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붙잡고 장난으로 다리 다 떼버리거나, 잠자리 날개 떼버리거나 하는것들.


물론 초등학생도 선악의 개념과 하면 나쁜 짓 정도는 구분 할 줄 알지만, 그것과 별개로 진짜 큰 악의없이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그런 마지노선?같은 느낌. 중학생이면 '아 이건 좀 선넘는데.. 그래도 해볼까?' 같은 확실한 악의를 가진다면 초등학생은 '오.. 재밌어보인다.' 같은 느낌으로 저지름.


그걸 본 게 내가 초등학교 시절임. 요즘 애들은 모르겠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교라는 곳은 야생의 정글 그 자체였음.

반에서 제일 쌘 애가 제일 권력이 강했고, 걔가 두들겨패면 선생님한테 말해도 해결되는게 아무것도 없던 시절임. 부모님한테 말해도 지들 부모끼리나 말싸움하지 학교에서 두들겨패는건 멈추지 않던 그런 야생 그 자체인곳 그게 90년대 중반 이전의 학교라는 곳이었음.


여느때 처럼 학교에서 멍하니 수업듣고 지우개똥으로 찰흙을 만들며 놀던 나는 교실 한 쪽에 애들이 몰려있는걸 발견함.

궁금해서 '우우.. 장부이도 구경할래..' 하고 슬쩍 애들곁으로 다가간 나는 왕따당하던 애 한명이 의자에 다른애들한테 붙잡혀있고 책상에 한 쪽 팔을 올리고 있는걸 발견함.


90년대생 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반에 1~2명씩 꼭 왕따당하는 애들이 있음. 걔도 그 중 하나였는데, 평소였으면 원래 괴롭히던 애들이나 왕따인 애를 괴롭히고 나머지 애들은 구경하거나 무시하고 놀텐데 그 때는 왜인지 모르게 다들 몰려있었음.


애들 틈을 비집고 왕따 당하는 애를 자세히 보니 책상에 올려진 한 쪽 팔을 두명의 애들이 꽉 잡고있고, 평소에 왕따 괴롭히던 일진 애가 호일박스를 하나 들고오는거임.



반에 왜 호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호일박스에 들어있는 호일 써 본 장붕이들은 아마 박스에 호일 찢으라고 붙어있는 톱니 있는거 알꺼임.



요로코롬 생긴거.

근데 이 호일박스 들고온 애가 꽉 반 애들한테 붙잡힌 왕따 친구 팔에 그 톱니부분 가져다대고 막 겁주는거임 주변에 애들은 엄청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그러다가 팔에 톱니 꽉 누르면서 놀리던 일진애가 빠르게 손을 슥! 하고 톱질하듯이 당겼는데, 그 순간 주변에 피가 촥! 튀고 왕따 친구가 비명지르더라.


왕따애 붙잡고 있던 애들도 피 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치고 일진애도 진짜로 팔이 찢길줄은 몰랐다는 것 마냥 존나 놀라서 호일 떨어트리고 뒷걸음질 치더라.


나도 존나 놀라서 뒷걸음질 치면서 왕따친구 팔 봤는데 피 줄줄 흐르고 주황색 액체? 스펀지?같은  뭔가가 막 징그럽게 나와있더라고. 책상에도 주황색 물체가 묻어있고.


나중에 알았는데 그거 지방이라더라. 사람 살 찢으면 지방이 그렇게 팍 튀어나온 다는걸 그 때 알았음. 아마 인체해부 해본 장붕이가 아닌 이상 이런지식은 처음 듣는 장붕이들도 많을 듯.


그 후로는 뭐 팔 찢긴애는 팔 붙잡고 비명 막 지르고 반 애들은 놀라서 그 애 주변에 둥글게 에워싼채로 서로 눈치보고 일진애는 멍때리고. 그러다가 선생님이 와서 그 광경 보고 자기 차에 태워서 병원감.


그 후에 하교 할 때 까지 반 분위기 ㄹㅇ 다운되고 애들 다 책상에 남아있는 피 힐끗거리고 그럼.


나중에 팔 찢긴애가 퇴원했을 때는 일진애가 사과하던데 진짜 미안해 하는거 보면서 초딩애들은 진짜 '순수악'의 행동을 한다는걸 깨달음. 팔 찢은 일진도 찢긴애 붙잡고있던 애들도 그냥 진짜 '장난'이라는 느낌으로 그런걸 알고있어서 더 충격이었음. 지금도 내 뇌에 강렬하게 새겨진 초등학교 기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