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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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디 작은 구멍은 본디 배출구다.

주입구로서 설계되지 않았으며, 뭔가가 주입될 일도 없는게 정상이다.

그런 구멍에...


"농담이야~ 무서웠어? 지휘관님이 쓸지도 모르니까, 이런 거 유니는 안 넣어."


유니는 잔뜩 겁먹은 슈엔 앞에서 빙글빙글 웃었다. 주사기는 벌건 액체가 들어있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끝부분이 들어갔는지, 주입구가 번들거렸다. 그리고 슈엔의 하복부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걸 보면...

유니는 슈엔의 목에 목줄을 건 뒤, 내게 다가와 살포시 끌어안으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뭔가를 바라는 듯한, 아침이슬을 맞은 꽃처럼 촉촉한 눈빛.


"네발로 기어서 유니를 따라. 제 2명령권자로 유니를 임명한다."


내가 명령하자, 유니는 화사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내게 묵례한 뒤, 슈엔을 끌고 지휘관실을 나섰다.


"....."


목만 남아 처참한 모습으로 제 머리를 혀만으로 굴려서 전초기지까지 도달했던 그 때의 유니가 기억난다.

샌드백으로 대기되던 미하라가 자신의 눈 앞에서 처분 당했다고, 유니는 울지도 못한 채 읇조렸다.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용 주제에 몰래 수복을 받았다고, 수복 비용이 필요 없게 만들어주겠다면서.


'지휘관님... 유니, 슈엔이 무슨 짓 했는지 알아. 뭘 하려는지도 알아. 어디 있는지, 어떻게 했는지... 유니가, 알아.'

'유니는 눈도, 입도, 귀도 없는, 발에 채이는 깡통이었는걸. 응. 그러니까, 유니, 알아.'

'그러니까 지휘관님. 유니랑 거래하자. 유니를 어떻게 써도 좋아. 머리를 열고 뇌를 뜯고 정보를 뽑고, 어떻게 해도 유니는 좋아.'

'미하라를.. 미하라를 두 번이나 죽인 그 씹련. 유니가, 유니가아....! 히, 끕. 흐으..유니가 씹어먹게 해 줘. 지휘관님. 제발, 제발... 제발 부탁이야 지휘관, 님...'

'목을 조르게 해줘, 살을 쥐어뜯게 해줘, 뼈를 꺾게 해줘, 머리를 주무르게 해줘, 구멍을 긁어내게 해줘, 짓뭉개개 해줘, 짓밟게 해줘, 개처럼 기어다니게 해줘, 손톱을 뽑게 해줘, 배를 물로 부풀게 해줘, 망치로 으깨게 해줘, 손으로 후벼파게 해줘..., ......, ....'


나는 당시 말로만 그러겠노라고 했었다. 복수란 결국 복수를 낳을 뿐이며, 죄에 대한 처벌은 법에 의해 정당히 치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러나 유니를 수복실에 보내고 얼마 뒤.

나를 노리고 쏘아진 샷건탄이 라피의 머리를 맞추고, 그 잔해를 뒤집어 쓰게 된 뒤.


"라피.."


유니와 나는 같다.

나의 미숙함으로 라피가 죽었다.

유니가 미하라를 억지로 수복실에 끌고가 수복시켰다가 슈엔의 화풀이에 미하라가 죽었다.

트집에 가까운 원인일지언정,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이유론 충분하다.

또한, 원수에게 끔찍한 삶을 선사하기에도 충분하다.

고통에 살아야 원수의 고통을 지켜볼 수 있다면.

인생의 절반 정도는 투자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지휘관 탓이 아닙니다...'


라피.

머리가 터져나가고, 잔해에 가까운 입술만 남아서도 귀에 속삭이던 음성이 선연했다.



***



"컥, 케흑.."

"흠~ 흐흠~"


공기를 갈구하는 신음과 즐거움 가득한 콧노래가 얽힌다. 유니는 슈엔이 숨을 쉬려고 할 때마다 목줄을 손목 스냅으로 끌어당겨 그녀의 목젖을 후려쳤다.


"씨, 크학, 년아! 당장 안 내려... 끼야아아악...!!!!"


전투형 니케는 기본적으로 무겁다. 대랩쳐 화기의 반동을 이겨내야 하고, 유사시 지휘관을 지킬 방벽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전투형 니케의 무게가 비전투형 니케의 등에 온전히 전달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개처럼 엎드려져 있는 맨몸의 슈엔 위, 유니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불만이 튀어나올 때마다 손을 뒤로 돌려 허벅지 안쪽 살집을 검지와 엄지 사이에 넘치게 끼워넣고, 니케의 완력을 십분 활용해 꼬집어 비틀고 그 상태로 찝힌 살의 끝자락이 더욱 얇아져 날카로운 고통이 전해지게끔 사이에 살을 두고 손가락을 문지르며 허벅지의 일부를 바깥으로 땡겨올린다.


"흑..! 흡흑, 흐윽, 흡!!"


그렇게 몇 번 하면 욕은 헐떡임으로, 반항은 두려움으로 바뀐다.


"흐아아...!!"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잠깐 기어가게 두다가, 흔들거리는 궁둥이에 손을 올리고 슬... 쓰다듬으며 허벅지쪽으로 내려가면, 살점이 짓뭉개지는 고통이 선명히 되살아나며 온 몸을 두려움에 휘적거린다. 기어가는 속도가 빨라지며 필사적으로 숨을 들이키려한다.

유니는 이쯤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커맨드 센터의 입구. 바깥도, 내부도 아닌 곳.


"자아, 봐. 슈엔. 유니가 보여줄게."


유니가 한 손 가득 슈엔의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뒤로 휙 당기자,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젖혀지며 슈엔의 눈에 수십쌍의 시선이 박힌다.

모두가 증오와 조소를 담아 입술을 비튼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개처럼 바닥을 기는게 어울린다는 듯, 드디어 바닥까지 떨어져 우리에게 닿은 너를 만났다며 환희하는 수십쌍의 눈동자가 슈엔을 마주한다.

우와~ 벌거숭이 씨! 귀를 뜯어가도 되나요? 여왕님께 벌거숭이 씨를 끓인 차를 끓이실 거에요! 어때요, 여왕님? 음, 역시 앨리스구나. 좋으시대요! 와아~!

내 순번이 되면, 넌 내 보드가 될거야. 배는 바디, 손발은 바퀴, 입이랑 아랫구멍은 신발. 코치랑 번갈아 타면서 연습하기로 했거든. 그 아이들이 흘린 핏방울만큼 기술을 만들거야.

그거 아십니까 분-탕. 징벌용 니케는 방주가 멸망해도 최-소 150년은 죽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정-신도 그런지 궁금한데- 통각 증폭을 1000%까지 올려도- 괜찮을지 실험할 겁니다-



"뒤도 봐야지. 유니가 돌려줄게."



어느새 슈엔에게서 내린 유니가 다리를 휘둘러 슈엔의 골반을 옆에서 후려차자 뻑! 소리가 나며 슈엔의 시야가 휙 돌아갔다. 끔찍한 고통에 그만 혀를 씹어버린 슈엔은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입을 틀어막은 손이 바닥에 처박혔다.


"으브아갸아아아악!!!"

"감히, 누구 앞에서 손을 들어."


슈엔에게 익숙한 모습의 파츠가 그녀의 손을 자근자근 짓밟았다.

수많은 양산형 니케들이 손길을 펼치고 있었다. 손이 없는 이들은 발로, 발도 없는 이들은 이빨로, 입이 성치 않은 이들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아악! 악!!!"


그렇게, 한 차례 폭력의 폭풍이 지나고. 양산형 니케들의 순번이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이름이 있는 이들의 차례.


"슈엔, 유니가 한 번 더 차줄까?"


언제 발길질이 날아올세라 슈엔의 후다닥 고개를 돌렸다. 겉으로는 순종하는 듯한 그녀의 눈에는 미처 지우지 못한 반항심이 살아있었다. 입은 모멸감에 악물어있었고, 손은 분노에 못이겨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커맨드 센터 바깥쪽의 광경을 목도한 슈엔의 눈이 크게 뜨였다.

메티스 스쿼드.

그녀들을 중심으로 증오에 불타는 니케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

슈엔은 미칠듯한 불길함이 등줄을 타고 뇌를 뭉개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안돼애애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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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지 밀고나니 학대글을 멈출 수가 없었다 ㅆㅂ... 분명 이런 글 그만 쓴다고 했었는데.

혹시 슈엔이 진심으로 본인 최애캐고, 이런 글이 올라오는게 불편하다면 댓다셈.

앞으론 안 쓰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