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나는 그날 밤도 한창 끓어오르는 테스토스테론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지를 내린 후 열심히 히토미를 탐색하고 있었는데, 페이지 장수가 천 장을 갓 넘었을 무렵 오랜만에 보는 시츄의 떡인지가 눈에 띄였다. 누군가는 그것이 너무 오래되고 뻔한 장르라 딸감으로 삼기에는 적절치 못하다고 하겠지만, 그날따라 내 눈에 유독 밟혀 어쩔 수 없이 그 떡인지를 누르고 욕망을 분출하려 했다.


그러나 욕망을 분출하려는 시도는 몇 페이지도 채 가지 못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의 의문에 의해 단절됬다. 떡인지에선 엘프 여자가 오크들에게 붙잡혀 끌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수인, 천사, 인간... 여러 종과 교잡하여 오크 아기가 탄생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상당한 당혹스러움을 느껴 바지춤을 추스르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됬는데, 이유인 즉슨 오크와 다른 종족은 어떻게 교배할 수 있는지가 심히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인간ㅡ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ㅡ 이전에도 수많은 인류가 존재했지만 멸절된 것처럼 오크와 타 인류종의 교잡이 가능한 것도 그들이 유전적으로는 교잡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운 친척이라고 이해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나를 유독 궁금하게 하는 것은 오크가 그토록 많은 종족과 교잡했음에도 태어나는 것은 두 종족의 형질이 섞인 후손이 아니라 명백히 오크에 속하는 후손만이 탄생하는 이유였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의 가설을 세웠다. 첫 번째는 오크가 물려주는 유전 형질은 모든 면에서 우성이기에, 순수-오크와 순수-타종과의 교잡 1세대는 무조건 오크의 형질을 띠는 개체만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 오크들의 대화로 미루어 보면 석연찮은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우선 그들의 말대로라면 1)이 행위는 여러 세대를 거쳐 반복되었으며, 2)태어난 잡종 1세대 오크는 분명 오크 여성이 아니라 다른 종족의 여성과 교잡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렇대도 다른 형질을 띠는 오크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오크들은 다른 형질을 가진 개체를 경멸하여 그런 잡종 형질을 띄는 개체를 보자마자 처분한다고 한다면 애초에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인류종과 교배하며, 후대를 거칠 수록 배제될 잡종의 수도 증가해 일반적인 암컷 오크와 교배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질 일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첫 번째 가설은 증명할 수 없으므로 나는 직후 두 번째 가설을 세웠다.


두 번째 가설은 오크는 사실 기생벌과 같은 원리로 자식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기생벌이 바퀴벌레에 알을 낳듯이, 오크의 정자는 인간의 정자와 사뭇 다르게 작용하여 난자를 그저 양분용으로만 쓴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오크의 유전적 다양성은 결코 변화가 있질 않을 것이고, 세대가 지날수록 다양성이 감소되는 오크는 자연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나는 두 번째 가설을 검증하는 것도 뒤로 미뤄두었다.


결국 나는 제대로 정욕을 풀지도, 그렇다고 머릿속에 스친 의문을 검증하지도 못한 채 쓸쓸히 잠에 들었다. 오크는 어떻게 번식했던 것일까? 오직 신만이 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