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 됐다.

 

“임신했데.”

“인생...”

“인생...”

“인생...”

 

임신했댄다.

 

물론 임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리 절망적인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육체적으로 맺어지고, 아이를 빗는다는 것은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맞이한 축복받을 일이니까.

 

다만, 그 상대가 여동생이고.

딱히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며.

하물며 우리 둘이 어젯밤 겨우 성인을 넘긴다가.

이 세상이 현대 세상이 아닌, 낙태가 대죄인 판타지 세계라면.

 

거기다가, 하필 이세계에 떨어진 사람 중 우리 아빠도 있었다면 어떨까.

 

“그니까, 유나 뱃속 아이 아빠가 유성이인건 확실한 거지.”

“응...”

“그...걸 한 사람이, 애초에 오빠밖에...”

“허이고.”

 

우리야 정말 좋아서 섹스한 건 아니다.

정말 합당하고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단 말이다.

 

- 서큐버스 퀸의 저주.

 

1시간 안으로 이성과 성관계를 맺어야 해주 되는 저주로, 해주하지 않으면 죽는다.

 

이게 무슨 XX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도 아니고.

아, 맞는 말인가.

 

그 저주에 걸리고 서큐버스 퀸의 성채가 무너져, 한 시간 정도 건물 안에 고립되어 있었으니까.

 

현장에 아빠가 없었다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

아들딸이 박고 박히는 꼴을 봤으면 졸도하셨을 게 뻔하니 말이다.

 

“미안해, 아빠...”

“너희가 미안할 게 어디 있겠니. 다 저주 때문이라는데...”

 

나와 동생을 측은하게 바라보다, 동생의 배를 보고 한숨을 쉬는 아버지는 정말이지.

 

“그, 우리 배다른 남매라거나. 한 쪽 주워왔다거나 그런 건...”

“야, 우리 쌍둥이잖아.”

“아, 그랬지...”

 

담배가 마려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