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미 알고있었지...!"
"뭘 말하려는거인지 잘 모르겠는걸."
"아티팩트의 원료가 사람이라는걸!!"


그녀가 다짜고짜 나를 찾아와서 멱살을 잡고는 하는 말이었다.

확실히 슬슬 때가 되긴 했다. 단서도 좀 많이 뿌려졌고.


"그래서?"
"..."


사람의 분노가 한계를 돌파하면 오히려 냉정해진다 했던가.

그녀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주먹으로 응수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육체와 각종 아티팩트의 보조로 그녀의 주먹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굉음을 내며 내게 직격했지만.


캉!


아티팩트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방금 사람 하나의 목숨이 의미없이 사라졌네."
"너...!"


그녀는 묘지기의 딸이고 수없이 많은 전쟁을 걲은 베테랑이었다.

그런만큼 목숨에 대한 값어치를 그 무엇보다 높이 평가했고 모든 목숨이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목숨의 가치는 모두 다른데도 말이다.


"142개. 내 몸에 둘러져있는 아티팩트의 갯수야. 너의 전력이라면 금방 부술 수 있겠지만. 글쎄? 니가 할 수 있을까?"
"..."


그녀는 이번에도 말없이 이를 악물 뿐이었다. 잘 알고있는걸테지 자신은 할 수 없다는걸.

그래도 이번에는 쉽게 설득되어서 다행이다. 요전번에는 20개나 부숴먹어서 여간 손실이 아니었다.


"너는 똑똑한 여자야. 그렇기에 작은 단서만으로 진실에 도달할 수 있지."
"..."
"나조차도 모든 단서를 소거할 수 없었고. 너는 그 단서들을 모아 나에게 찾아왔어."


물론 신뢰가 부족하던 초반에는 암살부터 하려들어서 애먹긴 했지만, 지금은 별로 상관없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이 문제로 나를 찾아왔는지 기억해?"
"그게 무슨..."


그녀는 슬슬 당황하는 눈치였다. 당연하다.

기억이란 인간을 이루는 근간이자 모든 사고의 우물이니까, 자신도 모르는 기억이 있다는걸 받아들이는건 힘들것이다.


그러니 고통을 끝내주자.


"사실 나도 잘 기억 못해. 너무 많거든."
"잠,잠깐..."
"괜찮아. 힘들어할 필요 없어. 이번에도 내가 편안하게 해줄테니까."


그리 말하며 나는 안주머니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구슬을 하나 꺼냈다.


[현자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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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알마 에티그라다]

[저장량 : 759Tb]


나의 누이였던 현자를 가공함으로서 얻어낸 아티팩트.

한명에게밖에 쓰지 못한다는게 흠이지만 엄청난 가치를 지닌 아티팩트이자 나의 비밀병기다.


"미안. 다음에는 이렇게 안 찾아오도록 노력할게."




+++



이런식으로 기억상실 시키는 주인공 어떰? 온갖 템으로 온몸 둘둘 두르고 사기치는 그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