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지금부터 검술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엘리트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1회 열리는 검술 대회. 참가자는 넓은 경기장에서 직접 준비한 장비만 사용할 수 있으며, 독이나 마법과 같은 기술은 일절 사용 금지다.


"카인! 힘내!"


검술도, 마법에도 영 소질이 없었던 내 상대는 루시우스 카인, 귀족 가문인 것은 물론 모든 여학생들의 이상향이자 검술에 독보적인 재능을 보이는 엄친아였다.

윤기 나는 미스릴 갑옷에 푸른 사파이어가 박힌 성검. 평범한 갑옷을 차려입은 나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다.


"에반. 네 검은 어딨지?"


"잠깐만 기다려 봐. 오는 중이니까."


"오는 중이라고? 그게 대체..."


대지를 흔드는 발소리에 카인의 말이 끊겼다. 난데없는 소리에 모두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결투장 중앙의 넓은 문으로 무언가 나타나는 동시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소개할게. 내 검 디노발드야."


내게 딱 하나 장점이 있다면 동물을 길들이는 데는 도가 텄다는 것이다. 그게 어떤 동물이든지 말이다.


"야. 이 미친....! 무슨 짓거리야! 선생님. 당장 실격 처리해주세요."


시합을 주관하는 마틴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미 나와 합의된 사항이네, 이 녀석은 독도, 마법도 쓸 수 없다. 단 불을 뿜으면 규칙에 따라 실격 처리로 하겠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게 괴물이지, 어딜 봐서 검이에요?"


"자네 규정을 안 읽어본 건가? 분명 검이기만 하면 어떤 종류든 상관없다고 적혀있는데. 저 꼬리가 검이 아니면 뭔가? 이 녀석은 엄연히 에반이 소유주인 검에 해당한다네. 무생물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어디에도 없어."


"그런 게 어딨어요! 이건 억지야!"


"왜. 무서워서 그래?"


"누. 누가 무섭대? 좋아. 얼마든지 꺾어줄게!"


거대한 짐승이 우렁찬 포효와 함께 꼬리를 땅에 갈며 붉게 가열시켰다. 검이 부러지고 갑옷에 군데군데 그을음이 생긴 카인이 패배를 선언하기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아카데미 최강의 검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