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시 돌아온 발표시간이에요.

그나저나.. 휘- 오늘은 사람이 참 많네요?

슬슬 어둑해져가는 시간대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실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자, 어디보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아하하 제 손가락 발가락을 다 합쳐도 못 셀만큼 많은 분들이 모였네요.

정말 감사해요!

특히 거기 꼬마숙녀분과 신사분?

제가 옷차림으로 추측해보건데 적어도 여기 사람은 아니신것 같네요.

아마도.. 부산사람이시죠?

엇, 어떻게 알았냐구요?

헤헹.

설명해 드리자면, 우선 숙녀분의 아버지 되시는 분으로 보이는 신사분에 옷 주머니에 삐죽 튀어나온 열차 티켓이 보였어요.

그것 말고도 하얀 셔츠로 보이는 소매 부분이 꽤나 닳아있는데다 여기저기 핏자국이 있는것두요.

물론 이것만으론 확신할 수 없지만 소매에 바닷물에 오래 노출되었을때 보이는 헤진 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물고기 잡이 일을 하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것말고도 또 뱃사람 특유의 까맣게 탄 피부와 아주 가끔 입는다는 듯이 각이 잡혀있는 양복, 뱃그물을 올리는 사람들 특유의 굳은살도 제 판단의 근거가 되었지요.

하지만 결정적으론, 제가 부산사람이냐고 물었을때 크게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신게 컸죠.

어라? 미리 짜고 친것 아니냐구요?

아하하.

그럼 거기 아까 대답해주신 숙녀분과 신사분?

돈은 나중에 계좌로 보내드릴게요.

이건 제 감사의 윙크!

크흠흠 아무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릴게요.

다들 감사해요.

저에게는 저 분들 말고도 멀리서 찾아오신 분들이 꽤나 보이는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그만큼 제 발표가 그정도로 흥미가 있어 보였다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되겠죠?

키킼.

이제 감사인사도 끝났으니 진짜 인사를 드릴 시간이네요.

반가워요.

저는 김유진이라고 해요.

어라? 이미 알고 계신다구요?

에헤헤. 이거 참 영광이네요.

하지만 저를 이미 아시는 분도 있으신만큼 처음보는 분들도 계신다는점!

그러니까 들었던걸 또 듣는다고 해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이제 정식으로 다시 소개할게요.

이미 들으셨겠지만 제 이름은 김유진, 꿈은 간호사에요.

네? 제 꿈이 왜 간호사냐구요?

아주 정확하신 질문이었어요.

나중에 소정의 상품, 받아가세요?

아무튼.

오늘 제가 이자리에서 말하고 싶던 이야기가 바로 이거에요.

제가 어째서 간호사를 꿈꾸게 되었는가.

어찌보면 제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

혹은 동경하는 목표에 대한 심심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게 바로 제가 오늘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것.

저의 버킷리스트이자 꿈을 목표로써 구체화시킨 계획표에요.

일종의 인생게임의 지침서이자 소망의 모음집이죠.

물론 이 소원이 적힌 종이조각이 그저 검은 것은 글씨도 흰것은 배경인 종이조각이 되어버릴지 아니면 정말로 제 인생의 계획표가 되어줄지는 아무도 몰라요.

누구도 이것들이 실제로 이뤄질지 안이뤄질지에 대해서는 감히 말해줄 수 없죠.

하지만 불확실하다고 도전하지 않을 것은 아니잖아요?

그저 먹고 살고 자라가는데 없어도 되지만 갖고는 싶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 저는 그게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자, 말이 좀 새어나갔는데 본론으로 돌아갈게요.

우선 제 버킷 리스트중 첫번째 목표에요.

제가 만약 간호사가 된다면 월급을 모아서 70만원을 기부해보고 싶어요.

이유는 동경.

제가 평소 노래를 듣는것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가수나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있는 편인데요.

그 사람들을 보면 분명 꽤나 거액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돈을 선뜻 기부하더라구요.

그 모습이 멋졌어요.

다들 말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가진게 많다고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주는것은 어려우니까요.

으음.. 물론 쉽진 않겠죠.

그도 그럴게 간호사의 평균 월급에서
세금을 떼고,
월세를 떼고,
식비를 떼고,
부모님 드릴 용돈을 떼고,
제 생활비를 떼고,
가끔 놀고싶을 때 사용할 사치미도 떼고, 최근 시작한 주식 투자비도 떼고나면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거든요.

언제나 그렇듯, 인턴의 딜레마죠.

첫 월급을 받고나면 분명 많은 돈을 받은 것 같은데 눈 깜박하면 아무것도 없다니까요?

하지만 이런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제가 쪼개고 쪼개서 모은 이 70만원을 기부하고 난 뒤에 얻을 따듯한 충족감 또한 만만치 않을거에요.

남들은 자기도 못 살면서 남들에게 배푸는 사람들을 호구라고 부르지만, 때론 마음의 양식이 더 소중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두번째 버킷 리스트에요.

만약 제가 간호사가 된다면 저는 길가다가  쓰러진 사람을 도와주어 보고 싶어요.

이유는 존경.

며칠전 제가 본 뉴스중 이태원 사건에 대한 뉴스가 있었어요.

연예인을 보기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가 그만 그 사람들 사이에 깔린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죠.

비록 이 사고에 대한 제 말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참사 당시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친인척, 관계자 분들에게 슬픈 애도의 말을 전할게요.

꼭 상황이 나아지셨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저는 이 사고는 꽤나 많은 분들이 직접 참사를 겪었고, 다시는 일어나선 안되는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렇지만 동시에 만약 이러한 사고가 또 일어났을 때에 대해 그에 대한 신속한 대비 또한 필요하다고도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이에 대해 생각하던 저는 그 뉴스에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중 CPR 자격증이 있던 사람들이 응급 환자를 돕는데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보았어요.

매우매우 존경스러웠고, 저도 언젠간 꼭 사람들을 살리는데에 일조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열심히 노력한만큼 사람 한명을 더 살릴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기에 언젠가 제가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공부하고 길거리에서 갑작스레 쓰러진 사람을 도와보고 싶어요.

앗, 그렇다고 누군가 쓰러지길 바란다거나 하는건 아니에요.

혹시 모를 그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하고 사람의 목숨을 구해보는것이 꿈이라는 말이죠.

세번째 버킷 리스트에요.

제가 만약 간호사가 된다면 아동교육 기관에서 CPR을 교육해보고 싶어요.

이유는 어린시절의 꿈.

제가 어린시절, 그러니까 초등학교에 재학하던 즈음에 잠시 간호사가 아닌 선생님을 꿈꾼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던 직업중 하나가 선생님이었으니 그랬을거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꿈은 분명 진심이었고, 지금도 간호사를 꿈꾸지만 완전히 선생님에 대한 로망이 사라진것은 아니에요.

단지, 간호사가 더 하고싶을 뿐이죠.

그런데 제가 선생님에 대한 신기한 사실 하나를 알려드릴까요?

사실 '선생님'의 말뜻 자체에는 신기한 의미가 담겨 있어요.

먼저 선(先)
삶 생(生)

둘이 합쳐 선생(先生).

한마디로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이죠.

신기하지 않나요?

그저 우리를 가르친다는 뜻으로 지어진줄만 알았던 선생님이라는 말이 사실 우리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였다니.

물론 선생님이라는 말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어요.

먼저 태어난 만큼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을테고 이렇게 깨닫게 된 경험을 후대에 알려주는것은 인류 탄생 이례 한번도 끊이질 않고 이어진 본능이니까요.

인간은 죽고싶지 않아해요.

이것 또한 인류 탄생 이례로 단 한번도 끊이질 않고 이어져온 감정이죠.

그렇지만 모든 인간이 그랬고, 불사황이라고 불리던 진시황이 그랬듯, 인간은 언젠가 죽게 설계되어 있어요.

네. 설계되어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죠.

어라? 거짓말이 아니에요.

우리 인간의 DNA엔 실제로 지금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음에도 일찍 죽게 만드는 정보가 입력되어 있거든요.

믿기지 않으신다구요?

검색해보세요. 정말이랍니다?

말이 샜지만 아무튼.

인간은 언젠가 죽어요.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하죠.

그러니 대안책을 찾는거에요.

내가 안된다면 나의 다음이.

내 후대가. 내 가족이. 내 후배가.

다음으로, 다시 다음으로.

이처럼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인류 모두의 본능에 새겨진 직업이자 가장 처음 생겨난 직업이며 현재까지도 그 명목을 유지하는 직업이에요.

먼저 살아가고 먼저 죽을테지만 적어도 내 뒤에 있는 사람들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비록 개인의 욕심이나 그릇된 욕망에서 시작될지도 모르지만 결과만큼은 숭고한 희생.

그것이 '선생님'의 본질이에요.

지금까지 수억 수천억의 선생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지금의 모든것은 선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그럴테죠.

말 그대로 인류의 기반은 과거에요.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격언의 기반은 여기에서 나오죠.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저희 모두 선생님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저는 지금 제 인생사와 생각을 읊고 있지만 분명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잖아요?

그리 활용력이 있어보이는 가르침은 아니지만..

아무튼.

저는 CPR 교육을 명목으로 한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이 해보고 싶어요.

물론 아이들은 또라.. 흠흠. 아니 에너지가 넘치는 자들이라 대하는 사람의 정신력을 쪽쪽 빨아간다지만 꼭 해보고 싶어요.

기왕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요.

마지막 버킷 리스트에요.

저는 최소 한명에게라도 기억에 남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이유는.. 복합적이네요.

사실 이 목표는 추상적이에요.

다른 사람에 기억에 남는다니.

기억에 이라는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개인의 사상이 다르기에 감히 계획으로써라도 재단할 수 없죠.

그러니 추상적이에요.

제 기준이 높다면 평생을 간호사로 살더라도 이루지 못 할 가능성까지 있아요.

그렇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해보고 싶어요.

물론 제가 간호사랍시고 섹시 란제리 컨셉의 간호복을 입는 미친짓을 한다면 분명 많은 사람에 기억에 남을 수는 있을 거에요.

일단 제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전혀 전혀 없다는 점을 뒤로 한다면 말이에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제가 원하는 '기억에 남는다' 는 그런게 아니에요.

저는 '간호사'로써 기억에 남고 싶어요.

제가 돌보는 환자가 병원을 조금이라도 덜 무서운 곳으로 바라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드는것.

제가 그렇게 만드는것.

그게 제가 원하는 방식이에요.

내 인생 최고의 간호사.

내 인생의 바꾼 간호사.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존경스러운 간호사.

흐으으..

듣기만 해도 가슴을 간질이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매력이 있는 말들이지 않나요?

저는 한 사람의 인생에 뛰어들어 친히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고 싶어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가장 인상깊었던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단 한명만이라도 좋아요.

아니, 한명으로도 충분해요.

이상이에요.

제 심심한 인생사를 들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프흡.

아하하 아니에요.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개츠비양이 떠올랐거든요.

아무튼 저는 이만 물러가고, 다음주 이 시간에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해요 여러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