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괴물이라며 이곳에 가둬 놓을 땐 언제고 그런 말을 하죠?"

"부탁 드립니다... 당신이 돕지 않으면 더 이상 희망은 없습니다."

"그럼 인류의 희망은 사라진 셈이군요. 전 안 도울 것이니."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 들은 너무 강합니다. 제발...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몬스터' 라고요? 하, 제 동족인가 보죠? 저도 당신들한테는 '괴물' 이라 불렸던 기억이 있는데."

"패트릭... 게이트는 다른 세계의 몬스터들을 뱉어내고 있어요. 그들은 진짜 '몬스터' 들이에요."

"그만 가세요. 전 당신들이 말한 것처럼 '괴물' 이니까."


그들에게서 애써 등을 돌리고 커피를 타기 시작한다. 커피가 상처받은 가슴에 땜빵을 해줄 것이다.

성질 급하게 생긴 남자 요원이 곁에서 듣다가 고함 쳤다.


"적당히 좀 하십시오! 존은 끝까지...!"

"스미스 요원!"

"존이 뭐라고요?!"


존,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연, 나의 옛 친구.

그리고 다시 없을 최고의 친구.

어째서 지금 그의 이름이 나오는 것인가... 설마...


"스미스 요원 말 조심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존의 죽음을 수포로 만드실 생각입니까?"

"무슨 소리에요 그게. 존이... 죽었다고요...?"

"... 그래요. 존이 죽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게이트에 들어가고 사흘 후에... 시체로 발견되었죠."


머리가 아파온다.

누가 죽었단 말인가? 존이?

존이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죽었다고?

존이 어디서 죽었단 말인가? 게이트에서?

혼란하다.

마주보기엔 괴기스럽고, 또 혐오스러운 현실이 머리를 때렸다.


"... 습니까."

"예?"

"존이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냔 말입니까!"

"... 염치없지만 인간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당신과의 우정은 영원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유언.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그다운 말이다.

이마 위에 손을 얹어보았다.

손은 너무나 무거웠다.

내 손이라는 실감이 안 날 정도로.


"패트릭."


그녀가 나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나의 분노는 알긴 아는 것일까.


"존의 아들이 지금 초등학생입니다."

"..."

"당신도 알다시피, 존은 아들바보로 유명했죠."

"..."

"인간이 멸종하면 존의 아들도 죽을 거에요."

"... 불러요."

"예?"

"좌표 부르세요. 이동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코트를 챙겼다. 지구의 날씨는 차가운 게 흠이다.


"11, 54, 78입니다."

"여기서 30분이면 도착하겠군요."


천천히 창고로 걸어갔다.

창고에는 거대한 비행기구가 있다.

내가 지구에 처음 올 때 타고 왔던 비행기구가.


"알파-센타우리 족 출신, 피난민 '패트릭'. 전 지구를 대표해 감사 인사 드립니다."

"칭호가 길군요. 돌아오면 명예 지구인 자격이나 주시죠."


나는 네 개의 손으로 UFO의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