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크로맨서는 괴롭다.


"이 노오옴! 어찌 네놈이 짐에게 명령을 하느냐! 하등한 것!"

"자꾸 거절하면 소생 취소 할 거라고요..."

"네 놈이 짐을 겁박하는 게냐? 좋다, 마음대로 해라!
짐은 썩어도 왕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네놈 따위에게 굴하지 않는다!"


그 오만함과 그 천부적인 마력양으로 유명하던
전전대 마왕.


"음, 으음."

"저기 현자님... 혹시 무슨 이상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단지 안타까워서 말일세."

"예?"

"소생 마법의 구축식이 허접해서 말일세. 내 어릴 적에는 이런 건 마법이라고도 부르지 않았는데 말이지."


주인을 볼 때마다 라떼는 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고대의 대현자.


"야 주인! 이리 좀 와봐!"

"네? 엘프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활이 부러졌거든. 사령술로 못 되살리냐?"

"... 사령술은 생명체한테만 쓸 수 있는 건데요."

"난 예체능이라 그런 거 몰라! 마법은 잘 나신 마법사님들께서 처리하시라고!"


생전부터 마법과 담을 쌓고 지냈다던
해조차 떨궜다는 신궁 엘프.


"꺄아아악! 나 죽는다!"

"아 성녀님! 그 뼈다귀 몸으로 신성력 쓰지 말라고요!"

"이것은 성녀로서의 의무이자 신의 종으로서의..."


누구보다 독실한 신앙과 누구보다 강력한 신성력의 소유자였다던
전대 성녀.


"우루루루, 까꿍!"

"아 내놔요 제발. 그 지갑 없으면 우리 오늘 굶는다고요."

"우리 애기 거기 아니에요! 여기야 여기, 우쭈쭈."


깐죽거림이 일품인
잔상술의 대가, 괴도.


"힘드냐?"

"전사님 보고만 있지 마시고 제발...!"

"힘드니까 청춘이다. 철은 두들길 수록 강해지는 법이지."


천하제일 대장장이로 불리던 드워프 전사까지.


하나 같이 자기 말만 하는 해골들.

하나 같이 사고뭉치인 해골들.

오늘도 네크로맨서는 괴롭다.


'초대 용사님의 전설로 전해지는 카리스마라면... 이 시끄러운 양반들을 제압해줄지도 모르겠구나.'


웃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얼굴로 어느 드래곤이 했던 말.

네크로맨서 소년은 그 말만 철썩 같이 믿은 채 오늘도 대륙을 헤맨다.



이하 네크로맨서 소년의 하렘 판타지 여행 개그물.

올해 2월 30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