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완연한 봄날. 아직 대학교에 입학한지도 얼마 안되었고, 타 지역에서 온 친구, 선배들과 놀기도 바쁘고 아직도 대학교라는것이 설래었다.


그중에서도 1학년 남학생을 가장 두근거리는게 뭐였겠는가. 당연히 CC라는 두글자라고 말할수 있겠지.


사실 2주전부터 학교 중앙홀 근처에 자주 보이던 한 여자가 눈에 띄였다. 어깨까지 내려온 단발, 그렇게 진하지 않은 화장, 동그란 얼굴과 잘 어울리는 땡그란 안경. 남자는 자신의 이상형이 뭐였는지도 기억을 못한체 '저정도면 많이 이쁜거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하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이쁜게 맞았다.  항상 센스있게 입은 옷과 그에 잘 매치되는 얼굴은 이쁜것이 맞았고, 마치 본인이 이쁘다는걸 안다는 듯 그것을 잘 살린 코디는 더더욱 눈에 띄였다.


남자는 여자가 가는 것과 하는 것을 몰래몰래 지켜보았고, 결국 3주차가 되는날 용기를 먹기로 했다.


용기를 내 여자에게 접근한 남자는, 확답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었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자는 자신과는 다른과에 3학년생 총학생회 소속이라고 했다. 연상이었나! 라고 하기엔 이미 남자의 마음은 많이 기울었고, 그런것 따윈 한쪽으로 치워 놓았다.


남자는 그날부터 여자와 매일... 이면 좋겠지만 총학생회는 일이 있어도, 없어도 부르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여자는 그래도 가능한 날이면 연락하고 만나겠다고 하였고, 남자도 긍정의 대답을 하였다.


그렇게 자주는 아니었지만 남자와 여자는 꽤 많은 만남을 가지었고, 서로에게의 호감은 더해져만 갔다.


때로는 손을 잡고, 때로는 키스도 하고, 때로는 그저 영화를 보거나, 어쩔때는 서로를 그저 바라보며 실없이 웃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만남을 가진지 한달째가 된 날. 남자는 다시 용기를 내었고, 이번엔 여자도 긍정을 표하였다.


그날 둘은 분위기가 그렇게 좋은 술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술도 마시고 몸도 섞었다. 남자는 확실하게 연인이 됨을 느끼었다.


여전히 여자가 총학생회가 바쁘다며 자주 만나진 못하였지만, 그래도 둘은 풋풋함을 보여주면서 확실한 연인임을 주위에서도 알 수 있었다.


어떨때는 여자가 먼저 다가오는 듯 하면서도 항상 리드는 남자가 하게 되었고, 때때로 여자가 무언가를 사달라고 하였지만 그렇게 비싼것도 아니라 남자도 흔쾌히 사준적도 많았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남자의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았더니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여자이름) 몇개월" 이라고 딱 한마디가 들려왔다.


다짜고짜 이게 무슨소리인가. 그리고 자신의 연인의 이름은 어째서 언급되는가.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 남자는 이유를 되물었지만 전화 건너의 목소리는 단호하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걸 알게된 남자는 "4개월"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다시 전화 너머에서는 대학교 정문 앞 커피숍으로 오라고 하였다. 대학교 정문에 커피숍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연인과 커피숍은 많이 가봤지만 정문의 커피숍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는 것이 문득 생각이 났다.


어느덧 계절은 그늘이 없으면 밖에서는 지내기 힘든 정도가 되었고, 문 밖을 나서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함에 집 창문을 안닫았다는 것이 생각이 났고, '창문 안닫아 두면 갤주 들어올탠데' 라고 생각은 했지만 돌아가기도 귀찮고 전화 너머의 목소리도 심상치 않아 보였음으로 남자는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더위를 지나 커피숍에 들어가 시원함을 느끼기도 전에 구석의 테이블에서 어느 한 남자가 마치 자신을 안다는 듯 자신에게 손짓을 하는것을 보았다.


자리에 다가가자 4명의 낮선 남자와 자신의 연인이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빈자리가 보였고 직감적으로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임을 알고 착석하자마자 자신에게 손짓을 한 남자가 말하였다. "이쪽은 4개월"


목소리는 전화 너머로 들렸던 그 목소리였다. 더더욱 상황이 이해가 안가서 그 남자를 처다보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난 1년이야. 차례대로 9개월 7개월 5개월."


1년이 그렇게 말을하자 드디어 무슨 말인지 알아챈 나는 뜨악한 표정을 지었고,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들었던 실상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남자들 모두는 학과가 달라서 지금 만난것이 처음이며, 여자는 사실 학생회 출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때 보여준 그 단톡방은 무엇이냐고 물을려고 할때, 전부 서브계정으로 만들어낸 자작극이었다고, 총학생회 일이 있다고 할때마다 전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던거였다.


남자는 만난지 얼마 안되어 많이 사주진 않았지만, 1년과 9개월은 꽤 많은 액수가 뜯겼다고 한다.


1년이 여자와 모텔에서 만난 어제, 항상 더 늦게 자던 여자가 우연히 본인보다 일찍 잠들게 되었고 페이스 아이디가 귀찮다고 핀 번호로 휴대폰을 열던 여자의 어깨너머로 번호를 외웠고, 그렇게 휴대폰을 열어본 결과 이같은 일이 들통나고 말았다.


1년과 9개월이 꼴도보기 싫다며 돈이고 나발이고 사줄필요 없으니 당장 꺼지라고 여자에게 소리쳤고, 여자가 떠나자 1년은 사진과 이름을 에타에 박제 하였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