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빠빠빠-빰빰


오늘도 핸드폰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으...으..."


난 손을 뻗어 그 알람을 끌려고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결국 일어나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음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빌딩들, 청명한 하늘, 푸르른 나무들.


전형적인 천국의 풍경이었다.


명색이 천국인데, 이승이나 지옥보단 나아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난 이런 하늘을 볼 때마다 진절머리가 났다.


헝클어진 머리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간단히 했다.


"헤븐, 토스트 준비해줘-" 헤븐은 천국에 사는 사람들의 살림을 당당하는 AI로봇이었다. 


"넵! 토스트, 완성되었습니다!"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토스트와 곁들어먹을 버터와 잼이 등장했다.


"하여튼 이거 하나는 편리하다니까."


난 토스트에 잼을 바르고 한 입 베어물었다.


"...지겹네 이거도."


어찌어찌 토스트를 다 먹은 이후, 난 다 먹은 접시를 헤븐에게 넘겨주었다.


그 접시는 마법같이 순식간에 설거지가 되어있었다.


내가 부엌을 뜰려고 할 떄, 헤븐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약 드실 시간입니다!"


"아...맞다." 


난 한숨을 쉬며 부엌 찬장을 열어보았다.


그 속엔 식욕 억제제, 성욕 억제제, 탐욕 억제제 등등 인간들의 여러 욕망을 억제하는 알약들이 놓여져 있었다.


난 그 모든 약들을 한 움큼 집은 뒤, 물과 함께 한꺼번에 입 안에 털어넣었다.


맛보지 않고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입안에 알싸한 향이 맴돌았다.


다시 식탁에 앉아, 머리를 쳐박았다.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이어가야하나 의문이었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았다. 


난 처음부터 천국으로 향한 건 아니었다.


내 사후 첫 행선지는 연옥이었다.


큰 죄는 짓지 않았지만, 방탕하게 살았다는 이유였다. 


연옥에서 죄를 뉘우친지 3년, 난 천국으로 승천했다.


처음엔 천국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모두가 행복하고, 모든 게 잘 풀릴 거라고.


하지만 왜 난 행복하지 않지?


난 아직 열려있는 찬장과 그 안에 있는 약들을 바라보았다.


천국은 고통과 질병이 없는 행복한 공간이었다. 겉으로는. 


하지만 동시에 욕망을 완벽히 절제해야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만약 천국에서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면, 자신의 그림자가 또 다른 자신으로 변해 본래 자신을 타락시키려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타락된 사람은 발각될 시 곧바로 천국에서 쫒겨나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게 내가 이 약들을 먹는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뭔 소용이지?


적어도 연옥에선, 하늘은 약간 붉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 수 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밤새 진탕 놀다던가, 하루종일 퍼잔다던가, 누군가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던가...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여긴 천국이니까.


"짜증나!"


감정이 북받쳤는지, 난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할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툭.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난 여기 앉아있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난 두려움을 안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내가 나의 뒤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