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에서 전투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우선 적들은 주인공보다 강하거나, 아니라면 몰래 기습하거나 모여 있는 형태로 등장해야 함.


  예를 들어보자, 강력한 야수나 기사들은 자신들이 만만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음. 그리고 나약한 고블린들은 자기들이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


 이런 약한 놈들이 열세를 메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 바로 기습과 물량 공세(+협업)임.


 일단 기습은 성공만 하면 주도권이 자신에게 넘어가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음. 쪽수와 정교한 함정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고.


 예시를 들어보자, 한 닌자가 숨어있는 방에 주인공이 들어옴.


 닌자는 그냥 주인공의 빈틈을 노려 주인공을 공격할 수도 있지만, 더 정교한 방법을 쓸 수도 있음.


 금화가 가득 든 상자를 안 보일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잘 보이는 곳에 둬 정신이 팔리게 만든다거나,


 일부로 엉성하게 함정을 설치해서 주인공이 함정을 해체하는 사이 기습할 수도 있음. 운이 좋으면 실수로 함정이 작동해서 주인공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고.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히면 전투가 자신에게 유리해지는 거지.


 또 수적 우세는 약자들이 강자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 수단 중 하나다. 다굴 앞에 장사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여기에 협업이 더해지면 나는 탱, 너는 딜, 너는 힐과 같은 식으로 역할을 분담 시켜서 하나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적을 안정적으로 쪽수로 밀어붙일 수 있음. 여기에 뛰어난 지휘까지 더해지면 더 좋다.

 이러한 협업의 가장 훌륭한 사례는 다름 아닌 다키스트 던전 2의 적들 중 하나인 '사라진 대대'임.


 보병은 어디 있든 적들을 공격할 수 있는 데다 지휘가 더해지면 고수를 보호하는 탱커도 될 수 있고


 쇠뇌병은 원거리 사격으로 뒤에서 엄호하는 적들을 먼저 족치는 딜러고,


 탱커인 기사는 공격 받을 때마다 반격할 뿐만 아니라 출혈을 통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혀 단기 결전을 강요하는 데 피통은 더럽게 많아 빨리 죽이는 것도 힘들고,


 고수는 지휘를 맡는데 보병을 방패로 내세우고, 기사와 쇠뇌병에게 명령을 내리면 곧 놈들이 적들에게 무지막지한 딜을 퍼부음.


 군종은 자해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시체만 남아 있다면 아군이 죽어도 되살리는 게 가능한 힐러인데 적들의 정신력을 거덜내는 데에도 특화된 힐러+디버퍼다.


 게임에서는 이런 놈들이 한 번 전투할 때마다 최대 넷 밖에 나올 수 없는 게 다행이지(그마저도 기사가 등장하면 최대 셋), 만약 5~6이 한꺼번에 나와 고수가 이들을 지휘하고 기사는 전열에서 방패가 되고, 고수가 이들을 지휘하며, 보병은 고수의 방패가 되어 묵묵히 검을 휘두르고, 쇠뇌병은 계속 석궁을 쏘고, 군종은 계속 아군을 되살린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주인공이 홀로 이 상황에서 싸우게 된다면 대부분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올 것이다.


 "버틸 수가 없다!!!"


 의외로 기사만 빼면 녀석들 하나하나는 그리 강력한 놈들도 아닌데 셋만 모여도 자신들보다 강력한 적 넷 정도는 손쉽게 족치거나 큰 피해를 입히는 게 가능한 녀석들이다.


 더 끔찍하게 이 두 경우를 합친다고 해보자.


 주인공이 기습을 당했지만 경상만 입고 가뿐히 피했는데 곧이어 아까 말한 고수나 보병 같은 놈들이 더 튀어나온다.


 이 경우에는 주인공이 한 놈의 매복을 눈치 채도 들키지 않고 숨어 있는 다른 놈들이 기습하면 되니까 한 놈만 잘 숨어도 무지막지한 치명타를 때려 박을 수 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끔찍할 정도로 강력한 적과 1대1로 맞붙는 게 낫지. 주인공 혼자서는 승리는 물론, 생존헤서 도망치는 것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기에 주인공의 혈압을 더 올릴 수 있는 요소가 몇 개 더 있다.


 우선 지형지물 활용이 있다.


 병법을 좀 알고 있다면 알 수 있겠지만 예로부터 공성전은 방어자가 공격자의 1/10 밖에 되지 않아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지형의 유리함을 활용해 적을 공격하면 적고 나약한 적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적들의 발을 묶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블러드본의 NPC, 고대 사냥꾼 듀라가 있다.


 이 놈은 구시가지 시계탑 위에서 플레이어가 적을 공격하는 게 보이면 곧바로 개틀링 기관총을 쏴갈긴다.


 블본에서는 플레이어가 듀라와 우호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시계탑 위로 올라와서 맞다이를 뜰 수도 있지만.


 만약 누군가 주인공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작정하고 마술, 활, 총기와 같은 화기를 동원해 주인공을 공격한다고 상상해보라.


(핀란드 최고의 저격수 시모 해위해)


왜 이 양반이 겨울전쟁 당시 소련군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뼈저리게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제압 불가


 기본적으로 아무리 공격해도 쓰러지지 않는 적은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목을 베도 죽거나 무력화되지 않는다면 적은 날 공격해서 유효타를 입힐 수 있는데 나는 그럴 수 없다는 뜻이니 이것 자체만으로도 충분이 주인공 자체가 열세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인 세키로의 사자원숭이


 이놈은 지네 덕에 불사가 되어 목 잘려도 금세 다시 일어나 싸운다. 작중에서는 2번 싸우고, 다행히도 2번째에는 육체가 극심한 전투로 인해 붕괴된 건지 말 그대로 꿈틀대며 살아'만' 있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 초재생능력까지 더해진다면 특별한 방법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무력화시킬 수도 없는데 이런 적들이 주인공보다 나약하다고 해도 작정하고 주인공 쫓아오면 그냥 도망가야 한다.


 물론 꼭 불사가 아니라고 해도 제압만 불가능하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리전이 있다.


 군대는 기세가 전부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곧 기세가 없다면 군대는 짚단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이는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주인공의 심리를 노리면 열세를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다.


 층간 소음이 얼마나 끔찍한 건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상당히 큰 고통을 받는데 만약 작정하고 마구 소음을 내면 사람 미치는 건 순식간이다.


 만약 적이 일부러 온갖 장치를 설치하고, 주인공이 들어오자마자 장치들을 작동 시켜 끔찍한 소음을 낸다고 해보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전투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자기들이 소음에 피해를 입는 것 정도는 미리 대책을 세워둬야겠지만.


 당연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한 가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지능노련함이다.


 앞서 말한 시모 해위해가 전설인 이유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노련하게 엄폐를 했고, 덕분에 스코프 없이 200m 거리 내에서 수많은 소련군을 도살했는데도 소련군은 그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능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노련함을 통해 예상치 못한 변수(함정이 작동하지 않는다든가 등)를 차단함으로 완벽하게 우세인 상태에서 적을 공격하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인 만큼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주인공 자격이 있는 거지.


 기습은 직감과 꼼꼼한 관찰력으로 파훼하고, 수적 우세와 협업에는 똑같이 수적 우세와 협업으로 대응한다. 대항할 수 없는 적은 그냥 도망친다.


 생각해보라. 적과 싸우는 건 승리를 통해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인데 승리가 불가능하다? 그러면 싸울 이유도 없다. 그냥 도망친다.


 그리고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는 쪽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동료들을 모아 함께 전투에 나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동료들의 비중도 생기게 된다. 같이 싸우면서 친해지고, 신뢰도 생기고, 서로 대화도 하는 거지.


 다음에는 강적들이 어떻게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가에 대해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