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이거면....."


방에서 한 사내는, 기하학적 문양을 지닌 마법진을 그려내고 있다.


일부 교단에서는 가히 천문학적 가치에 맞먹는 신화적 진리가 담긴 마법진이였지만, 그 사내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애시당초 이해했었다면 곧바로 발광했었을 터이니 마법진을 그린다는 당찬 행동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꺼려지기는 붉은선이 그려진 부등변다면체를 마법진의 중앙에 놓았다.


남자는 이 보석을 당연히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낸 모조 위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보석 또한 어떤 이유에서인지 신화적 가치를 지닌 진품이었다.


이 모든 행위가 모독적인 무언가를 불러내는데 적합적인 것은 우연일지, 아니면 바깥을 바라 보는 자들의 부름인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마법진을 그려나가고 있는 사내 만큼은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자, 다 그렸다. 더럽게 복잡하게 생겼네.... 장난식으로 만들꺼면 퀄리티는 좀 납득 가는 선에서 그리기 쉽게 만들라고. 그리는데 1시간이 족히 걸리는게 말이되나?"


그는 마지막으로 마법진 바깥에 놓아진 촛불에 불을 붙이고, 방의 불을 껐다.


"좋아. 그러니까..... ia! ia! Nyarlathotep fhtagn!"


모독적인 주문을 그대로 읊어 나감에, 어떠한 정신적 위화감이 들어야만 할 것이지만. 그는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 행위가 "이세계로 가는 방법[12]" 라는 게시글의 내용을 어줍잖게 따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행위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었다.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면 주문을 봤을때부터 신경을 타고 흐르는 모독적 지식이 사내를 미치게 만들어 정신병원 신세를 졌을테니, 이는 행운일까. 아니, 소환의식을 눈앞에 둔 지금에서는 최악인 것인가.


이윽고 마법진은 불길하고 창백한 청색의 빛을 발하며 사내가 읊은 주문에 응답하고 있었다.


마법진 끝에 있던 촛불이 불규칙적으로 꺼져간다.


"오...오오...! 뭐야!"


이윽고 방에 모든 광원이 사라졌을때.


마법진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올랐다.


그건 상식이라고 부를만한 속세의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형태를 띄고 있었다.


감히 묘사컨데, 점성을 지닌것 같은 검은색 촉수가 마법진 힌 가운데에서 솟아오르자.


그 뒤를 이어 바닷가에서 올라온듯한 문어의 질감을 가진 인간형의 팔다리가 마법진에서 솟아올랐다.


팔다리가 마법진 아래에서 솟아오르자, 중력의 영향을 받는 듯 다시 바닥을 짚어내는 모습은 현 상황이 얼마나 미쳐있눈지를 감히 증명해내었다.


"뭐....뭐야....! 도대체 뭐야.....!!!"


여기 까지 와서는 아무리 남자라고 한들 눈치 채지 못할 수 없다.


이 모든것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진 희극인가.


그 모독적인 형상을 눈 앞에 두자, 감히 알아채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불러낸 것이 무엇이며, 왜 이렇게 된건지.


알아차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모든 행위가 신화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누가 이 모든걸 준비했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남자는 더 이상 자신의 안위를 걱정 할 수 없었다.


모독적 형상이 마법진을 빠져나와 대지를 딛자.


그 앞에서 자신의 모든것이 부정당했다.


"f...grhn.....ㄴ.....너..... 인가......"


"ㅇ.......아아........"


감히 어떤 인간이 저 앞에 서서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사내가 살아온 세월은. 이 '존재'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아......."


남자는 곧바로 균형을 잡지 못한채 뒤로 넘어진다.


그러자 등 뒤 선반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그것중 하나는 지우개였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은 분명 신화적인 가치를 지녔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는것은 아니었다.


그 본질은, 실패했을때 수습하기 쉬운 분필로 그려진 마법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의식의 도중이었다.


기하학적 문양은 각각이 다른 문양을 보충하는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말하자면, 직렬 연결된 톱니바퀴와 그 원리가 비슷했다.


그런 마법진의 일부가 지워진 결과.


바깥의 존재인 신이라고는 해도, 불완전한 상태로 고정되게 되었다.


두번째로 떨어진것은 증기선 모양의 장난감.


그 장난감이 '그 존재' 의 머리위로 떨어지자.


불안정한채 고정되어 있던 몸체가 뒤로 기우뚱 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frgn.....?"


'그 존재' 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문제를 가지지 않는다.


자신의 권능을 조금만 이용해도 이 상황을 해결 가능하다.


애초에 마음만 먹는다면 아예 자신 혼자서 강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인간을 가지고 노는것이 목적인 '그 존재'는 이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자 하였다.




.........


san치 체크.

정신력 55....... 67 실패!

san치 감소 롤 1d100...... 54!


사내는 그 직후 정신을 놓았다.


아니, 간신히 광인이 되지 않은 정도로 끝났다.


하지만 정상인이 되려면 그가 할아버지가 되어도 정신병원을 나올 수 없을것이다.


그 직후 남자는 광기에 휩쌓였다.


사람의 광기에는 20가지 가량이 있다.


헌데 그중에는....


광기판정. 1d20..... 20. 색정증.


색정증이 존재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부정 당하는 일말의 경험에서 섬짓섬짓한 쾌감을 느꼈다.


그 쾌감은 당장이라도 눈 앞의 존재를 범하고 싶다는 발상으로 이어졌다.


모독적인 존재를 불러내기 전까지는 나름 평범했던 그가, 가장 평범하지 않았던 부분.


그건 성행위의 재능이었다.


우람히 솟아오른 남성기가 눈 앞의 '그 존재' 에게 드리워 진다.



그 직후, 사내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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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윽ㅡㅡ..."


눈을 뜨자, 사내는 침대위에 누워 있었다.


"뭐지..... 방금 그건.... 꿈이었나....?"


마법진을 그린것, 그리고 '그 존재'를 소환한 것.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는 형상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내었다.


"젠장.... 이게 무슨 개같은 꿈이람...."


그렇게, 사내는 아닌 밤중에 꾼 견몽을 부정하고 일상을 시작하려....


'말캉'


".....?"


사내가 무심코 옆으로 향해 뻗은 손 끝에는 봉긋이 솟아오른 가슴이 쥐어져 있었다.


".......무.....뭐...야....?"


가슴을 따라 얼굴로 시선을 옮기자, 굉장한 미인이 같이 침대위에 잠들어 있었다.


통신 매체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우주의 색이라고 해야만 할까.


옆애 누워있던 미인의 머리카락의 색은 우주 너머의 무채색과 비슷했으며.


코는 오똑히 솟아있고, 입술은 자그마한 광원의 빛도 흡수 하는듯 자그마한 윤기를 띄고 있었으며.


눈은 굳이 말하자면 여우눈이라고 해야만 할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홀리게 만드는 은근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뜬채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익!'


"하암.... 잘 잤는가?"


"누..... 누구세요?"


"그대가 나를 불렀다만, 기억이 나지 않는건가?"


"부르.... 다니...."


방금 떠올렸던 일련의 소환의식.


정확히는 전송의식 이라고 생각했던 그 의식들의 과정.


그리고 그 결과까지, 다시 한번 사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온 옷을 벗은 다음의 기억은 나지 않았다.


"...... 설마.....?"


"기억을 잃었나 보군, 나약한 인간의 정신으로는 본신을 함부로 못보여 주겠어."


"내.....내가 소환한 그.....!"


남자의 말이 끝나자, '그 존재'가 말을 꺼낸다.


"맞다. 필멸자. 나는 우둔한 아버지의 아들이자, 기어다니는 혼돈이라고 지칭되는자. Nyarlathotep 이다.


"흡....!"


"그리고......."


말이 끝나자, '그 존재'.... 아니, 그녀는 남자의 몸을 껴안으면서 말한다.


"이 시간부로 그대의 아내일세♡"


"............."



아이디어 롤

35....... 100 펌블!



남자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파도속에서, 잠시간 뇌의 판단기능을 정지하는것으로 발광을 유보했다.


이윽고, 단순한 의문 하나가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왜요......?"


"그야....."


그러자 그녀는 남자의 성기를 가리키며 홍조를 띄운다.


"그야.... 이것으로 이런것이나 저런것을 당해버리면 아무리 신화생물이라고 해도 함락당해 버린다♡"


"............."


"나는 필멸자들 따위의 성별이라는 관념으로 정의 할 수 없지만, 그대 덕분에 굳이 성별을 말하라고 한다면 여성으로 답할 수 있게 되었네♡"


"................"


"그대가 선언시키지 않았는가♡ '내 여자가 되어라!!!!' 라고. 나도 외쳤지. '네엣♡ 될게혀어어엇♡♡♡' 하고 말이야♡"


"..........................."


"앞으로도 필멸자들로 유희를 할때는 그대도 함께 데려 올 것이다. 허락할 것이지?"


"......"


아이디어 롤.

35..... 12 성공.


광기판정 1d20..... 8 기절.



사내의 뇌는 이 상황에서 기절하는것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