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세상이 좀 이상하다.


"내 자리를 빼앗아줘서 고맙네 젊은이."

"아뇨 망나니로서 할 일을 한건데요 뭐. 가세요 지팡이도 부러트리기 전에."


인성 터진 짓을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


"문제입니다. 꼬질꼬질한 꼬마아이가 여러분이 탄 마차에 뛰어들어 사고가 날 뻔했네요. 이때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레오날드?"

"마차에 묶어 끌고다니다가 부모를 불러 칼을 쥐여주고 죽이게 시킵니다!"


귀족의 행패가 만연해도 누구 하나 신경쓰기 않는 세상.


"우오오옷 네 녀석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아앗!!!"

"아니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서..."

"쓰레기를 줍다니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고 쥐엔장!!!"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근처 쓰레기통도 엎어서 난장판을 만드는게 상식 아니냐고~"

"이런 놈을 지금까지 친구라 생각했다니 가문의 수치인wwww"


나쁜 짓을 하면 칭찬을 받고, 착한 짓을 하면 경멸을 받는 세상.

뭔가 나사가 빠져도 단단히 빠져있다.

공작가의 도련님으로 태어났으니 시녀들이나 꼬셔 즐겁게 지내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지 시발..."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차에 묶여 끌려다니는 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시녀들은 실수 한 번에 목이 잘려나가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고문 실습은... 어후 시발 생각하기도 싫어.


[저 아이의 배를 힘껏 쳐라 에드가.]

[하기 싫어요.]

[뭐라고?]

[.......]

[이런... 한심한 놈.]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 자식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진 지 오래다.

뭐 나도 저런 짐승만도 못한 놈의 자식을 자처하긴 싫지만.


"진짜 좆같다..."


진짜 광기를 만난 가짜 광기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광기를 목도하고 나니,

고작 시녀들과의 야스 파티를 계획했던 내 자신이 초라해졌다.


"이게 지옥이지... 이게 소돔과 고모라야..."


이런 곳에서 살다간 나까지 미쳐버리고 만다.

그러나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도 없는 상황.

내세울 것이라고는 공작가의 도련님이라는 신분 뿐.


"뭐가 망나니 도련님이냐고! 내가 제일 착해빠졌는...아니 잠깐."


공작가... 망나니... 착해?


"...그래."


외눈박이 나라에선 눈이 두 개인 사람이 장애인 취급을 받는다고 했었지.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였어."


망나니 도련님.

누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문제아.

내가 모든 걸 바꾸면 되는 거였다.


...

...


"에드가♡ 저 왔어요옷♡"

"어서와 트리시아. 오늘도 착하게 지냈지?"

"네헷♡ 저♡ 열심히 했으니까♡ 빨리... 빨리 상을 주세요옷♡"

"크크큭 좋아. 오늘은 쓰레기를 주웠다고 했으니까... 상으로 달란트 세 개를 주마!"

"헤으으윽♡ 감사합니다앗♡♡♡"


...

...


"우오옷 네 녀석 그건 뭐하는 물건이냐아앗!!!"

"아아... 이건 빗자루와 쓰레받기라는 물건이다...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

"아직도 청소를 하는거냐고 이런 씹게이 새..."

"말론, 생각해 봐."

"우옷?"

"쓰레기를 버리면 칭찬을 받지. 하지만... 그게 진짜 나쁜 일일까?"

"무슨..."

"나쁜 일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지... 하지만 넌 칭찬을 받고 있잖아. 그게 정말 나쁜 일이라 생각해?"

"......."

"빗자루를 들어 말론."


손가락질을 받을 시간이야.


...
...


"루체드 공작님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에드가 도련님이... 황궁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계십니다!"

"그 녀석이?"

"예에!"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그래, 황궁 앞에 화염병 정도는 던져줘야 내 아들이라 할 수 있..."

"그, 그런게 아니라!"

"그럼 뭔데?"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면서! 단 한 명의 사상자 없이! 아주 평화롭게 시위를 하고 있답니다!"

"뭐야?!"


...
...


"괜찮아 트리시아?"

"네에... 전 괜찮아요...♡ 아무런 난동없이 평화롭게 시위라니... 배덕감에 미칠 것 같아♡"

"말론은..."

"우오오옷 뭐냐 이 쓰레기느으으은!!! 치울 보람이 있겠구만!!!"

"......."


그, 일단 계획대로 됐다.

방화광이었던 내 약혼녀 트리시아는 가만히 있는 것에 묘한 배덕감을 느끼는 변태가 되었고.

말론은 아침 일찍부터 거리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쓰레기에 미친 놈이 되어버렸다.

예상보다 효과가 너무 좋아 문제이긴 한데... 그래도 누굴 죽이거나 고문하는 것보단 낫겠지.

아무튼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다.


"여제 아이리스..."


난 지금 황궁 앞에 나와있다.

여제를 우리쪽으로 끌어들여, 선행의 의무화를 추진하기 위해.

그러기 위해선 시위로 여제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다.

어지간한 가문의 자식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으면, 모습을 내보이기 싫어도 내보일 수밖에 없겠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제를 설득하고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이 미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