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배교한 이유라. 꽤나 오래 전으로 돌아가봐야 할 것 같군.


 여신이 성녀와 용사를 내려준다는 신탁을 보냈을 때,


 기뻤네. 그녀가 우리를 구원해준다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찾은 성녀가 수 십년간 그녀를 모신 수녀가 아니라 왠 새파랗게 어린 시골 처녀 였을 때,


 그럴 수 있다 여겼네, 신의 뜻은 우리 인간이 점지하기엔 너무 난해할 때가 있는 법이니.



 어떤 수행도 하지 않은 소녀가 믿음의 증거라는 신성력이 나보다 많은데다가 교리상 위란 걸 알았을 때,


 겸허히 받아 들였네, 결국 인간이 선출한 나와 신이 직접 뽑은 그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믿었으니.



 언젠가 성녀가 머리가 꽃밭인 백마 탄 왕자나 기다리는 여자라는걸 알았을 때,


 감동했네. 성서에 나온 '미숙하지만 믿음만은 진실되어 점점 성장해 나가는 인간'을 직접 볼 수 있다 기대했으니.


 

 소환 의식으로 온 용사라는 자가 무신론자인데도 여신의 축복을 덕지덕지 두르고 있을 때,


 감사했네, 인류를 지키기 위해 저런 전력을 보네주시다니.



 그런 용사가 믿음과 교리는 하나도 관심 없이 그저 전투만으로 축복의 힘을 성장시켜 나갈 때,


 이해했네, 아직은 마왕이 제일 문제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왕을 무찌른 그가 영지에서 성녀를 비롯한 온갖 여자에게 둘러 쌓여 살면서도 전과 동일한 축복의 힘을 유지하고 있을 때,


 그제야 의구심을 가졌네. 내가 저딴 년을 믿어도 되는걸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