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이 안 좋으면 사람이 꿈을 꾼댔는데 감기가 들어서 그런지 오래간만에 안 꾸던 꿈을 꿨다

근데 그 꿈이 존나 재밌어서 깨고 나서도 여운이 남길래 그 꿈이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생각해봤음

막상 그 꿈 내용은 존나 앞뒤도 안맞고 개연성이든 뭐든 맞는게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지


그걸 막 고민해보다가 정작 꿈내용은 거의 다 잊어먹었는데 깨달은 점 몇가지가 있음

내가 꾼 꿈이 주인공이 고통을 겪고 업적을 이룩하는 것 따위의 전형적인 성장물이었던 거시다

그리스 로마 신화건 어디 뭐 험바훔비족 신화건 신화에서는 대부분 이런 종류의 서사가 나온다

영웅이 탄생함->영웅이 고통을 겪고 성장함->위업을 이룸 뭐 이런식으로

길가메시 서사, 플루타크로스, 손오공도 다 큰 틀에서 똑같은 이야기다


세부적인 구조야 설화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신화는 크게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단 말이지

이런 구조의 플롯를 차용한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소년만화다

그리고 히트한 소년만화들을 보면 전부 아니 죄다 이런 구조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갑철성의 카바네리나 기생수나 뭐 시발 파이어펀치 전기톱맨 심지어 바키도 이런 구조의 플롯을 차용한 걸 보면 이 인간의 성장이란 플롯이 얼마나 잘 먹히는 구조인지 알 수 있단 말이지


결은 좀 다르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로 대표되는 황근출 해병이 나오는 이야기가 해병문학으로 발전한것도 물론 다른 이유야 있껬지만 비슷한 맥락이라본다


이런 소년물에서 성장이 재밌는 이유는 평범한 범인의 성장이 아닌 영웅이 역경과 고통을 딛고 성장하는 이야기라 그렇다

까끌까끌한 맛동산을 쳐집어먹다 토한걸 억지로 다시 삼키고 해병이 된다? 이거 아무나 못한다

부모가 수십억엔 빚을 진 걸 전기톱강아지로 악마썰어가면서 갚는다? 당연히 이것도 아무나 못한다

기생충 막으려고 뒤질지도 모르는데 자기 목을 조른다? 아무나 못한다

아무나 못하기 때문에 되려 그것이 재밌는 게 아닐까 

나는 전혀 할 수 없는 일을 태연하게 해내는 디오같은 주인공을 동경하는 거다

서울의 평범한 남궁똘똘씨의 평범하고 모범적인 성장 이야기를 누가 좋아하겠노 공부 대학 취직 새끼까고 뒤지는 이야긴데 뭘


지금 일본 좆세계물이 씹노잼인 이유도 주인공의 성장과 노력이 사라졌기에 그런거같다

대충 현실 좆박고살다 뒤졌는데 다른 세상에서 치트를 얻고 승승장구해

이게 끝인데 뭐가 재미있겠느냐고 그냥 존나 걍 병신같을 뿐이지


물론 이세계물도 처음부터 좆박진 않았고 요새 보니까 무직전생이니 뭐니 하면서 잘나가는것도 있긴 한데 딱히 끌리진 않더라

1세대 좆세계물이자 회귀물로 알려진 리제로가 흥했던 이유도 대가리 비우고 볼 수 있는 좆세계물이 아니라

앞서 말했던 영웅의 성장이란 플롯 구조를 차용했기때문에 흥했다고 생각한다

편돌이 무직이었던 스바스가 이세계에 갑자기 전생하고 나서 참피마냥 줘터지며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에 쾌감이 느껴지는 거시다


드래곤 라자의 흥행도 물론 이영도선생의 센스와 필력도 있고 세계관이 특이한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후치 네드발이란 시골 촌놈 주인공의 정신적인 깨달음과 성장에 있지 않나 무슨 오우거성녀인지 넥슨인지 이딴새끼들 만나면서 느끼고생각하는것들말이야


근데 요새는 무슨 뒤져서 부활하기만하면 좃나짱짱쌔지고 짱먹고 이지랄나는꼴이 좆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