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마왕군의 악명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포탈을 타고 나타나 인근 마을을 습격하는 그들의 존재는 분명 인간 왕국에 커다란 위협이 되었다.

특히 망자를 되살리는 언데드 군단은 사람들의 분노와 눈물, 슬픔과 후회 등을 촉발시키는 대표적인 마왕군의 만행이었다.


대다수의 언데드 군단은 시체로부터 만들어졌기에 움직이는 망자가 되는 과정에서 이미 부드러운 살과 근육을 잃었다.

대신 그들은 보통 이상의 강도를 지니고 흑마법의 저주를 받아 오로지 마왕을 위해 움직이는 스켈레톤(해골 병사)이 되었다.


물론 스켈레톤이라고 하더라도 잘 훈련된 성인 남성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기에 딱히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오래 살아남아 이름을 떨치게 되는 몬스터도 있었으며, 이런 네임드 몬스터는 스켈레톤 사이에도 존재했다.


"요즘 모험가 녀석들은 근성이 없구만"


보잘 것 없는 스켈레톤 하나가 자신의 숏소드를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그 어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낡고 거미줄이 쳐진, 이제는 희끄무레해진 백골의 흉부를 당당히 피며 그 병사는 자신의 앞에 쓰러진 인간 용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적어도 망토 하나만큼은 뽀대나네."


스켈레톤이 자신의 발치에 놓인 시체를 툭 걷어차 뒤집었다.

화려한 보석과 장신구가 가득한 벨트가 어두운 던전 속에서도 반짝이고 있었다.


"......기껏 벨트에 신경쓸 시간에 검술 연습이나 더 하고오지 쯔쯔"


스켈레톤은 영차-! 하고 쭈그리고 앉아 그나마 비싸보이는 망토와 벨트를 풀러냈다.


마왕군이 [바람의 정령왕의 가호가 깃든 화살막이 망토]와 [수석 드워프 대장장이가 만든 거인의 힘을 부여해주는 벨트]를 입수했다는 소식이 돌게된 것은 몇 주 후의 일이었다.


스켈레톤 병사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휴 하고 쉬었다.


지나치게 무거운 갑주 때문에 자신의 공격에 대처하지 못했던 거구의 전사

발 빠른 것 외에는 별 볼일 없었던 도둑

뭔가 화려하지만 실속은 없었던 화염구를 난사하던 마법사

아군을 치료할지 자신에게 신성마법을 걸지 갈팡질팡하다가 반으로 갈라져 죽어버린 사제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이세계에서 전생해 와

오우거 무리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수 십기의 서큐버스를 베고

바다 한가운데에 잠들어있던 크라켄을 죽인

용사 파티의 전멸이었다.


"요즘 녀석들은 근성이 없어어어!!!!!!"


스켈레톤이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