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수단 클리셰

 "크···!"

 마침내 노인은 쿨럭이며 입가에서 피를 뱉어내더니 비틀거리며 자세를 무너트렸고, 그걸 놓칠세라 나는 땅을 박찼다.

 그러자 노인은 검을 바닥에 꽂아 몸을 지지함으로써 자세를 다시 바로 잡았다.

 나는 그것을 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저래선 자세를 고쳐잡았다 한들, 이 거리에선 검을 다시 뽑아서 막기에는 너무 늦는다.
 나는 적의 실수를, 최후에 저지른 최악의 수를 보곤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어째서, 어째서냐.
 검성이나 되는 자가 어째서 저딴 선택을 했단 말인가.

 노인.
 그는 50년전 마신을 베어넘기고 50년간 검성의 칭호를 지켜온 영웅이자, 검을 다루는 자들로써는 하나의 우상이나 다름 없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검성이라는 칭호는 전혀 퇴색되질 않아, 이미 하얗게 세된 백발을 지닌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만나본 어떤 검사와도 비교 할수없이 격이 다른 검사였다.

 노인의 검격은 어떤 검사보다 묵직했고
 노인의 검격은 어떤 검사보다 빨랐으며
 노인의 검격은 어떤 검사보다 기민했다.

 그야말로 검성.

 그 칭호에 걸맞는 기량과 실력이었다.
 실제로 그와 검을 맞대는 순간순간에 나는 노인에 존경심이 일었고, 종국에 다다라서 지금은 경외심조차 들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마음속 한구석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저 노인이라면, 이런 상황에 처해도 무언가 전황을 바꿀수 있는 비장의 수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지만.

 노인은 내 기대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었다.

 검사로써 검을 버리는 선택.
 그가 내게 보여준 마지막 수는 어리석고 미련한 최악의 수 였다.
 최후의 최후에는 그도 결국 하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쯧. 하고 소리를 내며 혀를 찼다.
 너무나도 노인에게 실망스러웠다.

 때문에 나는 검을 든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나의 호적수이자 우상이 지금 이상으로 추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단칼에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런 결심을 다진 나를 바라보는 노인은 호기롭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눈매로 나를 바라보더니.

 검의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뭐?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땅에 검을 꽂아 자세를 다시 바로 잡는 것 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어째서 검을 놓는 것일까.

 저래서는 마치, 생을 포기 하는 것 같지 않은가.

 노인은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대로 검을 치켜든체 달려드는 나는 신경조차 쓰지도 않는 듯이 천천히 검을 놓은 손을 빈검집으로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숨을 내뱉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작게 읇조렸다.

 "오너라."

 노인의 그 조용한 한마디는 내게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분명, 평범하게 보자면 내 참격을 향한 말일탠데.
 어째서인지, 내게는 그런 확신이 들었다.

 분명 저 말은 내게 하는 말이 아니라고.

 근거는 없었다.
 그냥, 감이었다.
 하지만 감이라도, 어째선지 나는 저 말의 대상이 내가 아니란 것에 확신 할 수 있었다.
 왜인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왠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저 말이 나를 뜻하는게 아니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저건 누굴 향해 말하는 것일까?
 검성인 노인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서 검까지 버린체로 부르는 것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머릿속으로 의문이 오가는 사이 어느새 내 검은 노인의 목을 내리칠 사정거리 까지 다가갔고, 노인은 그걸 아는건지 모르는지 빈검집 위쪽에서 손을 말아쥐었다.
 그것은 마치 검 손잡이를 쥐는 듯한 동작이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을 거머쥐는 동작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설마, 팔뚝으로 참격을 막을 생각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했다.
 왜냐하면 내가 노인과 싸우면서 노인의 역량을 파악한 것과 같이 노인 또한 싸움중에 내 역량을 잘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니 내 역량으로 팔뚝쯤은 노인과 같이 통째로 베어 버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단걸 알태니 팔뚝으로 막는다는 생각을 하진 않겠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다면 왜 노인은 손을 말아쥐었을까?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니, 아니지.
 이런 햇갈리는 행동들로 내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을 노인이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
 저 노인이라면 저 상처로도 내 검격의 틈을 파고드는 것은 간단할태니, 아마 큰공격을 내지른 틈을 노리려는 것이겠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노인의 수상한 행동들에 내 머릿속에 여러 의문이 교차 했지만, 나는 시시콜콜한 의문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곤 노인을 끝장내기 위해 검을 수직으로 내려쳤다.

 철컥.

 하지만 그 순간.
 내 검이 노인의 머리와 맞닿기까지 한뼘도 남지 않았을 그때.
 검집에서 검을 올리는 소리가 노인의 허리춤에서 부터 들려와 내 귓전을 울렸다.

 그리고 그 이후, 노인은 갑작스래 내 검격에서 멀어졌다.
 아니, 정확히는 내 검격이 아닌 내게서 멀어졌다.

 ·····어?

 머리로 이해 할 수 없는 괴이한 현상에 내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누군가는 내 태도에 이리 물을수 있다.
 그저 거리가 벌린 것이 무어가 그리 괴이 하냐고.
 하지만, 나는 누구나 이 상황을 겪는다면 나와 같이 사고가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노인은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서 내게 멀어지고 있었으니까.

 노인은 그 자리에서 뒤로 물러나지도, 거리를 두는 것도, 등을 보이고 달아 나는 것도 아니였고.
 하물며 눈으로 쫒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였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모르겠어도, 절대로 노인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확정할 수 있다.
 어째서 이번에도 그렇게 단언 할 수 있냐면, 이번에는 정확한 증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야, 멀어지는 노인의 옆에 검이 계속 꽂혀있었으니까.

 어떠한 방법을 쓰던 노인이 움직였다면, 검 옆에 같이 서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질 않은가.

 그렇다면 노인은 어떻게 내게 멀어지는가?
 어떻게하면 움직이지 않고서 멀어질 수 있는가?

 똑같은 의문이 머릿속에 쏟아지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는 대답만을 뱉어내고 있는 멍청한 상황만이 벌어졌고, 이 순간에도 노인은 계속해서 멀어졌다.

 노인은 뛰지도, 걷지도 않았고, 그 자리에서 미동조차 없었다.
 허나 노인은 서서히 멀어져만 갔다.

 하물며 노인의 옷자락도, 머리칼도, 수염 한올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허나 노인은 서서히 멀어져만 갔다.

 땅에 꽂혀 있는 검 또한 땅에서 뽑힌 자국 따윈 없었으며, 노인의 옆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허나 노인은 서서히 멀어져만 갔다.

 점점 내게서 멀리 멀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멀리, 더 멀리.

 검을 들고 다가가고 있음에도 닿질 않는다.
 거리가 좁혀지질 않는다.
 방금은 검끝이 노인의 머리에 닿을 법한 거리였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간의 거리는 100보도 넘게 멀어져 있었다.
 심지어 점점, 계속해서 더 멀어져간다.
 이해할 수 없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욱신.

 그 순간, 갑작스래 허벅지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느껴진 고통에, 나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

 그리고 그때, 나는 그제서야 내가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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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처음 쓸때는 의욕 넘쳤는데 한 두시간 지나니까 의욕 뚝떨어진다ㅋㅋ

뒷내용 생각은 해뒀는데 의욕이 떨어져서 멍하다..

여까지 해도 3500자인데 대체 5000자를 연참하는 괴물들은 정체가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