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때가 왔도다"


신의 의지를 인간의 언어로서 구현하는 장치에서 최초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능이, 자연스레 복종을 울부짖는 근엄한 목소리.


"오오 신이시여…… 정녕, 나의 주님이 맞으시옵니까?"


"그렇도다. 이 4차원 시공간에 갇혀 꼴사납게 허우적거리는 하등생명체야. 짐이 바로 너희들을 이 비루한 차원에 싸질러놓은 개쩌는 신이로다."


주교는 감동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사실 4차원 시공간이 뭐고 하등생명체가 혹시 자신들을 지칭하는건지 싶었지만, 어쨌든 감동했다.


"신이시여… 오오 나의 신이시여, 부디 그 영엄한 지혜로 우리들을 이끌어 주소서…"


주교는 경건한 자세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교전에 따르면, 한때 신은 우리 인간들을 이끌어 주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신의 위광 아래에 사악한 잡신에게 홀린 우매한 이단들과 이종족들을 정복하고 이 지상을 우리 인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만들 것이다. 신의 위광 아래에 고개를 들 수 있는 자는 없다. 


신을 찬양하라, 그 영광으로 가득찬 영스러운 이름을 찬양하-


"싫도다"


"예?"


주교의 생각이 닭장수에게 칼날을 내려쳐진 닭의 모가지처럼 뚝하고 끊겼다.


지금, 그 분이 무엇이라 말씀하셨나.


"나의 신이시여. 정녕 제가 잘못 들은게 맞습니까?"


"아니, 그대는 좆나게 잘 들었도다. 짐은 거절한다 하였노라."


"하오나…! 교전에 따르자면 신께서는 우리 인류를 이끌어 주셨다고…!"


"그건 그대들이 아장거리지도 못해는 응애라서 그런 것이도다. 그 좆만한 뇌로 잘 생각해보거라, 세상과 함께 태어난지 얼마 안된 응애란 말이다."


신의 말씀대로, 주교는 자신의 좆만한 뇌를 필사적으로 굴려서 해답을 찾아보았다. 


어라.


"의심이 가는구나. 짐은 짐의 절대적인 합리적 의심에 따라 묻겠다; 그대는 응애를 버리는 무책임한 쓰레기인가"


"아아아-아니옵니다! 저는 절대로 그러한-"


"짐의 절대적이고 지고로 옳바른 합리적 의심에 따라, 그대는 응애를 버리는 개쓰레기 새끼로다. 씨발 세상에 맙소사. 짐의 첫번째 자손이자 가출나간 악마 새끼들도 그런 생각은 안하거늘. 짐이 친히 혼꾸멍을 내주겠도다"


신의 말이 끝난 순간, 지붕을 뚫은 벼락이 주교를 내리 꽂았다. 바닥에 내리꽂힌 벼락의 빛-입자가 사라지자, 그 곳에는 주교의 불탄 사해는 커녕 잿가루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주교는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되살아났다.


"…? … 혹시 제가 방금 죽었습니까?"


"그렇도다. 다행히도, 그 정도는 인지할 수 있는 능지는 지니고 있었구나. 짐은 인간에 대한 평가를 -114514점에서 1점 올리겠노라"


"그감히 여쭈어보아도 되겠사옵니까?"


"윤허하노라"


"그 점수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사옵니까?"


"짐의 정명공대한 종족 평가 시스템이도다. 짐의 마음에 존나게 안드는 짓을 할 때마다 1점씩 내려가며, -364364점을 넘으면 그 종족을 멸망시키는 지극히 합당하고 합리적인 구조로 되어있노라"


주교는, 여태까지 사악한 잡신이라 여겼던 존재들이 사실은 자비로운 존재들이고, 그들을 믿는 이단들과 이교도들이 사실은 현명한게 아닐까,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누군가 살려주시오. 이 지옥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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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써보았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