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던져! 시간없다!"


철썩- 철썩-


파도가 방파제를 강타하는 소리가 거셌다.

비오는 여름 밤 바닷가였다.


"으으..."

"어? 형님 이새끼 살아있는데요?"

"거 그냥 던져! 어차피 다 죽어가는 놈이다!"

"아 예!"


방금 신음소리를 내며 깨어난 남자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후드티 남자가 그의 발목을 잡고 끌고가기 시작했다.


"으 으아- 이어아!"


혀가 마비된듯 어눌하게 무언가 소리치는 남성.

그러나 그를 끌고가던 후드티는 혀를 한번 차더니 발로 남자의 얼굴을 짖이꼈다.


"끄으으으으으으읍!!!"

"이새끼야, 괜히 발버둥치지 말라고..."


남자가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기도 잠시, 후드티가 어디선가 주워온 뾰족한 돌로 그의 머리를 찍자 그는 조용해졌다.


"...뒤졌나."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번 밤에 해류를 따라 바다 저편으로 떠내려갈 놈이다.

후드티는 으싸- 하며 남자를 물속으로 던졌다.




풍덩-


차가운 물이 머리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가자 알싸한 고통과 함계 남자의 의식이 돌아왔다.


비록 피가 많이 빠져나가고 머리가 찍혀 의식도 끊기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저었다.


발을 놀릴때마다 툭툭 치이는 시체들을 박차고 올라온 그에게 보이는건 시커먼 하늘,매서운 비, 눈이 멀듯한 트럭 조명, 그리고 핏빛 바다.


"허억! 허억! 허억!"


"아- 씨발! 저 끈질긴 새끼!"


타앙!


돌연 어깨가 불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그 불타는 느낌은 몸을 빠져나와 천천히 바다로 스며들었고, 그는 그의 생명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풍덩-


"이게 마지막입니다!"

"좋아! 다들 타!"


부르르르릉!


트럭이 멀어져간다.


"으허억... 허억... 허억..."


물을 먹었는지 이제 끓는 듯한 소리까지 내는 그의 허파.

피맛이 확 나는 것이 바다가 정말로 피투성이라는걸 알려주었다.


"허억... 씨이발... 허억..."


다리의 감각도 서서히 빠져나간다.

어깨에 난 총알 구멍, 머리의 상처, 그 밖의 자잘한 온 몸의 상처에서 생명이 빠져나간다.


"피...가..."


'피가 부족해...'


후우우우우웅-


주변을 보니 어느세 그쳐있는 비바람.

맑은 달이 하늘에 떠있었다.

피처럼 붉은 달이다.


'피...'


핏빛 바다.


피투성이다.


꼬르륵-

그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는 눈까지 잠겼다.

이제 혀 뿐만 아니라 코, 귀, 머리 속까지 피 냄새가 났다.


쿵.


한번 돌때마다 생명을 온 몸으로, 그리고 바다로 전하는 심장.


쿵.


문득 바다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쿵.


자신이 퍼트린 생명이, 다른 생명들과 이어진게 느껴진다.


쿠웅.


마치 밧줄처럼 이어진 생명의 가닥.


쿠웅-


이걸 조금만 당겨보면...



쿠웅! 쿠웅! 쿠웅! 쿠웅!


피가 역류한다.

그에게서 빠져나가던 피가, 이제 바다 속에 혈관을 이뤄 그에게 모여든다.

시체들이 내뿜던 피도 그 혈관 속으로 스며든다.

그 혈관으로 그와 시체들은 연결되었다.


뜨겁다.

어깨의 구멍이 불타는듯 하다.

그리고 그 뜨거움은 온 몸으로 돌아 활력을 가져다준다.


그는 헤엄을 시작했다.


생명을 흡수하면서 강해진 그의 팔다리는 물살을 가볍게 해쳐나가 방파제까지 도달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방파제를 타고 올라가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제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어깨를 보니, 약간의 붉은 생살을 제외하면 깔끔하게 회복되어 있다.


"허억... 하아..."


일어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다.

옷은 그가 내뿜는 열기로 말라 있었다.

윗도리를 벗어 가볍게 털어주고 다시 입은 후, 그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의 눈이 달빛에 기이하게 빛났다.






"어라."


"무슨 일 있으십니까."


"후후후.. 이거 일이 재밌게 됬구나. 설마 그 독사의 아들놈이..."


핏빛 달이 비추는 어느 작은 방.

드래스를 입은 백발의 여자가 귀에 걸릴듯한 미소를 지었다.


"느껴지십니까?"

"그럼. 무려 이몸의 직계 손자니까 말이야. 어디 그럼, 손자 마중을 한번 나가볼까?"


그녀가 팔을 들어 손목을 긋자 혈향이 진동하고, 흘러나온 피가 그들을 감싸더니 박쥐의 형상으로 변해 날아갔다.


그들이 날아가는 하늘은 피로 얼룩진 듯 하니, 참으로 불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