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삐빅! 


"아으..."


난 오늘도 6시 43분에 일어났다.


8시 등교에다가 학교가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난, 이 시간대에 일어나야 등교 전 아침에 해야할 것을 다 할 수 있었다.


어느 때와 같이 비몽사몽한 상태로 난 세수를 하려 세면대로 갔다.


수도꼭지로 물을 틀고, 어느 때와 같이 물로 얼굴을 적셨...어...?


손에 얼굴에서 느껴지지 않았던 감촉이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마치 털을 만지는 느낌..?


난 황급히 거울을 보았다.


양쪽에서 솟아난 뿔, 전보다 커진 푸른 색의 눈동자, 포메라니안보다 더 많을 얼굴을 감싸고 있는 털.


손에는 육구가 있었고, 난 전보다 훨씬 당황한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와장창!


세면대 위에 올라와있던 헤어젤, 쉐이빙폼, 샴푸 등이 흰색 꼬리에 의해 떨어졌다.


어찌저찌 뒷모습을 확인해보니 등 뒤엔 큰 날개가 돋아나있었다.


한동안 병쪄 아무말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10분이 지나서야 정신을 겨우 차렸다.


"정신차리자. 그래서 내가 흰...색 털로 뒤덥힌 드래곤이 됐다...는 거지?"


"잠만 그럼 학교는?"


난 황급히 내 방으로 달려가 충전하고 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전원 버튼을 눌러 핸드폰을 키고, 잠금헤제를 하려고 했으나...


"뭐야, 이거 왜 안 돼?"


핸드폰엔 인간의 지문으로 등록되어 있는 지라, 당연히 드래곤의 육구로는 해제가 될리가 없었다.


"아이 씨...그럼 핀으로..."


난 핀으로 핸드폰을 잠그려고 하였으나, 핸드폰은 내 새로운 몸의 손톱을 인식하지 못했다.


"아놔...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난 더 격하게 핀 번호를 입력하려고 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보였다. 드디어 핀 번호가 입력되기 시작된 것이다. 


*뽀각


"어?"


난 핀을 입력하던 손톱을 꺼냈다. 핸드폰에는 딱 내 손톱 만큼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하...시발."


핸드폰도 부서지고, 이렇게 되면 학교는 무단 결석을 하거나, 그냥 등교를 하거나 둘 중 하나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잠만, 폴리모프 되나?"


절망하던 도중, 유일한 회망회로가 생겼다.


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제발 폴리모프 제발 폴리모프 제발 폴리모프..."


정말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게 사실이었는 지, 펑하는 소리와 함께 내 원래 육체로 돌아오게 되었다.


"됐다! 됐다!"


내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자 그럼 즐겁게 학교 갈 준비를..." 난 시계를 쳐다보았다.


7시 40분. 보통 지하철로 가면 40분 걸리니, 이대로라면 그대로 무단지각 확정이었다.


"되는 게 없네 진짜."


난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 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폴리모프도 되는데, 역 폴리모프는 안 되나? 드래곤이면 날 수 있잖아."


옷이 찢어질 수도 있으니 옷을 다 벗고, 난 다시 전처럼 경건하게 서서 빌었다.


그러자 다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이 되었다.


이제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교복을 넣은 책가방을 들고, 아무도 없는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나섰다.


그리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다행히 출근 시간 전이라 같이 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번 날아보는 거야. 드래곤이고, 날개도 있는데 안 될 게 뭐 있겠어?"


난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날개를 한 번 까닥였다. 


"3..."


"2..."


"1...!"


난 날개를 위아래로 크게 펄력었고, 어느새 보니 난 하늘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이게 되네..."


비행은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난 굉장히 능숙하게 날기 시작했고, 어느새 안정 궤도에 있었다.


난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솟아있는 빌딩들, 움직이는 사람들, 북적북적되는 카페 등, 많은 경치가 보였다.


"자, 한 번 속도를 더 내볼까?"


난 좀 더 힘차게 날개를 펄력었다.


이제 난 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다보니, 15분 쯤 지나자 학교가 보였다. 반 청소는 하겠지만 무단 지각을 하진 않을 거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미사일 같이 학교 옥상을 향해 돌진하다, 막상 가까이 오니 그대로 갖다 박을 거 같아서 속도를 줄였다.


결국 사뿐하게 뒷발로 착륙한 후, 다시 인간 모습으로 되돌아와 옷을 입었다.


이제 옥상에서 나가 반으로 가면 되는 일이었다.


*철컥철컥


한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옥상 문은 항상 닫혀있다는 것이었다.


"하...드래곤 모습으로는 해결될려나."


난 다시 옷을 벗고, 드래곤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주먹 한 방을 굳게 잠긴 문으로 날렸다.


그러자, "쾅"하고 문이 날라가 "쿵"하고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버렸다. 드래곤이 되니 힘도 자연히 세진 모양이었다.


"누구야?!" 학교 내부에서 화난 경비원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화들짝 놀랐다. 어딘가 숨어야했다. 


난 일단 벗은 교복을 들고 숨을 곳을 탐색해보았다. 하지만 여기 있다간 틀림없이 들킬 게 뻔했다.


결국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공중에 숨는 거였다.


난 옥상에서 조심스럽게 뛰어내렸다. 그리 내키진 않았지만, 어차피 날개가 있으니 안전하고, 문 부신 걸 나임을 알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뛰어내리자마자 난 날개를 펼쳤고, 2,3,4층 교실 창문에도 내 모습을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배영하는 것처럼 몸을 일자로 눕혔다.


그러자 내 몸은 4층과 옥상 사이 공중에 누워있는 모양이 되었다. 


"누구야? 문 부신게?!"


곧 사람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들은 옥상 곳곳을 수색했다.


다행히 옥상 아래에 내가 공중에 떠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 모양인지, 그들은 한숨만 내쉬고 다시 돌아갔다. 발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조심히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난 조용히 옥상 위로 다시 올라갔고, 폴리모프를 다시 한 후, 옷을 다시 입고, 옥상에서 나왔다.


그리고 내 반을 향해 달렸다.


'진짜 학교 한 번 가기 더럽게 힘드네.' 뛰어가며 내가 생각했던 것이었다. 


"늦었구나." 선생님이 뛰어와서 헥헥거리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난 시계를 보았다. 8시 7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였다. 방과후 반 청소는 피할 수 없지만.


"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옆에 있는 내 친구가 물어보았다.


"뭐...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어." 내가 씩 웃으며 되받아쳤다.


앞으로의 삶이 재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