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벌레는 잘 키우고 있어?"


"탈출 안 하게 조심해라. 콱 죽여버릴지도 모르니까."


나는 오늘도 여김없이 조롱받는다. 지난번 아카데미 소환수 실습 때 남들은 와이번, 늑대, 하다못해 새라도 소환할 동안 고작 애벌레, 작은 초록빛 애벌레 한 마리를 소환했기 때문이다.


터덜터덜 기숙사로 돌아오자 책상 위의 통 안에서 녀석이 상추를 갉아먹고 있었다. 처음에는 짜증이 치밀어 올라 그냥 죽여버리려고 했지만, 막상 내 힘으로 소환한 녀석이라 생각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넌 참 부럽다. 아무 생각 없어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정신없이 식사에 몰두했다.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자라면 밖에다 풀어줘야지.

나는 그렇게 잘 때도, 시험 기간에 공부할 때도, 혹은 책을 읽을 때도 녀석과 한 공간을 썼다. 그러는 동안 무럭무럭 자란 애벌레는 어느새  본래 크기의 세 배가 넘어 버렸다.


문제는 녀석의 성장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애벌레라면 진작에 번데기로 변했을 크기인데도, 녀석은 식사량만 점점 늘어나며 하루가 멀다하고 자라났다. 더 이상 기숙사에서 키울 수 없게 된 나는 결국 여름방학 때 부모님 댁에 놈을 맡겨 버렸다. 미우나 고우나 내가 소환한 애벌레니 잘 돌봐달라면서.


그렇게 겨울방학이 되어 잠시 집으로 내려갔을 때, 상상도 못한 광경이 나를 반겼다.


"야. 저기 봐! 엘렌 여자친군가 봐."


"등에 저거 날개지? 페어리 종족인가?"



그렇게 봄이 되어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곧 있을 소환수 시험을 위해 애벌레를. 아니 애벌레였던 여인을 데려왔다.

여러 직업 중 소환술사 교육 과정에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이 시험은 말 그대로 각자의 소환수들끼리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다.


남들은 집채만한 늑대, 위풍당당한 모습의 와이번을 데리고 올 동안 혼자 미모의 여인을 데려오니 모두가 술렁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배정받은 내 상대는 강적 중의 강적, 붉은빛 와이번이었다.


"야, 엘렌! 그 애벌레는 어디 두고 왔어? 죽었냐?"


"아니, 얘가 그 애벌렌데?"


그녀는 우습다는 듯 콧김을 뿜는 와이번 앞에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오빠, 맡겨만 줘."


"믿고 있을게."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소녀의 몸이 눈부신 빛으로 뒤덮였다. 그 강렬한 광채에 모두가 눈을 감았다 뜨자,..



"소개할게. 이게 내 소환수야."


건물만한 크기의 나방이 우아한 몸짓으로 하늘에 떠 있었다.



키우고 보니 모스라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