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소녀가 휘두른 둔기에 얻어 맞은 고블린이 초록 피를 흩뿌리며 혀를 빼문다. 두개골 부근이 움푹 들어 간 것이 한 눈에 보기에도 즉사였다.


품 안에서 작은 단도를 꺼내 시체를 헤집었다. 얻은 것은 송곳니와 허벅지 살코기, 손톱 등의 부산물. 그 것들을 주머니에 담아 낸 소녀는 비척거리며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간다.


넝마가 된 옷조각과 먼지와 때가 그대로 묻어있는 피부는 한 눈에 보기에도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송곳니 열 두개. 손톱 삼십개. 정강이 뼈 열 개.."


알 수 없는 말을 빠르게 중얼 거린다. 빛이 흐릿한 두 눈으로 주변 풍경을 둘러봤다. 망막에는 폐허가 된 도시의 풍경이 비춰진다.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비참한 도시의 모습. 소녀는 유일하게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다.


[어서오세요 사령관 님! 저는 당신을 보좌 할 셰리라고 합니다. 초회 입장이시니 이걸...]


탁!


소녀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않은 소년은 그녀가 넘긴 물건을 낚아채고 허공에 쏟아 붓는다.


바닥에 쏟아지는 11개의 카드들. 그 것들을 확인한 소년은 바닥에 탁 침을 뱉는다.


[아 씨발 또 조졌네 확률 병신 게임 진짜 나오긴 하냐? 설정창! 데이터 삭제 후 재기동!!]


[사,  사령관 님? 잠깐...]


푸슝-


[어...?]


소녀는 순식간에 빛이 되서 사라지는 소년을 허망하게 바라본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본래 소년의 것이었을 물건과 폐허가 된 도시 뿐.


[사령관...님...?]


소녀는 버려진 세계의 주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