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어느 날 아침,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도쿄 시 상공 위에 떠있는 채로, 어떤 빛이나 소음도 없이


그 거대한 그림자가 지상을 덮은 직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절규, 그리고 아비규환.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무한의 혼란이 역병처럼 퍼져나갔다


정부는 곧바로 국가재난사태 1급을 발령하고 모든 전투병과 장비들을 수도에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핫라인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에 따라 창공을 수놓으며 모여드는 전투기들의 소음이 새들을 떨어트렸다


공중지배전투기가 언제든 발사 태세를 유지한 채로 포위하고 있음에도, 거대한 우주선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샌가 자신이 풍경의 일부가 된 양 그 자리를 고고히 지킬 뿐


허나 이런 불편한 침묵은 하루 뒤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전용기를 타고 급하게 방일한 미국 대통령이 총리와 만나는 바로 그 순간에


도시의 구 하나보다 커다란 우주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침내 그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의 패닉이 극에 달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의 신들을 찾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치익―,


그 고요함과는 걸맞지 않은, 불편한 소리와 함께 열린 문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지상의 모든 눈길이 한 곳에 모이는 순간


그 옅은 안개를 헤치며 누군가의 인영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


그는 외계인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괴상하고 기묘했으나, 적대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외형


허나 그 모든 낙관을 집어삼키는... 명백하게 불편한 듯한 언사


거대한 침묵 속에서 한 마디를 남긴 그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신의 이마... 로 보이는 곳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헛기침


"크흠, 흠. 이제 잘 들립니까? 미안하군요, 내리기 전에 미리 통역 설정을 해둔 다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내용에 모두가, 심지어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조차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를 아낀다고 했던가


이미 찰랑거리는 컵의 표면을 흐트러트리는 것은, 발언권조차 얻지 못한 어느 용감한 기자의 말이었다


"다, 당신은... 어떤 의도로 지구에 온 것입니까!"


모두가 궁금했으나 아무도 묻지 못했던 그 질문


대답을 바라는 시선들의 파도에 외계인은 허공에 손을 휘저어 무언가를 꺼냈다


"귀 행성의 통합... 정부는 없어보이는군요. 아무튼 알아서 잘 협의하고 답해주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치고, 다시 작은 헛기침이 새어나왔다


"세르마디스 제국의 공식 사절로서 말하겠습니다. 귀 문명의 출판물 <집에 돌아오니 외계 보지가 있어 오나홀로 만들었다>에 관해


은하헌법 제 277조 6항, '실존하는 인물 혹은 단체 등의 저작물 인용에 대한 법령' 2-11 을 위반하였음을 확인하였으므로,


즉각적이고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 조치를 요구하겠습니다."





대통령은 정신을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