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예술적이라고 느끼는 한 사이코패스 아티스트


여느때와 같이 예술의 소재가 될만한 사람을 찾아다니던 어느날 자신이 사는 아파트 바로 옆 집에서 자취하는 여고생이 고백을 해왔음


평소 말을 자주 나누던 사이도 아닌데 고백을 했다는 사실에 잠시 당황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얘를 다음 타겟으로 삼자는 생각으로 고백을 받아들였음


아무래도 상대와 친해져서 방심하고 무방비한 상태로 만들어야 작업이 수월할테니까


여고생은 남자가 고백을 수락하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신나는 표정으로 데이트부터 하러 가자며 그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갔음


보통 연인이 사귀자마자 데이트를 하러 가나 싶었지만 연애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던 그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음


여고생은 남자를 이곳저곳으로 데리고가며 놀았지만 남자는 연애감정도, 성욕도 없이 그녀를 조각상을 만들 때의 대리석과 같이 예술을 위한 재료로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즐겁거나 하진 않았음


오히려 데이트가 끝나고 그녀를 어떻게 다듬을지를 고민하는 게 그에겐 더 재밌고 기대되는 일이었음


해가 지고 땅거미가 드리우는 시간, 둘은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음


옆에서 여고생은 무언가 신나듯이 떠들고 있었지만 남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음


관심은 없지만 들키지 않게 대충 말하는 중간중간 응응 하면서 듣고 있다는 신호를 해주고 여고생이 열심히 떠드는동안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음 소재를 찾았음


맞은편에서 몸매가 좋은 OL하나가 걸어오는데 상당히 괜찮은 소재 같음


여고생 다음에는 저 여자를 타깃으로 삼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OL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길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는 걸 보고 다시 여고생에게로 시선으로 돌리려는데


옆에 여고생이 안보임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혼자 걸어가고 있던 거였음


뭔가 느낌이 쎄 해서 OL이 걸어가던 길을 따라가서 모퉁이를 돌아보는데 OL도 보이지 않음


주위를 둘러보다 눈에 잘 안띄는 골목길을 하나 발견했고 그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자신의 직감에 따라 그 길로 들어갔음


좁은 골목길을 쭉 따라 걸어가니 그 끝에는 목에 넥타이가 감긴 채 죽어있는 OL의 시체를 어깨에 들쳐메고있는 여고생이 있었음


"장난해? 사귄지 하루도 안돼서 바람을 피우려는 거야?"


보통 사람이라면 공포에 떨면서 지려버릴 광경이었지만 남자는 그걸 보고 가장 먼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음


남자가 보기에 여고생의 살인은 자신보다도 예술적이면서도 뒷처리가 깔끔했으니까


여고생은 그 나이에 맞지 않게 살인이 전문가 수준이었음


그때 남자는 처음으로 여고생을 예술의 소재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


처음으로 관심이 생긴 상대와의 관계가 지금 깨지기 직전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다행히도 그는 사람은 못 사귀어봤어도 어느 정도 눈치는 있었기에


"내가 바람피우지 못하도록 지켜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최선의 말을 찾아낼 수 있었음


3류 로맨스 소설보다도 못한 오글거리기만 한 좆구린 대사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이만한 대사가 없었음


여고생은 이제 남자가 바람을 피울 여지조차 남지 않도록 남자 주위를 철저히 정리할텐데 달리 말하면 바람을 피울 여지를 일부로 드러내면 여고생의 행동을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다는 거임


예를 들면


"저 여자 때문에 바람을 피우게 될 것 같은데 어떡하지~ 큰일났네~"


라고 국어책 읽듯이 말하기만 해도 그날 저녁 그 여자가 변사체가 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임


내가 쟤 때문에 바람피게 될 것 같다는 말 하나로 원하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지


여고생은 남자가 바람을 못피우게 만들어서 좋고, 남자는 힘 하나 안들이고 예술적인 죽음을 볼 수 있으니 서로 윈윈 관계인 거지


대충 그런 커플을 생각해봤음


사람 한 명 죽이러 가는 걸 데이트라고 부르는 커플


원래는 그냥 얀데레를 잘 꼬드기면 살인청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써봤는데


꽁냥댈 때마다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살인 순애 로맨스가 만들어졌음


이런 내용의 소설 어디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