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말일세. 드래곤. 나참 몇번을 말하는 건지."

"혹시 드래곤 모습 그대로를 산 겐가?"

"아니,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개체를 샀는데. 금발이 아주 예쁜 아이였네."

"제정신인가? 당장 풀어주게!"


청년의 친구, 제임스가 보기 드물게 화를 내었다.
청년은 그의 친구가 화를 낸 것을 오늘 처음 보았다.
제임스는 평소 유순한 성격으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나. 뭐가 문제야?"

"드래곤이 얼마나 영특한지 모르나? 마법이라도 쓴다면..."

"노예상이 이미 혀를 잘라놨네. 마법은 커녕 말도 못한다네."

"불이라도 뿜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것도 노예상이 이미 조치를 취해놨지. 주인은 공격하지 못하게."

"날아서 도망가면...!"

"날개에 구멍도 뚫어놓았네. 그렇게 쉽게 못 날 텐데."

"이보게!"


제임스가 청년의 어깨를 잡았다.
으스러뜨릴 듯한 기세였다.


"당장 놓아주게."

"무엇 때문에 그러는가 이유라도 알아야지."

"너무 위험하단 말일세."

"글쎄 다 조치를 취해놓았다니까."

"놓아주게!"

"이 친구 성깔하고는... 자꾸 잔소리 할 거면 난 이만 가보겠네."


청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한걸음 두걸음 멀어져가는 청년을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가
제임스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이보게! 그 드래곤!"

"뭔가? 놓아달란 얘기면 안 들을..."

"이름!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었나?"

"이름? 노예상한테 사 올 때 분명... 노바라고 들었네."


딸랑.
주점의 문이 열렸다.
청년이 가버린 주점에는
그의 친구 제임스만이 홀로 망연자실하게 식탁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맙소사, 노바... 노바라고...?"


제임스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옛 약혼자의 이름을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