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복지정책 있지? 그걸로 얼른 출산율 올려!"

"복지정책에 해당되는 출산희망부부가 없습니다."


"그럼 2,30대 결혼률 올려!"

"2,30대 연인들이 없어서 불가능합니다."


"2,30대 연인들을 만들어!!"

"다들 청년실업으로 연애할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청년취직률을 올려!!"

"애초에 취직할 청년들이 없습니다."


"시이이발!!!"


오늘도 내 상사는 책상을 두 주먹으로 내리찍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2040년 대한민국.

출산율 0.26이라는 역대 최저, 최악의 기록을 찍자 정부는 저출산대책부서를 미친듯이 갈구고 있지만, 이미 ㅈ될대로 ㅈ된 상황에 뭔 소용이겠는가.


"윗대가리들은 실적 내라고 지랄, 아랫놈들은 무능해서 지랄, 출산율은 내 코인마냥 계속 떨어져서 지랄! 으아아아아!!!!!"


상사의 스트레스성 원형탈모만 커질뿐.

한참을 화낸 상사는 곧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잔 꺼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여기서 술 마시면 안됩니다."

"시끄러, 애당초 사람이 없어서 이 건물에 너랑 나만 일하는데 눈치 볼게 뭐있냐? 시발...."


캔맥주를 금새 비운 상사는 살짝 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 모든 콘돔에 구멍을 뚫으면 어떨까? 공장에서 뚫는거지."

"그거 불법이에요."


"피임약 금지법"

"정부가 원하는건 사생아 증가가 아니라 출산율 증가에요."


"20대 강제결혼법."

"20대들한테 맞아 죽을일 있어요?"


"니미썅, 그럼 나도 몰라 오늘은 마시고 뒈지자!!!"


다시 미친듯이 마시는 상사.


"에휴, 증말 미친새끼..."


난 한숨을 쉬며 그의 앞에 놓인 캔맥주를 하나 짚어들었다.


"혼자 마시냐? 같이 마시자 새꺄!!"

"좋아! 같이 마시고, 죽자!!!!"


난 상사와 같이 맥주를 미친듯이 마셨다.

이미 ㅈ된 나라, 더이상 가망없다. 술이나 마시며 잠시 근심걱정 잊어보자.


맥주 좀 마신다고 죽기야 하겠어.


.

.


"오오, 깨어났구려 낯선이여!!"


시발 진짜 죽었네.


흔히 말하는 이세계에, 엘프들의 마을에 와버렸다.


엘프들 말로는 갑자기 세계수 꼭대기에서 빛을 내며 나타났다고 한다.


"아, 그래서 인간인 저에게 잘대해주시는 건가요?"


"그럼! 정황들로 보아 당신은 분명 세계수님이 내려주신 분! 아무리 인간이라도 어찌 함부로 대하겠는가! 당신은 우리 마을에 귀빈이니 내 집처럼 편안히 있게나!!!"


장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근데 잠만. 아무리 인간이라'도'?


"그럼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음? 그야 당연히...

여자는 옷을 홀딱 벗겨 가랑이 털을 뽑고 미약을 바른뒤 백합타락할때까지 미친듯이 비빈다네. 두번다시 남자는 거들떠보지 않도록 말야!


남자는 옷을 홀딱 벗기고 미약을 먹은뒤  불알이 쪼그라들때까지 마을 전사들이 돌아가며 따먹고 또 따먹지.

여성공포증이 생겨 두번다시 씨를 퍼뜨리지 못하도록 말야!


여자는 비벼서 백합으로 만들고 남자는 강간해서 여성공포증 게이로 만드는건 '상식' 아닌가?"


"...."


난 속으로 ㅈ됐다고 되뇌였다. 이런 미친 새끼들.


"표정이 왜 그러지? 아, 하긴. 인간인 자네 입장에선 우리들의 방식이 좀 야만적일수 있겠군."

"ㅇ,아니, 그게 아니고..."

"괜찮네, 그럴수있지. 하지만 이건 엘프와 타종족의 출산율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한 발악이니, 이해해주게. 방법도 상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그들의 번식을 막는, 우리 나름대로 인도적인 방법을 쓰는거라고."


"에? 출산율 격차요?"

"그래. 우리 엘프는 출산율이 심각하게 낫지. 다른 종족들은 수를 유지하다 못해 가끔 인구과잉으로 힘들다고도 하다만, 우리는 지금의 수를 유지하는것도 벅차. 그래서 언제나 출산율 문제에 신경쓰고 조금이라도 발악할수밖에 없다고."


장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출산율? 저출산?

내 전문분야가 나오니 뭔가 사정을 더 알고 싶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여기 온게 아닐까?


"저기, 그 출산율문제, 더 자세히 알수있을까요?"


.

.


장로에게 이야기를 듣고 밤새 생각해본 결과,

엘프는 애 낳는데 최적화 되었다.


긴 수명 때문에 연애와 출산을 할 기회도 많고, 성장기는 노년기는 극단적으로 짧기까지하니 평생 애를 낳을수있는 거나 다름없다. 임신기간도 인간보다 훨씬 짧기까지.


"백합이 좋은지 남녀가 좋은지 직접해서 결정하자!"

"바라는 바다! 다리 벌리고 적셔!"

성에 대해서도 과할 정도로 개방적이고, 


"여성존중은 당연한거 아닌가? 불륜? 미쳤나?!"

"남편은 존중하는게 당연하잖아? 퐁퐁? 미쳤어!?"

남녀갈등도 없고,


"어째서 자지에 고무를 씌운다는거지? 자네 그런 취향인가?"

"뭐? 피임약? 세상에 그따위 쓸모없는 약도 있단 말인가?"

피임기구도 없으며,


"아! 애 낳고 싶다!"

"저길 보세, 어린애들이야."

"나도 저렇게 자식을 볼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군."

심지어 부부들은 전부 애를 원하고, 다들 출산문제에 관심도 보인다.


근데 출산율이 대한민국과 맞먹는다니.


"내 상사가 좋아죽을 조건은 전부 갖췄는데, 어째서 출산율이 대한민국과 같은 수준이냐고..."


역시 낮은 임신률과 정신나간 성비때문인가.


임신률 10%미만, 성비 여4:남1.


사실상 종족 전체가 불임이나 다름없고,

1명이 결혼하면 여자 3명이 솔로가 되는 세계.


"...왜 낮은지 이해가 되네."


그래도 불임은 아니다.

여자가 많은거라면 할만하다.

최소한 답이 없진 않다.


"생물학적으로 불리해도 설마 거기보다 ㅈ같겠어."


난 엘프들의 출산율을 올리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