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흉터 하나하나를 손끝으로 쓸어내리자니 아직 한 번도 사출하지 않은 채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에 닿았다. 그에 손가락을 감자 레스 키시르는 허리를 움찔거리며 그녀의 손을 떼어 내려는 듯이 뻗었다.


“공주님, 거기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쉬이.”


그 말을 입술로 틀어막으며 그녀는 아래를 가리려는 레스의 손을 치우곤 제 아래를 손바닥 전체로 몇 번 쓸어내렸다. 흥건하게 젖어 들어간 비부에서 흘러내린 애액으로 손바닥을 충분히 적신 레티시아는 그대로 단단하게 서 있는 성기를 그러쥐었다.


“윽.”


축축한 손바닥이 성기에 닿자 레스의 허리가 크게 떨렸다. 다시 한 번 손이 그녀를 밀어 내려는 듯 손목에 감겨 왔다. 그 미약한 저항을 무시한 채 레티시아는 남자의 성기를 부드럽게 쥐어짜듯 위아래로 자극했다.


“아, 아읏.”


갈 곳을 잃은 손이 지지대를 찾듯 그녀의 팔목에엉겨 붙어 왔다. 다른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려 버리며 레스 키시르는 마치 고문을 참듯 머리 위의 시트를 그러쥐었다. 땀방울 하나 흐르지 않았던 매끄러운 피부에 습기가 맺혀 번들거렸다. 허리가 활처럼 휘고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땅겨지며 시트를 그러쥐는 팔에 선명하게 힘줄이 돋아났다.


“하, 으응, 흐으…….”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신음에 레티시아는 저도 모르게 입 안이 말라 오는 것을 느꼈다. 시선 한 번 떼지 못하고 그녀는 남자의 인형처럼 잘 만들어진 미소가 사라진 창백한 얼굴이 도홧빛으로 물들며 일그러지고, 머리 위 시트를 그러쥐던 팔이 뒤틀려 단단히 부풀려진 상완근에 이를 박아 넣는 것을 바라보았다. 도망치고 싶다는 듯, 그러나 동시에 제단 위에서 도살을 기다리는 짐승처럼 체념에 젖어 그녀의 손 아래에서 흔들리는 모습에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아래가 다시 떨리듯 젖어 오는 것을 느꼈다.


“흣, 아윽, 아아, 공주, 흐읏, 흐, 아아, 그만……아윽!”


절정으로 치달으며 저 혼자 허리를 치대는 남자의 모습을 잡아먹을 듯 눈에 담으며 레티시아의 손가락이 스스로 클리토리스를 찾아 비볐다. 허리가 저절로 떨리고 시야가 좁아졌다. 거부하듯 레스의 고개가 세차게 저어졌다.


“흣, 아아!”


결국, 온몸을 벌벌 떨며 남자가 절정에 다다랐다. 울컥거리며 쏟아지는 정액과 함께 짙은 수컷의 내음이 확 비강을 찔렀다. 그 냄새를 폐부 깊게 들이마시며 레티시아는 절정에 달했다.


머리가 어지러워질 듯한 쾌락의 물결에 그녀는 목이라도 졸린 듯 숨을 헐떡였다. 레스가 그러쥐었던 손목이 그제야 얼얼하게 아파졌다. 아니, 그렇게 필사적으로 잡아 오는 남자의 힘을 무시하고 수음을 계속했던 오른팔 전체에 감각이 없었다.


“키시르 경…….”


한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을 때, 그녀는 순간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땀과 정액으로 엉망이 된 레스 키시르는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가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을 제외하고는 미동도 없는 몸은 손을 대어 보니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정사의 열기로 발갛게 상기되었던 얼굴은 혈색이 가라앉자 푸르스름하게 보일 정도로 창백했다.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던 눈에 한참 후에야 초점이 맺혔다.


그 시선이 제게 와서 박힌 순간 레티시아는 입술을 깨물며 오늘 밤 레스 키시르에게 손을 대었던 것을 후회했다.




고문 PTSD가 있어서 초점없는 눈으로 널브러진 남주...

신음소리는 너무 기집애 같아서 맘에 안드는데 꼴리긴 또 꼴린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