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세계 직업은... 거지새끼입니다!"



금발벽안의 여신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왜죠"


"그야 네가 원래 세계에서도 거지새끼였으니까요?"


"너무하네 진짜 원래 사업 잘 되고 있었는데 보증 한번 잘못 서서 이렇게 된 건데"


"저런, 보증은 천계에서도 서는 게 아니랍니다. 쫌 불쌍하긴 하니까 다른 능력도 줄게요."


"뭔데요"


"이세계와 현세를 왔다갔다하는 능력입니다!"


"두 세계에서 둘 다 거지새끼 노릇이나 하란 겁니까'


"정답입니다! 그리고 이세계에서 치트성 문물 사용 금지를 위해서 원래 세계에서 이세계로 물건 가지고 가는 건 금지입니다. 그러니까 총 들고 양학한다던가 그딴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씨발년"



그리고 쾅 소리와 함께 나는 이세계 거지새끼로 전생했다.

처음에는 이세계 판타지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되서 차원이동 능력으로 현세에 더 오래 붙어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현세가 더 지겨워져서 가끔씩 이세계에도 붙어 있게 되었다.

물론 이세계든 현세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같았다.


깡통 놔두고 구걸하기.


지난번엔 지하철 역에서 2000원을 벌었다.
삼각김밥 두 번 사먹고 나니 돈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세계에서 구걸을 해 보기로 했다.




망했다.

하루 내내 구걸했는데 받은 거라곤 동전 하나가 전부다.

다른 거지들은 이리저리 창의적인 방법으로 구걸해서 꽤나 많이 받던데.

에휴, 내 인생이 그럼 그렇지.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 세계에서 이세계로 물건을 들고 가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된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여신 그년은 "호호 중세 시골딱지같은 이세계에서 그쪽 세계로 뭘 들고 가든 알게뭐야" 하며 막아두지 않은 모양이었다.


현세계로 받은 이세계 동전을 들고 올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나는 동전을 빡빡 닦아 보았다.

그런데 더러운 때가 지워지자, 동전이 번쩍번쩍 노란빛으로 빛나는 것이었다.


그 때, 내 머릿속에 이세계인들의 화폐 단위가 골드라는 사실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설마...




"이거 금이네. 24K 금."


"예?"


"예라니? 금 팔러 온 거 맞지?"


"...네."





이세계에서 구걸해서, 현세계의 부자가 된다.

나의 원대한 계획은 이제 시작되었다.



이세계 최고의 거지새끼가 되고 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