되지만, 그래도 안 돼요. 오르가즘을 자꾸 느끼면 당신의 자궁이 열리게 될 테니까.”

 

모스는 태연하게 말했다. 불임이 해결됐다니. 희망과 공포를 동시에 맛 본 기분이었다. 그녀의 불임이 얼마나 심각했는진 모르겠지만, 혼종들의 정액을 계속 받아들이면, 그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면 나도 임신할 수 있다는 얘기일까?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남편과의 섹스에서 내가 오르가즘을 느낀 적은 없다. 해월신당의 신녀님도 내가 쾌감을 느끼지 못해서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불임은 현대 과학의 영역에서 치료하지 못했다. 그럼 이 말들도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내가 혼종의 아이를 낳게 되면, 그래도 남편은 여전히 날 좋아해줄까? 아무리 변태 취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출산까지? 

 

나는 속이 메스꺼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가능성이 머릿속에 윙윙거리는 탓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위안녀라는 업무를 맡는다는 걸 가정(假定)한 나도 역겨웠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날 구하러 오지 않을 테고, 오히려 내가 그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그거 아세요?”

 

내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모스가 말했다.

 

“혼종들에게 일단 ‘뚫린’ 자궁은, 불임이 고쳐진답니다. 덕분에 저는 매번 피임약을 먹고 있죠. 메디오리움에도 존재하거든요. 피임약은. 아무쪼록 노력해보도록 해요.”

 

솔직히 나는 충격을 받았다. 막힌 혈을 뚫듯이, 불임이 고쳐진다니. 반대로 말하면, 저 혼종들의 정액으로 임신하는 즉시, 나는 남편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남편이 그런 희생을 대가로 하면서까지 아이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확신은 안 들었지만, 나는 원한다.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임신 능력을 회복하고 싶다. 두려운 건, 남편이 이런 나를 받아줄까?

 

마트렌이 내 목덜미에 그려놓은 문신 때문에 나는 이곳의 언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지러웠다. 너무 많은 정보들. 외국어를 자동 번역해주는 문신? 마법? 혼종?

 

마트렌은 생각을 정리하는 내 밍기적거리는 태도와 어벙벙한 표정이 불만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동병상련인 건지, 모스는 나를 살포시 껴안으면서 나직이 말했다.

 

“남편은 버려요. 저도 그 과정을 다 겪었어요. 이곳 남자들, 자지 훌륭하거든요?”

 

나는 경악했다. 남편을 버리라니. 그렇다면 모스는 이계로 납치되고 남편을 버렸다는 건가?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모스는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한다는 듯이 자애로운, 너무 자애로워서 은은하게 광기가 느껴지는 미소만 띠고 있었다. 대체 이곳의 생활이 얼마나 만족스럽길래, 남편을 버렸다는 말을 저리 쉽게 하지? 자지니 뭐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그녀는 순식간에 음탕한 얼굴로 변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적응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제 인생이 원래 시궁창이었던 것도 아니에요. 저는 미국인이었고, 교수 남편과 오붓하게 잘 살고 있었죠. 하지만 보세요. 제가 후회하고 있는 것 같나요? 전혀 아니죠? 저는 행복해요. 저는 천국에 있어요.”

“…….”

“당신이 저보다 뛰어난 체질을 가진 사람이기만 하다면 더 즐거울 거고. 영원히 늙지 않을 수도 있어요. 마트렌은 젊은 외모에 딱히 관심이 없지만, 초월했지만, 그녀 정도의 수준이라면 불로불사로 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요. 그녀가 직접 당신을 선택했고, 어쩌면 제게는 알려주지 않은 마법의 비밀을 알려줄지도 모르죠?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해요. 저도, 약간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알고 있거든요. 남자들에게서 수집한 마나의 힘 덕분이죠. 이게 또 신기하다니까요. 섹스만 있는 게 아니라 마법이라는 기이한 힘에 대한 탐구욕을 자극하는-”

“마법, 이요?”

 

나는 모스의 말을 끊었다. 정신병자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허무맹랑한 소리였지만, 마트렌이 내게 주입한 목소리가 자연히 그것들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혼종이니 뭐니, 하는 거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어요? 완전히 판타지 소설 같잖아요. 이런 곳에 마법이 있대도 안 이상하겠죠. 당신을, 그리고 나를 데려온 것도 소환 마법의 일종이에요. 마트렌은 메디오리움의 여성 부족장 격이고. 강한 힘을 갖고 있죠. 보세요.”

 

그녀가 자신의 긴 드레스를 걷어 올렸다. 롱 드레스였기 때문에 드레스를 걷어 올린다는 건 자신의 종아리, 허벅지까지 상스럽게 다 내보인다는 것이다. 평화롭고 침착한 표정과 다른 그녀의 행동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제모도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 하복부에 새겨진 하트 모양의 문신.

 

“나는 크기가 이것 밖에 안 되지만, 아델린이, 당신은 더 클 거라는데요?”

 

아델린.

 

내가 원숭이 남자에게 강간당할 때 모스와 지켜보던 동양계 여성이다. 그녀가 모스보다는 선배이거나 이쪽의 지식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모스 아샨티의 하복부에 새겨진 하트의 1/3 정도가 흰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가로세로 직경은 5cm에서 7cm 정도가 될 듯했다.

 

“heart bottle.”

 

모스가 훌륭한 미국식 발음으로 말했다.

 

“왜 sperm bottle이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이게 위안녀의 ‘한계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이상 남자들의 정액을 받아들이면, 정확히는 그들의 마나를 받아들이면, 임신하게 돼요. 임신 한계선이랄까. 푸흡.”

 

미친년. 뭐가 웃긴 건지 모스 아샨티가 깔깔거렸다.

 

“당분간, 견습 과정을 거칠 것이다. 하트 보틀은 곧 새겨주도록 하지. 그전까지는 네가 정화 위안녀라는 것을 밝혀서는 안 된다. 평범한 위안녀처럼 지내며 업무를 익히도록.”

 

마트렌이 모스의 말을 끊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것을 긍정으로 이해한 건지 마트렌이 돌아섰다. 모스는 나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토닥거리듯 가볍게 안아주었다. 그녀는 서양인답게 불룩한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들면서 마트렌을 따라 방을 나섰다.

 

“…….”

 

그리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다. 매일 두 명에서 세 명의 남자들을 상대했다. 그들은 일종의 연습 상대였다. 그러나 그 자지만큼은 남편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전부 ‘하급 전사’였는데도 이 정도라니. 하급 전사는 말 그대로, 마나를 사용해서 전투하는 원주민 중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었다. 그리고 마나는 기본적으로 남자의 활력을 나타낸다. 어릴 때부터 마나의 영향을 받은 자들은 신체적으로도 비대해지고 체력적으로 뛰어나다.

 

나는 솔직히 겁이 났다. 매번 그들을 맞이할 때마다 겁이 났다. 원숭이 남자의 자지 정도로 특이한 모양이나 성질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타고난 야만인들답게 정력적이어서 한 번 싸는 걸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 위해 다섯 명까지 받아보려고 했지만 세 명이 최대였고, 그나마 몸살이 났다. 이게 진짜 남자고, 섹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트렌은 내 몸에 하트 보틀을 새겨주면서, 역시 나는 재능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하트 보틀 안에 찬 스펌(sperm, 정액)을 마나로 변환해서 체력을 회복시키는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신기한 발견이었다. 하트 보틀이 꽉 차면 해당 여성은 임신한다. 하지만 그것을 마법적 에너지로 활용하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 이게 모스가 말한 마법의 힘인 듯했다. 

 

내 하트 보틀은 가로세로가 10cm가 넘는, 모스의 두 배에 가까운 크기였다. 반대로 말하면, 그녀 이상으로 불임의 체질이라는 뜻이다. 나는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했다. 하트 보틀이 이렇게 크다는 것은 마나를 한 번에 많이 간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때가 됐을 때 이 힘을 이용해 메디오리움을 탈출할 수도 있을 터였다. 공간 이동 마법 같은 걸 쓴다면. 

 

그렇게 돌아가면 나는 여전히 불임의 몸이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남편이 인간도 아닌 것의 아이를 출산한 나를 여전히 사랑해주리란 보장은 없었다. 역시 베스트는 남편에게 사정을 간략히라도 설명하고, 그를 데리고 메디오리움을 탈출하는 것이다. 어차피 남편은 내가 다른 남자와 자는 걸 꺼려하지 않으니까, 설득할 수 있겠지. 남편이 어디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는 말은 언뜻 들었지만 티를 낼 순 없었다. 마트렌은 내가 남편을 결국엔 버려야 한다고 했다. 모스 역시 선택의 순간에 미국인 교수 남편을 버렸다.

 

‘그러지 않았으면 메디오리움에서 살 수 없었을 거에요. 지구로 돌아가지도 못했을 거구요.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지구인 출신 남자는 자지도 작고, 쓸모 없어요. 기둥 서방 노릇이나 하지. 섹스도 못하는 밥벌레 기둥 서방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요.’

 

모스가 창녀처럼 웃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는 동안 나는 위안녀의 기본을 익히며 때를 엿봤다. 남편에게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줄 때가 오리라. 그리고 메디오리움의 생리와 사람들의 문화, 성격, 언어에 대해 익숙해질 무렵, 잊고 있었던 남편의 부름이 있었다. 놀랍게도 나는 남편을 거의 잊고 있었다. 메디오리움의 하급 전사들은 한 번 섹스를 시작하면 두 시간은 기본으로 했다. 섹스가 끝나면 갈증이 나서 미칠 정도로 내 몸도 자꾸만 질액을 뿜어냈다. 이상한 반응이었다. 모스는 그게 메디오리움 남자들이 가진 특수 체질 때문이라고 했다. 생명력 그 자체인 마나가 마나가 없는 여성의 몸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타고난 전사이면서 섹스 마스터였다. 

 

아무튼 나는 그들과의 섹스 훈련으로 남편을 며칠씩이나 잊었던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놀랐다. 모스에게 듣기로 남편은 지하 감옥에 갇혀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했다. 그곳의 환경은 엄청나게 열악할 거라고. 나는 그녀에게 남편의 처지를 개선할 방법을 물었고, 그녀는 묘한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내가 하급 전사들과 섹스 훈련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으면 그의 처지도 개선될 거라고. 그제야 나는 내가 누군가의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았다. 아마 하급 전사들이 나의 성기 상태나 적극성, 마인드 따위를 평가했을 거고, 마트렌이 종합하지 않았을까? 정말 창녀가 된 것 같아서 수치스러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내가 분발해야 남편이 편해진다.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내가 섹스를 열심히 하면, 남편이 편해진다. 그러니까 이렇게 다른 남자의 굵직 자지♡를 잔뜩 조이는 것도 전부 남편 때문이다? 결국 제 꾀에 제가 넘어갔지만요. 헤헷. 너무 열심히 섹스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진심이 되어버리거든요? 나중에는 무능한 남편 따위는 머리에 일말의 조각도 남아있지 않고, 하얗게 가버리고 말죠.’

 

모스는 내가 자꾸 남편 찾는 게 못마땅한 듯했다. 아니, 비아냥거리고 싶은 듯했다. 나의 선배로서, ‘아직’은 남편을 위하는 아내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내가 싫은 것이리라. 나는 그녀의 이죽거림을 무시했다. 그녀가 뭐래도, 나는 그녀와 다른 길을 갈 테니까.

 

어쨌든,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상당히 놀랐다. 남편은 늘 수동적인 편이었다. 이렇게 먼저 나를 찾으려고 수를 쓰다니. 헤어지고 나니까 그래도 내가 보고 싶은 걸까? 조금은 기대되고 조금은 기뻤다. 이곳에서 이계 여자들은 그래도 성기가 밑천이긴 하지만, 이계 남자들은 일절 쓸모 없는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어떤 면에서 보나 그들은 열등 종자였다.)

 

반면 이계 여자들은 이목구비가 메디오리움 여자 원주민들에 비해 오밀조밀하고 예쁜 편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메디오리움의 여자들은 뭐랄까, 약간씩 투박한 면이 있다. 가슴도 크고 골반도 크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 스스로 비하하고 싶지 않지만 이계 여자들은 메디오리움 남자들에게 별미 같은 것이 아닐까? 성기도 더 조인다는 것이 내가 상대한 하급 전사들의 말이었다. 

 

이계 여자와 남자들의 평가가 이렇게 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체적인 스펙. 메디오리움 남자들은 이계 여자들을(정확히는 그들의 몸, 복종심) 원하지만, 원주민 여자들은 웬만해서는 이게 남자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힘도 약하고 끈기도 없으니까. 어느새 나도 그들과 나 사이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나, 정서은은 남편보다 이 부족들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남편은 정신적으로도 유약했다. 

 

헌데, 내가 남편을 너무 저평가했던 건지 간수를 구워삶은 모양이다. 어쨌든 그는 저 살려고 내 손을 놓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날 찾으려고 노력은 했다는 거 아냐?

 

“당신 남편이 당신을 찾는다.”

 

나를 찾아온 간수는 무뚝뚝한 얼굴로 내 젖가슴과 다리, 얼굴 등을 힐끗거렸다. 기분 나빴다. 저 자도 하급 전사 계급. 이미 무수한 하급 전사들과 몸을 섞은 마당에 딱히 기분 나쁠 이유가 없을 텐데 이상했다. 여태 내가 상대한 남자들은 그래도 마트렌이 골라준 나름 ‘선별된’ 하급 전사들이고, 저쪽은 아니라서일까? 내가 상대한 남자들은 나름 젠틀했다. 그들의 몸… 에 관해서는 굳이 묘사하고 싶지 않다. 내가 뭘 느꼈는지도.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기분보다도 내가 행위에 익숙해지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아마 마트렌의 지시가 아니었을까? 처음부터 내가 거부감을 느끼면 위안녀 업무를 잘 못할 테니까? 메디오리움의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남자들의 계급을 그리는 나를 발견했다. 같은 하급 전사라도 이쪽은 더 최악이다. 나는 장차 중급, 상급 전사들도 상대하게 될 거다. 결국에는 혼종이라는 이레귤러까지 상대할 것이고. 이런 남자와는 차원이 다른 계급이다. 

 

순간, 나는 내가 그 위치까지 간다면, 남편의 위치는 어디가 될지 궁금했다. 여왕의 옆에 있는 남편처럼 함께 존중받을까? 아니면 더욱 무시를 당할까? 마트렌에게는 남편을 신경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간 이동 마법을 배우든, 어쨌든 나는 그녀의 마음에 들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때까지는 남편에게 내 사정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무작정 찾아온 간수는 남편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나는 모스에게 말하지 않고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남편 얼굴 보기가 민망하기도 했지만, 거짓말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그는 내가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기를 원했다. 모두 털어놓고, 내가 보고 들은 것도 설명해주자. 한때 그의 사랑을 의심했지만, 이렇게라도 그는 나를 찾아주었다. 약간은 기쁘기도 했다.

 

 *

 

“푸하하, 이 새끼, 진짜 자지 꺼내잖아?”

 

간수는 아내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서은이가 이미 자기 것이라도 됐다는 양손으로 젖가슴을 크게 둥글게 말아쥐었다. 촐싹거리면서 가슴을 갖고 노는 모습이 꼴사나웠다. 젠장, 아내의 부드러운 가슴이 저런 자식의 손에…. 간수의 눈은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네가 그러고도 남편이냐? 도발이라도 하듯이. 마치 TV의 심야 영화를 보며 무신경하게 과자를 집어먹는 것처럼 무신경한 동작이었다. 

 

그는 얼른 나더러 바지를 벗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그 순간에도 그의 굵은 손가락은 아내의 젖꼭지를 꼬집듯이 잡았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이제 그는 서은이를 기분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장난감처럼 편하게 갖고 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굴욕과 흥분이 뒤섞인 가운데, 지저분한 팬티를 내렸다.

 

“역시 이계남들은 자지가 작구만.”

 

팬티는 메디오리움에 소환되고 한 번도 갈아입지 못해서 누렇게 변해 있었다. 대략 10일은 넘게 못 갈아입은 듯했으니까. 아내의 얼굴 보기가 민망했다. 마치 앞가림도 못하는 꼬맹이가 된 것 같다. 가장 꼬맹이 같은 것은 저 남자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자지 자체였지만. 

 

내 자지는 빳빳하게 발기되어 있었다. 아내가 추잡한 말을 내뱉는 저열한 놈에게 따먹히고 있는데, 목구멍을 범해졌는데, 쿠퍼액까지 끈적하게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풀발기 상태임에도 아내의 양 허벅지 사이를 지나 불끈거리는 간수의 자지에 비하면 2/3 정도였다. 굵기에서는 더 비참하다. 아내의 보지액으로 번들거리는 간수의 자지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듯 고동색에 가까웠는데, 그것마저 내게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나의 자그마한 자지는 핑크에 가까웠고, 귀두는 반질거렸다. 온실 속의 자지라는 말이 딱 맞다. 이 놈이 평생 파고들어본 여자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오염되기 쉬울 정도로 밝고, 연약한 색, 피부결이다. 반면 가까이서 본 간수놈의 자지는 들어가는 즉시 핑크 보지를 가진 여자라고 해도 타락시키고 색소를 침착시킬 것 같은 파괴적인 비주얼이었다. 그는 일부러 내가 바지를 벗는 동안 아내에게 삽입하지 않고 자지를 껄떡거리기만 했다.

 

서은이는 남편인 내가 정말로 바지를 벗자 입술을 깨물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벗으라고 그녀가 자기 입으로 말하긴 했지만, 아내가 따먹히고 있는데 그녀를 따먹은 남자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듣는 내가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분명 남자로서 매력은 제로가 됐을 거다. 서은이는 조용히, 이따금 히끗, 거리면서 간수의 거대한 손에 가슴을 주물러지고, 허벅지를 주물러졌다. 

 

간수의 굵직한 대물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돌출되어 있었다. 아내의 허벅지에 끼워져 있음에도 그것은 존재감이 뚜렷해서 마치 아내 가랑이에서 자지가 돋아난 듯했다. 압도적인 비주얼의 자지는 서은이의 사타구니를 살살 문지르면서 찌걱이는 소리를 냈다. 저 녀석, 지금 대놓고 과시하고 있다. 네 남편의 자지랑 자기 것을 비교해보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아내가 이렇게 애액이 많이 분비됐나? 그녀는 내가 키스만 해도 젖는 체질이긴 했다. 정작 다른 애무에는 반응이 없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지로 음순 비벼진다고 저런 소리를 내?

 

“자지 흔들어보라고. 안 그러면 죽인다?”

 

내가 저항할 기미를 보이자 간수가 눈을 부라렸다. 그는 아내의 젖을 꽉 잡았다. 서은이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만두라고 외쳤으나, 간수는 냉정하게 말했다.

 

“자지 흔들어. 남편. 네 아내가 따먹히는 거 보면서.”

“… 젠장.”

 

나는 철창에서 몇 cm 떨어진 곳에서 자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