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nikketgv/67303473


3편

https://arca.live/b/nikketgv/67661752

======

나 웨 이거 어제 올린 걸로 착각했을까.

======





"...?"


"...?"


"...?"


점심시간.소피아도 페트로니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크리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뭐?웨?"


"...."


페트로니스는 자신의 핸드폰을 켜서 뭔가를 유심히 보더니 다시 한번 크리스를 뚫어져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만하지?밥 먹는 여자애를 위아래로 훑어보다니,무슨 성희롱이야 이거?"


"....어....아니...잠깐..."


전에 없던 진지함으로,페트로니스는 핸드폰의 사진과 눈앞의 크리스를 번갈아보면서 두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사랑해도 될까요?"


"푸흡!!!!"


뜬굼없는 소리에 소피아가 마시던 음료수를 뿜어댔다.


"...???"


"되겠냐?"


"쿨 누님은 안되겠지만, 크리는 될 거 같아."


그러던 말던 크리스와 페트로니스의 문답은 계속되었다.


"꿈 깨."


"쿨 누님이야 꿈이겠지만, 크리는 희망이 있는 현실이야."


"아닌데욤?"


"맞다고."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다. 쿨의 지금 무대 복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것.쿨의 무대영상을 닥치는 대로 보면서 뜬눈으로 지새운 뒤,새벽에 근처 편의점을 탈탈 털어 대량으로 준비해둔 60 데니아의 팬티 스타킹.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악세사리나 화장은 불가능.그런 건 조금 더 나중으로 미뤄두고, 일단은 조금씩...한발자욱씩 나아가자.




....

...

..

.




"크리 말야..."


"응?"


"왜 갑자기 팬티 스타킹만 일주일째 신고 오는거야."


소피의 질문.억양은....궁금증...?아니...의혹...?


"그동안 심드렁 하더니, 드디어 쿨 누님의 멋짐을 크리가 깨닫고 만거야!"


페트로니스의 평소와 다를바 없는 가벼운 대답.


"추워서."


최대한 무감정하게 대답했다.


"갑자기?아직 여름인데?"


"알게 뭐야. 진짜 추운데."


"여름감기?"


"아니요."


"...."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소피아의 의심+의문스런 눈초리..그래..그정도는 각오했어.그리고 이쯤이면 되겠지....?돌발 이벤트.


"자,이거 증거다,왜?"


소피아에게 집에서 가져온 보온병을 내민다. 물론 완전 뜨겁지는 않고 그냥 미지근하게 데워놓은 물이었다.소피아는 보온병의 물을 살짝 먹어보고는 정말 온수라는 사실에 더 더욱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추워서 그런다는거 믿지?"


"....어.....그...."


"마셔봤으면 나 줘.목말라."


소피아가 쥔 보온병을 당긴다.그리고 살짝 손을 풀어서 위쪽을 살짝 밀어 회전을 먹인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더 풀면...

핑그르르 돌면서 떨어진 보온병에서 미지근한 온수가 쏟아진다.미리 그쪽으로 내밀고 있던, 60데니아 검정 스타킹을 신은 내 무릎 위로.


"꺄악!!!"


"앗,미,미안해!!!"


"괘,괜찮아,크리스!??"


성공.며칠전부터 연습했던대로, 미스없는 완벽한 성공.소피아와 페트로니스의 깜놀.페트로니스는 정말 크게 놀랐는지 내 풀네임까지 불렀다.


"아...뜨거....."


최대한 표정을 찡그리며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어..어어....어떡해..."


"어....어....."


소피아는 말그대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페트로니스는...물에 젖은 까만 스타킹 허벅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여기까지...


"이,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호실 갔다올께."


"가,같이가!나때문에...!"


소피아가 당황한채로 같이 일어났다.그래...이번 이벤트는 여기까지니까...지금은 페트로니스의 차례는 아니다.


"응.부축좀 해줘."


"그,그래.양호실 가자."


"페트로니스는, 우리 점심 먹은거 정리좀 해줄래?"


"어!??어...그..그래!알았어!"



....

...

..

.



덥다.팬티스타킹은...덥다.여름에.당연히 덥다.안더울수가 없지.

아무리 나라도 조금은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벌써 일주일...준비한 이벤트가 아직 발동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날씨가 더울것.페트로니스가 내 앞에 있을것.소피아가 멀리 있을것.

벌서 3일째 기회가 오질 않는다.


"더워..."


"그래.덥겠지...이 더운 날에 팬티스타킹이라니..."


소피아가 핀잔섞인 말투로 지적한다.


"정말 신기한 병이야. 하반신 냉증이라니."


"낸들 알어.의사가 그렇다는데 어쩌겠어."


땀을 흘리면서도 팬티 스타킹은 포기하지 않는다. 하반신 냉증같은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내가 알게 뭐람.


"근데 쿨도 대단해.쿨은 그런 병도 없는데 이번 곡 활동하는 내내 팬티스타킹을 고수하잖아."


"쯧쯧, 소피도 아직 어리구만."


"하아?"


페트로니스가 끼어들었다.


"그게 바로 쿨 눈나의 매력포인트인거라구.남자들을 빠짐없이 홀려버리는 매직 아이템!"


"...뭐래.....쿨이야 연예인이니까 그런거지, 크리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뭐,병때문에 그런 크리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페트로니스의 눈길이 슬쩍 내 허벅지로 옮겨가는 걸 캐치.잘 먹혀들어 가고있는 듯 하다.


"검스의 매력을 모르는 소피가 불쌍해."


"누가 그걸 모른대냐!난 그냥....."


"소피아!"


노곤해질 무렵,기회가 찾아왔다.


"응?"


"선생님이 부르셔~"


"옼케!"


갑작스런 선생님의 호출.기회가 왔다.


"뭔일이래?"


"아...전..."


"응?"


전...?"


"그,글쎄? 소피가 뭔 사고 친게 있는건가?"


"??뭔말 하려다가 관두지 않았어?"


"응?뭐가?"


뭔가 숨기고 있다...?


"...."


아냐.하지만 지금은 다시 얻기 힘든 기회다. 궁금한 건 사실이지만 다음 기회로 넘겨야 한다.지금은 준비한 이벤트를 진행시켜야 한다.


"아우.....더워...."


"정말 고생이긴 하겠..."


슬쩍 상의의 앞섶을 펄럭여 가슴에 바람을 불어 넣는다.물론, 게슴츠레 뜬 눈으로 페트로니스의 눈이 내 가슴을 향하는 것을 확실히 확인해둔다.오늘 이벤트는...조금 강했는지도?


"근데, 소피아가 뭐 때문에 불려간건지 정말 몰라?"


"어,어!??어??"


허둥대는 모습을 보니 완전 빠져있었던 것 같다.


"그,글쎄. 정말 모르겠네?"




...다음 이벤트를 준비하자.





....

...

..

.





여름이면 빠질 수 없지.비.비가 온다는게 뭐가 그리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여름에는 며칠 동안 비가 오기 마련이다.


"그럼, 모두들 비오니까 우산 잘 챙겨서 얌전히 집에 들어가도록."


"네!!"


담임 교사의 종례가 끝난 후, 귀가 직전에 담임교사는 소피아를 불러세웠다.


"소피아는 교무실에 들렀다가렴."


"네."


평소보다는 조금 기운 없어 보이는 대답이었다. 그러고보니 아직, 소피아가 선생님들과 뭘하는 건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분명 뭔가 있긴 할텐데...


"소피,오래걸려?"


"아마도.오늘은 먼저가."


"그래,알았어."


소피아와 작별인사를 하고는 페트로니스가 나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소피랑 같이 못가겠네.둘이 가자,크리."


"응."


학교 건물을 나서니 정말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각자의 우산을 하나씩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페트로니스도 자신의 우산을 폈다.이제 내차례.연습한대로 잘 되려나...?


우산을 펼치면서 우산을 말아놓을 때 쓰이는 끈을 미리 살짝 찢어놓은 틈 안쪽으로 밀어넣는다.그리고 그대로, 안쪽에서 우산의 지지대를 밀면서 있는 힘껏 함께 밀어버렸다.


찌이이익!!!


"아악!?!?"


"????"


아무것도 모르는 척, 동그란 눈을 뜨고 우산을 쳐다본다. 길게,처음부터 끝까지 일자로 길게 찢어졌다. 퍼펙트.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


"........"


나도 페트로니스도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았다.


"히잉...."


슬쩍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딱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인다.이것도 거울을 보며 열심히 연습했다.


"가......"


"..."


"같이, 쓰고 갈래???"


계획대로.


"찰박...찰박...."


가만 생각해보면, 페트로니스와 단둘이 되어 본 건 처음이다.애초에 소피아가 없으면 내가 페트로니스와 만날 일이 없으니까. 바닥에 살짝 고인 빗물을 차내는 소리가 제일 클 정도로,

페트로니스는 아무런 말도 안하고 걷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고 판단하건데, 긴장한 것이 확실했다. 의외라면 의외. 평소 그렇게나 음담패설만 나누더니, 정작 실전에는 약한 타입?

...그건 그렇고 페트로니스의 집이 더 가깝다.조금 있으면 헤어져야 할 시간.아직...진짜 이벤트는 벌어지지 않았는데....일단 구상했던 이벤트대로라면 이대로 발에 걸려 넘어져야 하지만,

그 작전은 평소대로 페트로니스가 음담패설을 재잘거리고 내가 거기에 대답을 하면서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져야 하는데...이런 상황은 예상못했다. 뭔가 수를 써야 하는데....


"부르릉~"


오토바이가 지나간다.우연의 신이 있다면 내 편인게 분명하다. 살짝 옆으로,도로 쪽으로 슬쩍 몸을 옮기곤 핸드폰의 액세사리로 달려 있는 인형을 떨군다.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도로쪽으로 몸을 숙인다.


"으,으악!!!!!"


"엉!?"


갑작스레 도로로 몸을 내민 날 보고 오토바이 운전수가 깜짝 놀라며 급브레이크.바닥에 고인 빗물이 파도처럼 일어나며 날 덮쳤다.


"꺄악!!!!"


온몸에 물을 뒤집어 쓰고는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이 미친년아!!!이게 뭐하는 짓이야!!!"


"뭐,뭐라고요!?"


성난 오토바이 운전수의 말에 페트로니스가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사람한테 물을 끼얹었으면 사과부터 해야지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이 띨빡새끼야!!니 애인이 먼저 도로쪽으로 나왔잖아!!!"


"예!?애,애인...!?!"


"애인 간수나 잘해,이 좆만한 년놈들아!!!사고날뻔 했잖아!!!에잇퉤!!!재수가 없으려니까 정말!!!!"


오토바이 운전수는 그렇게 욕과 침을 내뱉고는 쌩하니 가버렸다. 그리고 페트로니스는,넋이라도 나간 듯 멍청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이거, 효과 두배 깜짝 이벤트구나.




똑똑....


샤워실 바깥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그....일단....옷....준비해 뒀으니까...다 씻으면 입어..."


"응...고마워..."


옷이 완전 다 젖은 상태로 집에 가기엔 너무 불쾌하다고 떼를 써서 페트로니스의 집에 들어와 샤워실을 빌렸다.당연히 갈아입을 옷 같은게 있을리 없으니, 페트로니스의 옷을 빌리기로 했다.

수위조절이 필요했다. 아직이다. 아직 엔딩은 너무 이르지.


"...."


나도 그렇지만, 페트로니스도 별 말이 없었다.나야 일부러 그러는 거지만, 페트로니스는 말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지.속옷하나 없이 자기가 골라준 박스티에 짧은 반바지만 입고 있는 여자와 함께

솔로 여가수 쿨의 무대영상을 대형 모니터로 보고 있지만....솔직히 정신이 완전히 다른데 팔려있는 건 누가봐도 명백해 보였다.


"그.....그러고보니...."


"응?"


한참의 침묵을 드디어 깨트렸다.


"하....하반신...냉증...?그건 괜찮아?"


"....."


말하면서 슬쩍 고개가 내 다리쪽으로 향했다가 혼자 퍼뜩 놀라며 정면으로 번개같이 돌아간다.알기 쉽네.서비스...할까?


"만져볼래?"


"응!??"


"하반신 냉증. 확인해볼래?"


"어?!?!?어......어....?어어!?!?"


허둥지둥댄다. 어버버 댄다. 완전 당황했다. 아무것도 못하고 빳빳하게 굳어있는 페트로니스에게 피식~하고 웃어주며 그의 왼손을 잡아 내 허벅지로 이끌었다.


"!!?"


자기 손에 내 허벅지가 닿는 순간 페트로니스의 전신이 움찔거렸다.그리고, 나 역시 전신에 전기가 한번 확!하고 훑고 지나갔다.묘한 쾌감이었다.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되지.이벤트는 아직 안끝났다.

페트로니스의 손을 허벅지에서 아래로,아래로 이끌어 내 다리를 쓸어 내린다. 허벅지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정강이를 지나 발목을 타고 내려가 발가락 끝단까지...일부러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어때?"


"으응!?어....어떻냐고!??!?"


"응."


"....어....그...그게.....부....부드러ㅂ...아,아니 아니!!..."


어버버 대면서도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었다.


"....따듯해."


아마 필사적으로 생각해낸 '신사적인' 답변인 모양이다.다행히, 기출범위 내의 대답이다.


"그렇지?신기하지?체온은 전혀 이상 없는데, 나한테는 계속 춥게 느껴지는 거야.하반신 냉증이라는거."


"그....그래..?어....어어...되게...아프....아..아니...불편하겠다..."


"그래도 괜찮아.따뜻하게만 해주면,그렇게 불편하진 않아.예를 들면..."


다시 페트로니스의 손을 허벅지까지 쓸어 올린다.


"......!!!"


"이렇게, 따듯하게 뎁혀주면 오히려 기분 좋거든."


"그....그래....그....그렇...쿠나....으응.....응...."


...슬슬....이벤트는 종료시켜야겠다.수위조절은 중요하니까 말야.


"시간이 늦었다. 나 슬슬 집에 가볼게."


"어!??어어???아...그 그래!!응.알았어."


"옷은 꼭 세탁해서 돌려줄께."


"어....아니....안해도...아니....아냐...어....알았어...."




....

...

..

.



"소피아"


"네."


"오늘도 교무실로 오거라."


"네."


벌써 일주일 째. 소피아는 계속해서 방과후 교무실에 호출되었다. 그러다보니 슬슬 엉뚱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그나마 담임교사가 여선생님이라서 덜하긴 하지만, 매번 교무실에 불려가는 여학생.

음담패설의 좋은 먹이감이다. 그러다보니, 페트로니스는 소피아를 위해 교실에 남아있게 되었다. 며칠전 그 엉뚱한 소문을 믿고 혼자 돌아가는 소피아가 어떤 학생들에게 습격(?)을 당한 모양이다.

습격이라고 할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여튼 엉뚱한 접근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고 그걸 알게 된 페트로니스는 교실에서 소피아의 볼일이 끝나면 함께 돌아가는 식으로 하교를 했다.

그리고 오늘도, 페트로니스는 모두가 떠난 교실에서 멍하니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딱 좋다. 소피아의 볼일은 평균 2시간 정도 걸리고 아직 30분도 안지났다. 시간은 충분.

이벤트 발동이다.교실 바깥으로 나가 일부러 흙탕물을 세게 밟는다. 튀어오른 흙탕물이 팬티스타킹에 묻는다. 두세번 반복해서 흠뻑 적시고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지잉-


"?...어!?크리...!!무슨 일....!!"


날 보고는 말을 미처 다 끝마치지 못하고 얼어부는다.느껴진다.그 시선이.젖어버린 팬티스타킹에 꽂히는 시선이.


"도저히 이대로 집에 갈 수가 없어서 갈아 신으러 왔어."


"어....어.....그.,..그래....."


"저번에 오토바이도 그렇고,오늘은 자동차였지만, 죄다 왜그리 물을 튀기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네 정말!"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교실의 내 자리로 갔다. 책상 서랍에 새 팬티스타킹 여분을 한개 준비해뒀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부러, 마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 처럼

페트로니스를 등지고 서서 팬티스타킹을 벗어 내렸다.


덜컹-


내 등뒤에 눈이 달렸다면, 아마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있었을 게 분명했다.팬티 스타킹을 내리느라 제자리에 서서 상체를 숙이는 자세덕에 분홍빛의 조그마한 팬티에 감싸여 있는 엉덩이는

페트로니스쪽으로 들이 밀어졌을 것이고 팬티스타킹이 벗겨진 맨다리는 며칠전 자신의 손으로 쓰다듬었던 그 감각을 되살아나게 했으리라.속으로 빙고를 외치며 한쪽 다리를 들어 팬티스타킹을

벗어냈다. 다시 다른 한쪽 다리도 들어 완전히 벗고서는 꼬깃꼬깃 접어서 한쪽에 내려놓았다.


"근데, 페트로니스는 소피아 기다려?"


"...어!?어....!!어!!그...그래!!응!!"


뱀 앞의 개구리가 놀라면 저렇게 놀라려나...


"페트로니스는 지극 정성이네.소피아한테."


"어...그...그렇지 뭐!!!아하하하!!그 녀석은..."


잠시 뜸을 들이며 할말을 찾는 듯 했다.


"그 녀석은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안되거든!어릴적 부터!아하하하!!!"


엄청나게 어색한 억양이다. 그래,그래도 그 장단에 맞춰줘야 이벤트가 지속되겠지.


"부럽네.너네 둘 언제부터 알던 사이야?"


"으응??어...어릴때부터....어...4살...??그정도였나봐...아하하하..."


"페트로니스가 챙겨주는 쪽이야,소피아가 챙겨주는 쪽이야?"


"엉?.....어...다,당연히 내가 챙겨주는 쪽이지!그녀석 꼭 머리나쁜 여동생 같아서, 내버려 둘수가 없다니까.아하하하하..."


오케이.쉬운 루트네.


"꼭 오빠같이 말하네."


"비슷한거지."


"흐음....."


뭔가 생각하듯이 잠시 뜸을 들인 뒤 뒤를 돌아봤다. 그랬더니 페트로니스는 딱 봐도 어색한 자세로 나와 반대편을 보고 있었다.피식...하고 속으로 웃은 뒤, 연습해둔 연기를 시작한다.


"페트로니스.나좀 봐봐."


책상위에 걸터 앉으며 페트로니스를 불렀다. 내 두발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페트로니스 앞에 가지런히 서 있었다.


"...어....??"


며칠만에 본 내 맨다리에 또 다시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 듯, 페트로니스의 초점이 흐릿해졌다.


"나도 누가 좀 챙겨주는 거 경험해 보고 싶은데..."


"......"


"마침, 그거 잘하는 오빠가 눈앞에 있네?"


"........어.....???"


한손에 아직 포장도 뜯지않은 새 팬티 스타킹을 들고 말했다.


"이거. 신겨줘."


"..어???!?...어????"


당황...아니, 놀랐다.


"얼른.나 다리 추워."


"어.....어어....."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내앞으로 다가왔다.좋아,흥분업 이벤트다.팬티 스타킹을 포장째 입에 물었다. 그리고 얼굴을 내민다.


"!!!!"


완전히 넋이 나간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눈을 가늘게 뜨며 웃는다.


"...."


마치 무언가에 조종당하듯,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올라왔다. 그대로 잠시 허공에 멈췄던 손은, 이내 팬티 스타킹 포장을 집고는 마치 애기라도 다루듯이 조심스레 내 입에서 빼냈다.


뚜둑-찌익-


포장을 찢어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어...어느쪽부터...신겨야 돼,이거?"


"응?페트로니스 맘대로."


"어...그래...."


덜덜 떠는 손으로 팬티스타킹을 양손으로 잡는다. 죽 늘어진 다리 부분을 한쪽씩 고이고이 접으면서도 슬쩍 슬쩍 나를 올려다보다가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금새 다시 고개를 돌린다.아아....서비스 조금 더 해줘야겠네.


"아,블라톡 왔다."


"..."


페트로니스를 바라보던 시선을 치우고 얼굴앞에 핸드폰을 들었다. 이제 나의 시선은 완전히 핸드폰에 빠져 페트로니스를 보지 못한다...고 보일것이다.


...꿀꺽....


침삼키는 소리까지도 크게 들리는 고요한 세계...카메라 촬영모드를 통해 페트로니스의 얼굴을 훔쳐본다. 그걸 알리가 없는 페트로니스는 슬쩍 고개를 올렸다. 아아...그래...보고 있다. 내 다리를 쭉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그곳.

작고 귀여운 분홍팬티.바로 몇분전 봤었던 팬티.단지 몇초만으로도 완전히 취해버린듯, 넋나간 얼굴로, 팬티스타킹을 접던 손도 멈춘 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10초....15초....20초....서비스는 여기까지.


"페트로니스?"


"어엉!?!?"


꽥 소리를 내며 놀랐다.


"...뭐함?"


"...어!?아...아냐....어! 지금 신겨줄께."


허둥지둥 잡고 있던 팬티 스타킹을 고쳐잡고는 다짜고자 한손으로 내 발을 잡았다.


"꺄아..."


"!!!?"


그 손이 닿은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살짝 터져나왔다. 이건...쾌감...?놀람...?며칠전에 페트로니스의 손을 내 허벅지에 올렸던 때에 느꼈던 찌릿거렸던 그 느낌이 다시 한번 슬쩍 지나갔다.


"가,간지러워서 그래!놀랐잖아."


"어?!?아...미...미안...신겨줄께..."


가만히 쳐다보니, 페트로니스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을 맺혀있었다.어지간히도 긴장한 모양이다.아니, 흥분한건지도 모르겠다.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내 발바닥을 잡고 발목을 잡고 팬티 스타킹을 발에 끼우고, 다른 쪽도 끼우고...

조금씩...천천히...그리고 에로틱하게...팬티스타킹을 들어 올리며 내 다리위에 씌어갔다.그 느릿느릿한 손길이 닿는 곳마다 전기가 찌릿찌릿 거렸다.아아...이거...기분좋아....팬티 스타킹을 올리면서 점점 페트로니스의 얼굴도 따라 올라왔다.

두 다리 사이...양쪽 정강이 사이에서...양쪽 무릎사이로...양쪽 허벅지 사이로....그리고...조금 더...위로.....


"하아....하아...."


따뜻한 숨결이 허벅지 안쪽에 닿았다. 간질간질 거리면서도,뭔가 따뜻한....기분 좋은 느낌.....


"...."


"...."


시간이 멈췄다.아니,아니지.시간은 멈추지 않았지만, 페트로니스가 멈췄다. 얼굴은 치마 바로 앞에 멈춰 있었고 스타킹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하아....하아..."


페트로니스의 숨소리만이 거칠게 들린다....


"어.....엉덩이..."


"....응?"


"...엉덩이 들어줘...스타킹...끝까지 신겨줄께."


"....응..."


걱정반 기대반이었지만, 다행히 원하든 반응이었다.여기서 이대로 덮쳤다면 그때는 플랜 B로 넘어갔겠지만, 다행히 페트로니스는...내 계획대로 움직였다.



....

...

..

.



"...자취???"


소피아의 말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내년까지,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혼자 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부모님이 직업상의 이유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소피아는 페트로니스와 헤어질 수 없다면서 박박 우겼고 가출까지 했으며,

페트로니스와 외박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아...'


순간 머릿속에 그날의 광경이 떠올랐다. 집을 뛰쳐나간 소피아와 그녀를 안고 있던 페트로니스.그래...그날이 틀림없다. 그리고 당연히 바로 다음날 집에 들어가긴 했지만 부모님과는 거의 맨날 싸워댔으며 설득을 시작.

도저히 자식의 고집을 꺽지 못한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고,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소피아가 교무실에 호출되었던 것이다.

거의 2달을 끌어온 길고 긴 설득끝에, 부모님은 먼저 전근을 가고, 소피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만 현재 지내고 있는 집에서 자취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잘도 고교생을,혼자 자취를 시키는구나..."


"선생님이 편들어 주셨어!!!"


"소피아가 전학 안가도 되게 도와주신 선생님께 감사!!!!!!"


...언제나의 바보로 돌아와 있는 페트로니스....그를 손에 넣기 위한 계획..........계획에 수정이 필요하려나....잠시....지켜봐야겠다...






이벤트 기회는 좀 늦게 찾아왔다. 소피아로부터 초대가 있었다. 쿨의 가을 콘서트. 직캠 영상을 긴급입수했다고 한다.

물론 어차피 조금 있으면 멋드러지게 편집되고 훌륭한 연출이 가미된 정식 콘서트 영상이 디지털 판매를 시작할테지만, 날 것 그대로의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소피아도,페트로니스도 영상에 흠뻑 취해버린 것 마냥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마도 내가 보는 것은 이 둘이 보는 것과 다를테지.

둘은 '쿨'그녀 자체를 좋아한다.그녀의 노래,그녀의 노랫말,그녀의 의상,그녀의 습관,그녀의 취향....

내겐 크게 중요하지 않다.내게 중요한 것은 그중에, 페트로니스가 좋아하는 포인트.평소에 지겹도록 듣던 그 음담패설속에 담긴 힌트, 그것은 검스패티시.

좀 더 정확히는 그냥 쭉 뻗은 각선미를 좋아하는 거겠지만, 쿨이 검정 팬티 스타킹을 신고 컴백한 그 이후 페트로니스의 흥분은 배에 달했다.

그 분석은 정확했고, 몇 번의 이벤트로 적어도 페트로니스의 기억에는 내가 남아 있을 것이다.오늘, 그 증거를 채취할 날이다.


무려 8시간의 영상이 끝난 직후, 시간은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소피아도, 페트로니스도 영상을 다 보고 난뒤에는 '더이상은 못 깨어있어!!!'라며 곧바로 잘 준비를 했다.

방이 두개 있었기 때문에 나와 소피아가 한방에, 페트로니스가 다른 방에 혼자 자기로 했다.그게 아까의 12시 즈음의 일.하지만 내 정신은 멀쩡히 깨어 있었다.

애초에 쿨의 콘서트에 정신력을 소모하지 않은 탓인지, 전혀 졸립지 않았다.그래...내 목적은 따로 있었다.소피아가 잠든 걸 확인한 후,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페트로니스가 곤히 자고 있었다.아...얼마만에 단 둘이 있어보는 건가...마지막 추억이 비오는 여름날이었다.그런데도 그 기억은 흐려지긴 커녕 뇌리에 박혔다.

나만 그런것일까?지금부터 그걸 확인할 것이긴 하지만, 페트로니스에게도 꼭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내 계획대로 되면 좋겠다.

거실에서 가져온 의자를, 똑바로 누워 자고 있는 페트로니스의 발치에 두고 앉았다. 발을 살짝 뻗어 그의 정강이를 톡톡 건드렸다.깨어나면서 소리를 치지 말아야 할텐데...


"....?"


깊게 잠들지 못했던 것일까?의외로 금방 잠에서 깨어났다.


"..."


그리고 역시 의외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상체를 일으켜서는 의자에 앉아있는 날 올려다보고 가만히 있었다.


"페트로니스...오랜만이야..."


낮게,그리고 작게 목소리를 낸다.내 목소리가 방아쇠라도 된걸까.이불을 걷어치운 페트로니스가 내 발로 기어오더니 내 발등에 볼을 부벼댔다.


'....'


내 예상이 맞았다.그리워 했으리라.또 다시 만지고 싶어 했으리라.내 발,내 다리의 감촉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했으리라...그 뇌리에 박혀있으리라...


'쉬이~'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하나 갖다대고는 조용히 하라 지시한다.그리고는 나도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 팬티 스타킹을 벗어내리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소리를 내며 벗어지는 팬티스타킹을 따라 페트로니스의 시선이 움직인다.다 벗은 팬티스타킹은 마치 선물을 하사하듯이 페트로니스의 머리에 씌웠다.


"흐읍....흡......"


남아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내 채취를 맡겠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버린 팬티스타킹에 코를 킁킁대고 있었다.그 광경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그가 나에게 빠져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나, 겨우 이걸로 만족할거면


이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다.한쪽 발을 뻗었다. 페트로니스의 입에 발가락이 톡 하고 닿았다.


"흐읍??"


페트로니스가 정지했다.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살짝 등을 밀어줘야하려나?


"차가워...따듯하게..해줄래?"


"..."


두손이 공손히 올라와 발꿈치를 받들듯이 잡았다.그리고 빼꼼히 입을열고 나온 혀가 내 발가락에 키스했다.


"읏....."


다시 한번 찌릿하고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분좋은 감전...이 시작됐다.혀를 내 발가락에 댄채 페트로니스의 얼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조금씩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다른 발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핥고,조금씩 위로 이동해

발등에 키스를 하며 잠시 멈췄다.사람의 혀는...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발등을 통해서 느껴지는 이 약한 감각조차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흐...읏..."


자동으로 약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정신적으로 너무 흥분한 것 같았다.이러면...안되지...어느새 페트로니스의 혀는 정강이를 타고 올라와 무릎에 까지 도달해 있었다. 혀가 지나온 길에 남은 침이,체온이 여윤을 남기고 있었다.


기분좋았다.좋았지만...이제 슬슬...때가 되었다.


탁-


"!?"


갑작스레 방안에 불이 켜졌다.


"뭐...하고 있어.....니들....?"


"...."


"아....."


그래. 살짝 열어놓은 문. 잠그지 않은 페트로니스방의 문.소피아가 들어와 버렸다. 계획대로.


.

.

.

.

졸업식은 참 시시했다.아니, 정확히는 애초에 내 모든 관심은 오직 하나에 쏠려 있었다.그날밤의 사건 이후, 소피아는 나는 물론 페트로니스와도 완전히 갈라서 버렸다.서로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피아와의 이야기. 학교에서는 나도 페트로니스도 굳이 소피아의 심기를 건드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물론 그리 친하게 지내던 3명이 갈라서 버린 상황에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긴 했지만,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내 관심사는 오직 페트로니스의 완벽한 소유.그 날이후 완벽히 내게 빠진 페트로니스에게 집안사정을 설명했다. 졸업 후엔 곧바로 독립해서 살거라고.그때 네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했고,결과는 대성공.


시작은 페트로니스의 집안의 도움일 받았다. 작은 주택에 월세를 들어 살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나도 페트로니스도 고교 졸업후 바로 취직해봐야 어디 훌륭한 취직자리가 있을리는 만무했으니 소소한 행복에 겨워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건 확실히 할 수 있었다.나는 '태양'을 뺏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아무리 짜증내도, 힘들고 우울한 일에 지쳐있을 때에도 나를 향해 웃어주는 태양...그토록 원하던 태양...그게 내 손에 들어왔다. 내 1년간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