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을 잡은 용사가 있었다좀 더 정확히는 용사이 있었다.

살려다오!”

“...”

세상을 유린하며 공포의 대상이 된 만마의 왕마왕의 최후는 너무나 추했다.

흰머리에 은백색의 눈피로 물든 목도리를 두른 작은 소년은 침묵과 함께 마왕의 목을 베었다.

용사에 손에 들린 것은 피로 물든 성검빛을 발하는 신성한 검이었다.

...”

마왕을 죽였다그래서용사유진은 자신의 손에 든 성검과 방금 자신이 죽인 마왕을 번갈아 보았다.

여기 까지 오기 까지그리고 이 빌어먹을 성검을 얻기 까지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그런 생각이 유진의 머릿속에 가득 찼으나 이내 유진은 머리를 흔들어 지워버렸다.

카인...”

그저 산에서 뛰어다니던 꼬맹이 었던 자신을 용사로 만들어준 또 다른 용사의 이름을 불러보는 유진.

불의 성검의 원래 주인이자 동시에 유진의 형이자 스승그리고 원래 마왕을 죽일 용사.

그러나 그런 카인은 마왕을 죽이기 위해 유진과 함께 행동하던 중 전사하고 말았다.

“...”

유진은 자신이 왜 용사가 되었는지 떠올렸다카인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형이자 스승이자 진정한 용사가 이루지 못한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

여신님 당신의 성검을 모두 가지고 마왕을 사냥했나이다.”

마왕의 목을 바치며 유진은 정성과 마음을 다 담아 여신에게 빌었다.

여신이 진짜 존재하는 지 항상 의문을 들었던 유진이었지만 지금 만은 믿기로 했다.

[마왕을 잡은 용사여무엇을 원하십니까?]

저는... 저의 소원은...”

유진은 조용히 여신에게 자신의아니 카인의 소원을 고했다.

여신은 그 소원을 듣고서 잠시 침묵을 하다가 다시 유진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로정말로 그것을 원하시는 겁니까?]

저의 소원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그것이 소원이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유진의 눈앞에 차원의 경계가 보였다타 차원으로 가는 포탈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포탈은 철저한 일방통행이기도 했으니 즉 유진은 포탈을 건너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후회하지 않으십니까이 세상을 구원하신 용사인데...]

후회... 이미 많은 후회를 했습니다그리고 저는 진짜 용사가 아닙니다단지진짜 용사에게 넘겨받은 얼치기지.”

유진은 포탈을 바라보며 피로 물든 자신의 목도리를 매만졌다.

용사로서의 자격도용사로서의 힘과 지식도하물며 성검 까지도 모두 그에게서 받은 것들.

어린 산골 소년이었던 유진은 카인을 만나 용사로 거듭났고 결국 마왕을 사냥하는 것이 성공한 이야기였다.

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이 방법뿐이라면 받아드리겠습니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방법뿐죄송합니다더 강함 힘을 주지 못하여.]

괜찮... 습니다...”

여신의 사과에 유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그러나 여신에게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

유진은 담담히 허공을 향해여신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서 포탈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삐삐삐삐삐!!-

...”

듣기 싫은 알람소리와 함께 눈을 뜬 유진시간을 보고서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다.

가볍게 몸을 풀고서 샤워를 한 후 교복을 입고 목도리를 한 채 등교하는 유진.

다른 세상으로 건너간 유진은 얼떨결에 아카데미라는 곳의 학생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 아카데미는 자신과 같은 용사를 길러내는 용사 아카데미였고.

하아... 이게 맞는 걸까?”

유진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게 정말 맞는 지 고민이 되었다.

카인의 소원은 바로 자신이 온 세상을 구하는 힘을 얻어 귀환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이어 받은 유진이 여신에게 빈 소원은 바로 카인의 세상을 구하고 싶다는 것 이었고.

여신은 그런 유진의 소원에 유진이 직접 카인의 세상으로 가 그 세상을 구하라고 포탈을 열어주었던 것.

용사로서의 힘과 능력 심지어 성검까지 모두 들고 있는 상태로 차원이동에 성공한 유진은...

나이 때문에 이미 완성된 용사임에도 강제로 용사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낭비인데.”

그리고 현재유진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며 아카데미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 있다고 해서 이 세상을 구하는 데 하등 필요가 없으니까.

이미 완성된 건 물론이요 마왕 모가지를 한 번 따버린 유진.

심지어 마왕을 보호하던 수많은 군세를 단 혼자서 정면으로 직선으로 뚫어버린 괴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유진은 더 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세상을 구해야 하니까.

그것이 유진이 카인에게 한 맹세이고 자신에게 한 맹세이기도 했다.

~!”

!”

홀로 어떻게 하면 합법적인 루트로 아카데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까 고민하고 있던 유진.

그런 유진을 뒤에서 덮치는 이가 있었으니 밝은 연두색 머리에 머리끈이 초록 십자가 문양이 들어간 미소녀였다.

무슨 일이야 란.”

그냥 유진이 보여서!”

유진이 처음 이 세상에 왔을 때부터 마주쳤던 이 이자 동시에 이 세상의 성녀 후보.

그리고 동시에 현재 유진을 강아지 마냥 졸졸졸 따라다니는 소녀이기도 했다.

내가 뭐가 좋다고?’

그녀의 관심이 너무 부담스럽기에 유진은 란을 피해 다녔으나 란은 어떻게 안 건지 유진을 계속 따라다녔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따라다니면서 계속해서 유진과 함께 있는 것이 란의 일상.

유진은 어디서 왔어들어봤는데 허공에서 뿅하고 나타났다고 하는데.”

먼 곳이제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정말로 아주 먼 곳.”

란의 물음에 유진은 담담히 대답했다아주 멀어서 돌아갈 수 없는 곳이라고.

그 말대로 유진의 고향은 아주 멀었고 돌아갈 수 없었다다른 세상이니까.

하지만 애초에 돌아갈 생각도 없는 유진이었다미련도 없고 돌아갈 이유도 없었으니.

유진의 고향이라... 어떤 느낌이야나는 신비로울 것 같은데.”

여기랑 별반 다르지 않아사람들 살고 서로 다투고 괴물들이 있고.”

유진의 고향 세상과 현재 유진이 있는 세상카인의 고향 세상은 많은 면에서 닮았다.

마왕이 존재하고 마족들과 몬스터들이 인간계를 침략한다는 점이 그랬고.

그러는 와중임에도 인간들은 서로 싸우기 바쁘다는 것이 그랬다.

근데 너는 왜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거야나는 성적도 나쁘고 불량하다고 소문난 양아치인데.”

현재 유진이 있는 곳은 용사를 키우는 용사 아카데미.

그러나 정작 유진은 이미 완성된 용사였고 그렇기에 수업은 이미 아는 것들 뿐.

더욱이 아카데미에 있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에 유진은 흥미를 느낄 수가 없던 것.

이러니 유진은 평소 행실이 별로 좋지 않았다.

수업은 째거나 들어와도 잠만 자기 일쑤실기 수업이라도 아프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규정상 금지된 목도리를 계속 하고 다녔으니.

흐음... 그렇구나근데 유진이 목도리를 왜 계속 하고 다녀수리 안 해도 괜찮겠어?”

이거수리수리라... 내가 하고 있으니까 신경 써.”

란은 유진이 매일매일 목에 두르고 다니는 피로 물든 낡은 목도리가 신기했다.

그냥 붉은색이 아니라 명백히 타인의 피로 한가득 물들였다는 것이 보이는 목도리였기에.

만약 자신이었다면 오래 쓰지 못하고 벗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하는 란이었다.

나는 유진이 진짜 용사라고 생각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란의 갑작스러운 말에 유진은 멈칫하고서 물었다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유진의 물음에 란은 잠시 고민하더니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야 유진은 향이 좋은 걸순수하면서도 복합적인정순한 향이용사들 특유의 그 향이 말이야.”

?”

거기에 느껴지기도 해나는 느낄 수 있어유진이 진짜 용사라는 걸.”

란이 유진의 가슴에 손을 대면서 수줍게 말했다.

그 말대로유진은 진짜 용사였다비록 이 세상출신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서 온 용사였지만.

실력도 확실한마왕군을 단 홀로 정면으로 뚫어버린 뒤 마왕 모가지를 썰어버린 장본인이니.

능력만 따지면 이 세상에서 나타난 용사 보다 훨씬 강할 것이 분명한 게 유진이었다.

맞지유진은 진짜 용사인 거여기에 있는 용사 후보가 아니라 진짜배기 용사인 거.”

확신할 수 있어?”

유진은 란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그 말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겠냐고.

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가짐을 유진에게 보여주었고.

그것에 유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대체 어떻게 그냥 향과 감만으로 용사인 걸 눈치챈 건지 모르겠으니까.

티는 안 냈다고 생각하는 데.’

자신이 한 거라고는 아카데미에서 최대학 빠르게 퇴학당하기 위해서 한 뻘짓들이었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그런 유진에게 정학을 먹여도 결코 퇴학시키는 않았다.

애초에 아카데미에 대해서학교라는 것에 대해서 많이 무지한 유진이었기에 생긴 일.

그리고 이런 유진의 행보는 자연스럽게 유진이 가진 힘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은 결국 유진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낙제 급의 쓰레기라는 결론이었지만.

근데 유진그거 알아?”

.”

우리 아카데미는 어지간하지 않으면 퇴학 안 시킨다왜냐하면 용사가 되지 못한 용사 후보는 모두 용사를 보조해야 할 의무가 있거든.”

?”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는 듯 반문하는 유진이었지만 란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결국 퇴학은 자신이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등의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유진.

대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너라면 여기사 뭘 했을 거야 카인.’

이런 것들이 너무나 어려운 유진이었다유진의 본질은 정말 산골에서 자란 평범한 소년이었으니까.

카인에게 많은 것을 전수받긴 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유진은 아카데미가 그냥 싫은 것에서 많이 싫어졌다.

맞아정학 너무 많이 쌓이면 유급으로 아카데미에서 더 있어야 해.”

그건... 못들었는데...”

흐음기초적인 거 아니야?”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 세하였기에 생긴 참극 아닌 참극.

제대로 알아보고 행동할 걸 후회하는 유진이었지만 이미 늦은 지 오래.

진심으로 유진은 이 아카데미가 정말이지 싫어졌다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 좆까고 마왕 족치러가?’

이런 생각이 든 유진이었지만 확신이 없기도 한 유진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마왕을 홀로 죽일 때는 마왕군의 사천왕을 비롯한 간부들을 대부분 각개 격파시켰었으니까.

결국 선택하지 못하고 싫어도 아카데미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유진은 한숨이 깊게 나왔다.

... 여기가 싫어...”

계획을 완전히 다시 짜야한다그런 생각에 복잡해진 유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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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난 김에 참여함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