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등교를 하지 않은 학생이 있다. 아직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사진만 보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는 여학생인데, 생활기록부를 보면 낯을 심각하게 많이 가린다고 적혀져 있었다.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가 싶어 주변 교사들에게 물어봤더니. "그 애. 출석처리 계속돼있는데? 나오는 거 아니었어?" 하는 이상한 대답만 들려왔다. 출결 체크는 내가 하는데? 이게 뭘까.


이상하다 싶어 그 애의 집을 찾아가기로 한지 두 시간째.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아스팔트 도로에서 콘크리트 울퉁불퉁 도로로. 이윽고 차의 타이어는 파릇파릇 잡초가 돋아난 흙길을 지나치게 됐다. 정말 집이 이런 곳에 있다고?


"통학 거리치고는 집이 꽤 먼데... 기숙사에 있는것도 아닌데... 어빌리티라도 사용하는 걸까. 하지만 난 그 애가 학교에 있는걸 본 적이 없는데."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조차 아닌.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걸려온 의문스러운 전화였다.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혹시. 노빅. 교수님...이신가요?


"응. 누구니?"


-저. 그. 교수님. 저희 집. 찾아오지. 말아주세요... 스토킹 당하는 거 같고... 좀... 그 멀잖아요. 지금이라도 돌아가... 주세요...



"나는 비싼 등록금을 내놓고 며칠째 등교거부 중인 학생을 용납할 수 없단다."


-으. 싫은데. 청소도 안 했고... 그럼 좀만 속도를 줄여주실 수 있나요? 흙길을 80km/h로 달리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준비도 해야 하니까요...


나는 차의 계기판을 보았다. 대략 50마일쯤을 속도계 침이 까딱거리고 있었다. 킬로미터는 익숙하지 않아... 그나저나 누가 학생한테 내가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한 걸까? 곧바로 출발해서 아무도 모를 건데. 이상하네.


"알았어. 기다리고 있어. 학생. 이야기좀 해보자..."


-네에...


시간을 더 들여 도착한 곳은 집이라기엔 수상한 부지였다. 나무들과 산을 깎아 만든 길고 넓은 아스팔트 평지. 그리고 큰 이글루 같은 창고들과 그 사이에 나 있는 자그마한 집 하나. 워낙 넓은 부지라 나는 그 집 근처에 차를 세웠다.


주섬주섬 다가가 보니. 집 안에는 인기척이 전혀 나지 않아 문을 두두려 봤다.


"있니? 학생?"


"으헤,? 자! 잠깐만요오!"


우당탕. 거리며 집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문이 열렸다. 푸석푸석한 장발의 소녀가 시선을 피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진 속 애가 맞네. 


"그그그그. 선생님! 아니. 그. 교수님. 집 안은 정리가 안됬으니까아."


"거실에서 이야기하면 되는 거지?"


이윽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학교는 왜 안 나오는가. 너무 멀어서. 기숙사는? 합숙생활이 싫으니까. 출결은? 모르겠어요... 같은 짧은 답변들 투성이랄까. 계속 출석을 안하면 성적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간다. 같은 주의를 주고서. 학생이 계속해서 불안해 보이니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그. 그럼. 그 조심히 가세요. 픽업트럭 같은 걸로 오가는건 힘드니까..."


"알았다. 출석일수는 채워야 해. 조만간 나오려무나."


"네...네..."


...차를 타고 나가다가. 집 안에만 있던 그 애가 내 차를 봤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창문으로 봤겠지. 하고. 넘겼다.



하늘 위에 눈 하나가 있었을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