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강한 무림인이었던 거 아니에요?"


젊은 남궁가의 무인이 물었다.

무림맹 높으신 분들의 이마에 주름이 한줄씩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소림사 출신의 한 노인이 지긋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천마는 그 내공의 수준도 두려웠지만 우리가 실로 무서워한 것은 따로 있다네."

"천마신공이라는 그건가요?"

"그렇네. 자네도 천마군림보 정도는 들어봤겠지?"

"그거 최근에 연구하기로 별 거 아니라던데요."


움찔.

노인의 손이 멈추었다.

금시초문인 모양이었다.


"천근추랑 원리는 비슷하다던데."


좌중엔 소란이 일었다.

50년 전, 혈교의 분파를 박살낸 그 무공이... 천근추 짝퉁이었다고?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럼 천마군림보는 사실 특별한 것도 아니었던 거잖아?"

"하모, 가들은 상시 그래 천근추를 쓰고 다닌 기가?"

"돼지 새끼들 어쩐지 땅이 가차없이 울린다했다."

"다들 조용히 하시게."


도무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던 좌중의 잡담은
노인의 손짓에 간단히 제압되었다.


"천마군림보가 그런 뒷배경이 있는 줄은  몰랐구먼. 하나 우리가 두려워한 것은 천마군림보가 아니라네."

"그럼 뭐죠? 천마광염무?"

"그거야 그저 삼매진화 비슷한 느낌이었으니..."

"당시엔 물총이나 하나씩 들고 가서 잡았지."


300무림인의 300 물총.

상상만으로 기이함이 느껴지는 정경이었다.


"무림맹이 실로 두려워한 것은 데스빔이었네."

"천마데스빔, 그 기상천외한 효능은 가히 사술의 끝판왕이었지."

"데스빔이요? 저도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제 대사부님이 그걸 맞고 돌아가셨다 들었는데..."

"돌아가? 누가? 남궁세가 전 가주가?"


제갈세가의 젊은 여성이 눈을 크게 떴다.


"자네 정말로 스승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겐가?"

"예, 예... 그렇습니다만."

"허어, 말도 안 되는 소릴. 천마데스빔을 맞고 죽은 이는 없다네."

"예? 그럼 스승님께서 거짓을 이르셨단 말씀이십니까?"

"여기 있는 이들 중 3할은 천마데스빔을 맞아보았다네. 무척이나 두려운 기술이지만 절대 사람을 죽이는 기술은 아니야."

"약한 무공이었단 뜻입니까?"

"약하진 않네. 가히 두려워할 만했지."


이게 무슨 말이람?

남궁세가의 소공자는 머리에서 김이 나는 듯하였다.

무림맹의 무인들도 이 젊은 공자가 왜 이해를 못하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서로가 대화의 축을 맞추지 못하는 와중 나선 이는 제갈세가의 여인이었다.


"여보게, 자넨 혹시 천마데스빔이 직접적인 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겐가?"

"예?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토록 뭇 무인들을 떨게 한 무공이 어찌..."

"틀렸다네... 천마데스빔은 인체에 피해를 주는 기술이 아니라네."

"그럼...?"


그런 거 였구만.

좌중엔 어이가 없다는 감정이 감돌았다.


"아무래도 자네 스승은 거짓을 말한 모양일세."

"자네, 스승이 여자지 않나?"

"여성이십니다. 남궁가의 가주치곤 이례적인 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전가주가 여자로 변한 걸세."

"예?"

"천마데스빔은 맞은 자의 성별을 변환시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네."

"???"

"천마 TS빔(티에스빔). 빠르게 읽으면 천마테스빔, 혹은 천마데스빔."

"천마 녀석, 서역에서 이상한 걸 배워와선..."

"자네 방금 전에 천마를 쫓아낸 이유를 물었던가?"

"아, 어, 예..."

"천마데스빔으로 성전환이 된 사람들 중 운이 나쁜 일부는 도중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하네."

"그 말씀인즉..."

"혹여 눈이 맞아 서로 부대끼던 사람들이, 도중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나?"


아...

이건 쫓아낼 만했군요.

남궁세가 소공자가 신음하였다.

여름이었다.

천마의 재침공까진 겨우 두 계절이 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