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떠오르며 뿜은 빛들을 바다가 집어삼키고, 붉은 바다가 될 때 죽는다면.

죽는다면.

나의 피도 바다가 머금고, 일출의 빛을 머금던 바다가 이내 푸르게 변할 즈음에는 나 또한 푸르게 변하지 않을까.

부르튼 입술과 쾡한 눈을 한 채로 담배 한까치를 꼬나문 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사람이 오지 않는 한적한 길가에 세운 차에 기대어 연기를 한껏 머금곤 붉어진 바다를 바라본다.



10년이 지날동안 변하지 않은 낡은 자동차.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피운 변하지 않은 담배.
1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나의 아내.




5살이던 우리의 딸을 남기고 떠난 10년 전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그려진다.



10년이 지난 지금, 죽어버린 우리의 딸.



교통사고였다.
딸을 친 트럭기사를 원망할 수 없었다.
차 내부의 블랙박스를 통한 차량의 제어불능, 고장이 확실시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개숙이며 죄를 청하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걱정스레 자신의 아비를 바라보는 어린 딸의 눈빛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머금고 있던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짙은 회색 연기가 순간적으로 주황빛으로 물들고, 빠르게 흩어졌다.


이젠, 나도 나의 딸과 아내를 보고싶다.
장난스레 너무 늦었다고 인사하면 받아줄까?

아니면  미련한 사람이라고 화를 낼까.


담배가 주황빛을 잃고, 회색의 재만 남아 바닥에 떨어지고, 나도 바다에 뛰어드려는 순간 귓가에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다.



"자살할거면 너의 하루만 빌려줘."



10년 전 사별한 아내의 목소리였고, 그때의 모습 그대로의 차림이었다.






길게 쓰기 힘들어서 그냥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