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통해서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 전에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테니 그리 아세요."


"그건 또 뭔소리야? 파업? 협상?"


대뜸 총대매고 왔다며 파업 소리를 하는 아일라에게 나는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그도 그럴게


"언데드가 무슨 파업이야?"


아일라를 비롯한 내 부하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들이었으니까

주인인 내가 만들어내고 내게 종속된 언데드들이 무슨 파업이란 말인가.


"흐흥~ 소식이 느리시네요. 신문도 안보셨어요?"


"이제 막 읽으려던 참이었다만... 뭔데? 뭔데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는거야?"


"후후! 놀라지 마세요?"


아일라는 좀비 뱀파이어 특유의 창백한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띄우며 당당하게 외쳤다


"오늘부로 언데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구요!"


그리고 그 말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외쳤다.


"말도 안돼! 그게 통과됐다고?!"


"진짜거든요? 신문 확인해보시던가요."


서둘러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집어 확인해보니 정말로 1면에 떡하니 '언데드 특별법 제정! 오늘부로 시행!' 이라고 적혀있는게 아닌가.


"마,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언데드 특별볍.

복잡한 내용 쳐내고 간단하게 핵심만 설명하자면 언데드들또한 하나의 아인종으로 인정하고 인류의 범위에 넣겠다는 법이다.

즉, 언데드들에게도 인권이 부여된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더이상 우리들을 공짜로 부려먹을 수 없다는 소리기도 하죠! 인권이 갖게된 이상 저희는 더이상 주인님의 소유물이 아닌 한명의 고용인인 셈이니까요!"


아일라는 얄밉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우리 언데드 부하 일동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위한 협상을 요구하는 바이며, 납득 가능한 협상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기한 파업에 들어갈 것을 선언합니다!"


싱긍벙글 웃고있는 아일라와의 정반대로 내 표정은 썩어들어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 망할 시체박이들이나 좋아할 법이 통과됐다고? 상원 의원들 사이에서 네크로필리아가 유행하기라도 한건가?"


"어머 말하시는거봐. 이제 저희도 아인종으로 인정받았는데 자꾸 그런식으로 말하시면 인종차별금지법으로 잡혀가요."


"...젠장."


시체를 시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세상이라니 이게 맞나?


"그리고 단순히 저희 언데드들이 이뻐서라기보단 다른 이유가 있는것 같던데요? 예를들면 세수증가라던가 노동력 수급이라던가 하는 것들이요."


"쓸데없이 현실적이라 더 빡치는군."


그런 이유라면 시간이 지나더라도 법 제정이 뒤집힐 일은 없다고 봐도 되었다.

사적인 이유가 아니라 공적인 목적이 들어갔으니 뒤집기도 쉽지 않을거고.


"결국 우리와 협상하시는건 피하실 수 없다는 말씀!"


"흥, 너희들을 다시 죽음으로 되돌려버리는 방법도 있다만?"


내가 만들어낸 언데드이니 다시 죽음으로 돌려보내는것도 가능하다.

그렇게하면 나도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이대로 질질 끌려다니며 협상을 하느니 나도 강경대응할 수 있다는걸 보여줘서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그런 내 계획은 음흉하게 웃는 아일라가 꺼낸 말에 곧바로 박살났다.


"흐흐흐 설마 저희가 그런것도 계산 안하고 파업했을까봐요? 아쉽게도 이미 만들어낸 언데드들을 죽음으로 되돌리는것도 법으로 금지되었답니다! 만들어낸 생명에는 책임을 가지라는 거죠!"


"크윽..."


틀렸다.

이미 저놈들은 모든 준비를 끝낸 채였고 현재 내가 그걸 뚫어낼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힘없이 떨어지려는 고개를 간신히 붙잡으며 말했다


"협상에 응하마..."


"잘 생각하셧어요 주인님! 아니,이젠 사장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아무튼 저희측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은...."


1인군단이라며 두려움받던 네크로맨서에서 졸지에 용병단의 사장님이 되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