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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보고 끄적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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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레어에는 온갖 세상의 진귀하고 소중한 보물이 잠들어 있다. 


드래곤이 가장 소중하고 귀중하다 여긴 것으로만 채워 넣어진 보물창고,


수 많은 모험가들이 그 뜬소문과도 같은 소문 하나만을 믿고 드래곤의 레어를 찾기 위해 여행길을 떠났다.


노인 또한 그 들처럼 보물을 찾기 위해 젊은 날을 모두 바친 인물 이었다.


"이봐. 오늘도 나가지 않을꺼야?"

"힘들어서 무리라네."

"그 말 어제도 했어. 지난 주에도 했어. 지난 달에도 했어."

"그걸 다 세고 있는 건가? 징그럽군."


"모험왕이라는 이름이 울겠어."


"내가 바라고 싶어서 단 칭호도 아니네만."


의자 위에서 한가로이 앉아 있는 노인에게 작은 소녀가 매달려 투덜 거린다. 일찍이 오지란 오지는 죄다 돌아다니고 다닌 탓에 주변 인물들이 반 쯤 놀릴 목적으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인 "모험왕."


하지만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 평생을 바쳐 찾아낸 것은 사람 심정을 벅벅 긁어 대기만 하는 등 뒤의 소녀 뿐 이었다. 장생종인 엘프의 혼열이라 소개한 소녀는 인간의 몸으로 모험을 즐기는 그의 모습에 반해 함께 여행을 하게 된 일종의 동반자였다.


"난 이제 늙었다네. 나랑 다르게 그대는 한창이지 않나. 이런 노인에게 연연하지 말고 혼자 여행을..."

"그런 말 하면 혼나."


"...이별은 만남을 위한 단계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나? 분명 또 다른 좋은 만남이 있을 걸세."

"그런 어려운 말 하면 혼나."

"사람이 말을 하면 제발 알아 처 먹게."

"난 나보다 약한 인간의 말은 듣지 않아."

두통을 느낀 노인은 결국 입을 닫았다. 만날 때 마다 툴툴 거리긴 하나 오랫동안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닌 탓에 가족은 커녕 변변찮은 친구 조차 없던 그 였기에 언제나 자신을 찾아 오는 소녀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몸이 좋아지면 반드시 다시 여행을 시작 할 거니 걱정 말게."

"진짜지? 거짓말 하면 혼나."

"그럼. 진짜고 말고."

노인도 소녀도 알 수 있었다. 그런 때가 오는 것은 극히 낮은 확률 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었기에.


또 다시 시간이 흐른다. 노인이 자츰 다가오는 끝을 느끼고 있을 때 였다. 그에 맞춰 갈수록 쇠약해져가는 육신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날도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침 이었다.


"..."

침대에서 일어나 여느 때 처럼 몸 상태를 점검한다. 잠시간 제자리에 서 있던 노인은 곧 바로 몸을 움직여 어디론가 향한다. 잠시 뒤 나타난 노인은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여행용 복장과 함께 묵직한 배낭 이었다.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찾아 온 소녀는 노인의 모습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태까지 무기력 했던 모습이 거짓말 인 것 처럼 활력이 넘치는 노인은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 곧 바로 여행길을 나섰다.


몸의 이 활력이 꺼지기 전에.


이 곳이 마지막 장소라 생각하고 정착한 정든 오두막 집을 떠나 노인은 소녀와 함께 오랫동안 걸어간다. 이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길을 헤쳐 나갔다. 틀림 없이 늙은 몸뚱이이건만 두 다리는 쭉쭉 뻗어 나가며 험한 산길을 지나쳐 갔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길에 노인은 물론이고 소녀도 기쁨을 느낀다. 청량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눈물 날 정도로 가슴에 사무친다.


"그대도 좋은가?"

"응. 아주 좋아."

"다행일세.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런 말 하면 혼나."

"아니 무슨."

젊은 날로 돌아 간 듯한 기분에 노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수 많은 풍경을 구경하기를 며칠. 끝끝내 마지막 남은 심지마저 불태운 듯 마지막 날의 노인은 더 이상 제 스스로 걸을 수 조차 없이 쇠약해진 모습 이었다.


"...그냥 두고 가도 된다 했는 데 말이지."

"그런 말..."

"하면 혼난다?"

"...따라하면 혼나."

"허허허. 자네도 참 변함 없군."

소녀의 몸에 기대듯 쓰러져 걷기를 잠시. 둘의 마지막 종착지는 거대한 동굴 이었다.


"여기서 쉬자."

"그래...그러도록 하지."


"안 쪽으로. 여기는 추워."


부축을 받아 들어간 동굴의 안 쪽은 확실히 따뜻했다. 신기하게도 동굴은 안 으로 들어 갈 수록 서서히 공간이 넓어져 갔다. 노인은 온 몸에 활력이 다시금 돌아오고 있는 것을 느끼며 어느센가 소녀의 부축도 받지 않은 체 혼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아."

그리고 그렇게 도달한 동굴의 끝에는 황금 빛으로 번쩍 거리는 온갖 보물이 그득하게 쌓여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보게 된 인생의 목표에 노인은 긴 한숨을 뱉었다. 


감동과 벅참으로 가슴이 터질 것 이라 생각 했던 것 과는 다르게 침착하기 그지 없는 상태였다. 조용히 뒤를 돌아보자 노인 보다 몇 곱절은 거대한 한 마리의 드래곤이 노인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노인은 오래 전에 들었던 한 가지 구절을 떠올린다.


[드래곤이 가장 소중하고 진귀하다고 생각 한 것으로만 채워졌다고 여겨진다.]


"자네도 참 짓궂구먼."


"미안하다. 속일 생각은 아니었다.


"되었네. 화를 내는 게 아니라네."

제자리에 앉은 노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나같은 추례한 노인이 이런 곳에 있어도 괜찮겠는가?"

"그런 말 하면 혼나."

"허허허. 내 참... 허허허허!"

노인의 시원한 목소리가 레어 안에 울려 퍼진다. 


둘은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인의 숨이 자츰 잦아들고 기력이 사라질 때 까지 오래도록.


이윽고 노인의 숨이 끊어지고


그 육신을 땅에 눕힌 소녀는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 해준 인연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


부디 그 곳에서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부디 그 곳에서도다시 한 번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