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이 흔들린다.
잿빛 눈이 내린다.

"이런 씨발…"

하늘에서 천천히 낙하하는 먹구름 조각에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은 남성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눈이 닿은 머리, 손, 어깨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옷을 녹여내고 가죽을 녹이고 살을 녹인다.

그나마 뼈가 10초가량을 부글거리며 버텼으나 역시 녹았다.

방금전까지 남성이 서있던 곳에는 고약한 냄새를 가진 질척한 액체만 남아 남성의 존재를 증거했다.

다만, 그 증거 조차 내리는 눈에 파묻혀 사라지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치 않았다.

"뭐야, 머저린가?"

남성이었던 것을 바라보며 여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인간이 녹아버린 냄새는 고약했다.

여성이 쓴 우산에도 역시 눈이 내렸지만 우산은 녹지 않았다.

여성이 신은 장화는 우산과 비슷한 재질인지 역시 녹지 않았다.

그런 것은 여성뿐만이 아니었다.

지나가던 모든 이들이 여성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얼굴만 빼꼼내민 우스꽝스러운 옷, 장화와 장갑, 커다란 우산.

여성이 짧게 혀를 차고는 외쳤다.

"여기 담당 누구야? 병신하나 죽었어. 나중에 눈 그치면 청소해. 바닥이 눌러붙으면 답도 없어"

여성의 말에 여기저기 욕설이 들렸다. 왜하필 죽어도 여기서 죽었냐는 둥의 불평불만.

여성은 어깨를 으쓱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단골 식당에서 오늘만 파는 한정메뉴에 벌써부터 침이 고였다.

이번에 들여온 귀한 생쥐고기로 만든 한정메뉴.

얼마만에 먹어보는 육고기인지. 여성은 남성의 죽음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