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카렐린
옷깃을 파고드는 설산의 추위는 혹독했다.
쉴 새 없이 시야를 가리며 내리는 눈보라 때문에,
언덕 아래로 떨어트린 목발은 새하얀 설원 속으로 가라앉은지 오래였다.

"눈보라 소리가 꼭 사람들의 환호성 같지 않소이까?
계속 듣다보니 대장군과 함께 개선 행진의 선두에 섰을 때가 떠오릅니다."

설산의 정상.
가까워진 태양조차 좀처럼 녹이지 못하는 만년설 위에서
두 다리의 힘줄이 뽑힌 남자가 누군가의 시체 앞에 주저 앉아 있었다.
그가 끌어안고 있는 시체 또한 양팔의 힘줄이 모두 뽑힌 모습이었다.

"그 때는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항상 선봉을 자처했고 전투 후에 마시는 한잔 술에 모든 아픔과 근심이 날아갔지요."

잠시 말을 멈춘 남자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눈보라를 뚫고 울려퍼졌다.
창백해진 얼굴과는 달리 아직 힘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좋았던 기억을 반추하는지, 남자의 눈동자에 잠시 생기가 돌아왔다.

"그렇게 충성을 바쳤건만...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잃은 것은 가족들과 두 다리의 힘줄이고 돌아온 것은 대장군의 싸늘한 주검뿐입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대장군의 모습을 이렇게 눈에 담을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하오만... 크흐흐..."

격양된 감정으로 내뱉은 호흡과 눈물은 설산의 추위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남자의 수염은 점점 푸른 빛을 띠어갔다. 그는 전보다 숨쉬는 게 답답해진 것을 느꼈다.
생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을 직감한 남자의 얼굴에 처연한 미소가 걸렸다.

"후우....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저승이라는 곳이 있어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힘겹게 이어지던 남자의 호흡이 마침내 끊어졌다.
남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눈보라 속에서 그가 하려던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듯했다.

그곳에서도 대장군을 쫓아 전장의 선봉에 서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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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던파 스작들 필력 반이라도 따라가고 싶음


지금은 존재감도 없는 네임드 1 인데 이 스토리 보면 존나 울컥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