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이었지."

짐꾼이 별 그립지 않은 추억을 회상하며 말했다.

"뭐라나? 짐꾼은 필요 없고 파티의 짐덩어리니까 눈치껏 나가라고 하던가?"
"너무하네요."
"다들 내가 나가는 걸 바라고 있다고 하더군."
"어떻게 그런 일이!"

짐꾼의 말 한마디한마디에, 새로운 파티의 동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투도 안 하는 놈이 꼴에 용사파티라고 꺼드럭거리는 꼴이 보기 싫었다고도 하고."
"짐꾼의 중요성을 모르면 가능한 말이군."
"결국엔 입 하나 덜게 나가주라 했어. 심지어는 내 애인들까지도 용사의 편을 들었다더군."
"쓰레기네, 용사 파티. 그렇게 안 봤는데."
"엘프님 말 좀 가려하세요."

사연을 듣고
새로운 파티의 동료들은 대부분 쫓겨난 짐꾼을 환영했다.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그 분들은 당신의 진가를 몰라본 것 뿐이에요."

한명의 사람보다는 한장의 마도서에 더 큰 관심을 가지던 마법사도.

"그래,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일 뿐이다. 이제는 우리 파티 소속이니 괜찮다."

늘 자신만 잘난 줄 알던 자존심 높던 엘프도.

"... 이해했다. 눈물 없인 못 들을 사연이군."

항상 과묵하게 남의 말을 무시하던 도적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단 한명
파티장만 빼고.
파티장은 창백한 얼굴로 지난 날 용사와 만났을 때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짐꾼 하나 새로 고용했다며?
-어. 용사, 너도 잘 아는 애야.
-... 설마 우리 파티에서 쫓겨난 애냐?
-불쌍하잖아.
-불쌍은 개뿔이! 넌 모르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다.
-?
-그놈의 멸망의 씨앗이야. 멸망의 씨앗이라고!

파티장이 짐꾼을 보며 중얼거렸다.

"개자식, 진작 좀 말해줄 것이지."
-내 애인 '들' 까지도 용사 편을 들었다더군.

짐꾼이 방금 한 말은 파티장에게 걱정거리를 한 아름 안겨주었다.

짐꾼이 파티의 여성 전부와 이 며칠간 수상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진 점이라던가.
짐꾼을 제외한 나머지 파티원들 사이의 관계가 이 며칠 동안 수상할 정도로 나빠진 점이라던가.
결정적으로 짐꾼의 옆구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서로 다투고 있는 파티원들의 모습이라던가.

"애인 '들' 이라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