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여신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눈동자엔 한심하고 미련한 것을 보는 경멸이 서려있다. 


-요즘엔 왜 다들 이런 걸 소원으로 비는 거람. 

 과거로 돌아간다는게 그렇게 쉽게 보이나요? 시간의 흐름을 돌리고. 과거에 미래를 아는 당신을 데려다 놓는 게 신의 힘만 있으면 뚝딱 해결되는 문제였군요. 그렇게 쉽게 인과율을 비틀 수 있었으면 내가 직접 마왕 모가지를 따지 왜 당신들을 불렀겠어요?

 -여, 여신?

 -여기건 저기건. 요즘 용사랑 마왕 나오는 파티의 그렇고 그런 놈들은 죄다 시간을 돌려달라. 회귀하게 해 줘라. 다시 하고싶다....

  미래를 아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얼마든지 앞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오만하고, 또 오만하여라!


 여신의 경멸은 분노로 바뀐다.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좋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약속이었으니 들어드려야죠. 

  원하던 대로, 당신은 과거로 돌아갈 거예요. 미래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기술을 그대로 가졌다는 편리한 설정을 달고. 하지만. 


 좋지 못한 기운을 감지한 그는 꿀꺽, 침을 삼킨다. 


 -과거에 그런 규격외의 존재를 집어넣는 만큼. 인과율도 뒤틀리겠죠. 

  감당할 자신따위 있건 없건, 이젠 소용없는 일. 나는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렸습니다'. 부디 그 잘난 지식과 기술이 당신만 잘 나가는 세계로 인도하기를. 


......


 눈을 뜬 남자는 익숙한 튜토리얼 필드에 있었다. 하지만 튜토리얼 몬스터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여기선 사천왕이 잡몹이었다. 


 -씨발. 좆됐다. 


 회귀는 신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