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아닐세. 우선, 우리의 기술이 지구보다 발전하여 이족보행 인간형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고..."


"두 번째로는 인간이 하나의 상징(symbol)이기 때문이지."


예상을 벗어난 답변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아하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로군. 그리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예를 들어, 자네가 십자가를 본다면 무엇이 떠오르지?"


"교회, 기독교. 적십자, 의무병?"


"그렇지. 아주 적절한 답변일세. 십자가는 자네가 방금 말한 것들을 연상시키는 효과를 가진 상징이지."


"그 말은,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외계인들에게는 하나의 상징이라는 건가?"


"이해가 빨라서 좋군. 그럼 과연 무엇의 상징일까?"


"몰라."


"포기가 너무 빠른데...뭐, 좋아. 뜸 들이지 않고 바로 이야기해주지."


--전쟁이네.


"전...쟁?"


"온 우주를 통틀어 종 전체가 이토록 투쟁심과 악의로 가득한 종족은 발견되지 않았다네."


"다른 행성은 진작에 성계 단위의 연합을 이루며 우주를 넘나들 때, 자네들은 행성 단위의 통일 국가조차 세우지 못했지."


"자네들이 화합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우주로 진출하여 우리의 이웃이 되었을 텐데...그 반동으로 자네들은 누군가를 해치는 것에 한해서는 우주에서 가장 발전했다네."


"온 우주를 통틀어 '전쟁'이라는 끔찍한 개념을 악마가 아닌 숭고한 신으로 모신 게 오직 인간뿐이라는 건 아는가?"


"그런 인간이야말로 '전쟁병기의 상징'으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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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인간보다 발전한 외계인들이 굳이 비효율적인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을 만드는 이유에 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해본 결과물.

이 세계관의 인류는 우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본능'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종족.

외계인들 사이에서는 인간이 "이 악마같은 놈!"이라고 하듯이 "이 인간같은 놈!"이라는 관용어도 존재함.

따라서 외계인들은 인류와 함부로 접촉했다가 이들이 "외계인"에 대한 적대감을 품고 전쟁망치 세계관의 인류마냥 제노사이드를 일으킬까 두려워 지구 및 태양계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함.

그러나 우주 인신매매 업자 등은 인류가 전투원으로서 지극히 우수하다는 것을 깨닫고 납치하여 용병으로 팔아먹기도 한다. 


라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거대로봇을 타고 외계인 범죄자들과 싸우는 우주경찰 지구인을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