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가 숨어 사는 굴 속으로 한 남성의 시체가 떨어진다.

양 손에 말뚝이라도 박힌 것인지 구멍이 나있고, 머리에는 가시관이 씌워진 채로 피가 흐르고 있다.

도플갱어는 본능적으로 그 남성의 모습을 따라하기 위해 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살갗을 빨아들여 자신의 몸 위로 덮고, 뇌를 합쳐 기억을 받아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3일

3일이 흐른 후 그는 자신이 따라한 남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기억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괴물에게도 존경심과 희생이 존재했던 것인지, 도플갱어는 그 남성이 가지고 있던 신념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굴을 막고 있던 방해물을 치우고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경악, 경외심, 두려움...그 모든 것이 합쳐진 신앙이 자신의 몸 안에 쌓여감을 느끼며 유독 눈에 띄는 자에게 다가간다.

자신이 흉내낸 남성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자, 믿지 못한다는 눈빛으로 의심의 감정을 보내오는 자의 앞에 서서 도플갱어는 입을 열었다.


“베드로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