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니까.

정보길드에서 희귀한 검이 있을 수도 있음(99.9% 보장, 환불/취소 없음)이라고 적힌 던전의 정보를 비싸게 구매했는데, 희귀해도 너무 희귀한거 같다.

"그래.. 그러니까 네가 원래는 사람이었다.. 이 말이지?"

정보길드 성능 확실하네.
상태는 영 이상하지만 에고 소드면 확실히 희귀한 검이긴 하지.

에고 웨펀이 어떻게 생기는건지 아세요? 라고 제국민에게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거 마나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거 아니오?'

그렇다.
일반적으로 에고 웨펀이라 함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여태까지는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 그래. 몇 번을 말해! 건장한 남아로 살다가 죽고! 검으로 다시 태어났다니까!

"아니, 이해가 안가잖아? 주신님께 평생 마구 쑤시면서 살고 싶다고 말해서 검으로 환생했다니."

- 아니 그게.. 내가 너무 흥분해서 구멍이라는 말을 빼먹는 바람에 그만..

"구멍?"

- .. 그래 씨벌 구멍! 구녕! 살구녕! 쫄깃쫄깃 탱탱 야들야들한 살구녕! 어? 남자로 태어났으면 보고싶어지고, 보고있으면 쑤시고 싶어지는거 있잖아!

"와우."

- 나도 이럴 줄은 몰랐지.

에고 소드는 자기도 웃긴지 웅웅 거리며 떨었다.
웃은 건 맞겠지? 웅웅 거리기만 해서 모르겠네.

"그래서, 부여된 능력은 뭔데? 마법 무장에는 부여받은 능력이 있고, 에고 웨펀은 더 많은 능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뭔가 불순한 의도로 탄생한 것 같지만 그래도 에고 소드라 하면 고유 능력이 한 두개씩은 있기 마련.

- 일단, 첫 번째로 길이 조절 능력이 있지.

레이피어라기엔 뭔가 미묘하게 짧아서 의식용 검인가? 까지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소지하기만 편해진 셈이다.

거기다 '첫 번째로' 라니, 이 얼마나 달콤한 단어인가?

능력이 최소한 하나는 더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는 이 특별한 검이라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겠지라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대답을 재촉했다.

- 두 번째로, 검 끝에서 마력포를 쌀.. 아니 쏠 수 있어.

마력포!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내 머릿 속에선 폭죽이 터졌다.

신이시여 드디어 저에게도!
이 얼마나 축복받은 단어인가!
장거리전에 쥐약인 소드맨에게 있어서 최고라고 손 꼽히는 것 중 하나인 마력포 능력을 이 검이 보유하고 있다니!

"좋아. 아주, 아주 좋아. 최고야."

고유 능력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나는 어서 이 굉장한 검과 피를 나눈 맹약을 맺고 싶어졌다. 평생 단 한 번만 맺을 수 있는 맹약이라지만, 이 검이 아니라면 내가 언제 에고 웨펀을 만져보겠어?

- 흠, 좋아. 대신 절대 검날은 만지지 말고. 예민하니까. 특별히 검자루에 피를 뿌리는 걸 계약 완수로 쳐주지.

이 때 눈치 챘어야 했다.
구멍을 쑤시고 싶어하는 검이 길이 조절 능력과 마력포 능력을 갖고 있다는게 뭘 의미하는 거였는지.

마력포라는 단어에 함락이 되어버린 나는 좋다고 히히덕 거리며 아무것도 모른채로 검자루에 피를 뿌려버렸다.

"좋아! 이걸로 계약 완료! 한 번 맺은 맹약은 취소 못하는거 알지?"

- 그래. 취소 못하는거 잘 알지.



그렇게 시작되고 말았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는 악당! 이 일류 검사님께 걸린 이사아앙악! 악! 고블린님! 죄,졔성, 억!"

마음만은 일류 검사인 나와.

- 응기이잇!!! 탱글탱글 슬라임으로 가버려엇!!!!

삼류 쥬지 아니, 삼류 에고 소드의 모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