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좀비 사태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까?'
'저 산 뒤편에는 뱀파이어가 사는 성이 있지 않을까?'

솔직히 정말 문자 그대로 누구나 하던 생각일 것이다. 그럼,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들은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에 완벽한 대처가 가능할까?

으적, 쯥, 아그작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사, 살려줘! 먹지 마!"

눈 앞에는 부부 한 쌍과 두 좀비가 있었다. 아니지, 고기 한덩이와 한 사람, 그리고 두 좀비구나.

"살려쥐! 살려!!! 아아아아아아아!!!!!"

콰직, 으그적, 척, 츄릅

이제 그냥 좀비 둘밖에 남지 않았다.

몸에 힘이 느껴진다. 내 수하인 좀비들이 취한 생명, 그것이 온전히 내게 전해지는 것을 느낀다.

"음?"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의 생명치고는 뭔가 조금 많은데... 아.

"쯧, 임신했었나. 아까운 짓을 했군"

이미 먹어버린 것이고, 신경 써봤자 의미없는 일이다.

슬슬 다른 데로 이동해볼까. 여기 가만히 있어봐야 별 소용도 없고.

"이이! 야! 우리 엄마 아빠 돌려내!"

툭.

돌이 날아와 내 뒤통수에 맞았다. 돌아보니 웬 여자애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초등학생인가? 중학생? 뭐 상관 없지.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어떻게 한 거야! 이 괴물!!"

계속해서 돌을 던지는 소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꼬맹아, 왜 그리 화가 났니?"

"몰라서 물어! 니가 우리 부모님을 죽였잖아!! 이 쓰레기!"

"꼬맹아, 나는 내 부모를 내 손으로 죽였단다. 그뿐이겠니? 그 자리에서 둘 모두를 뼈조차 남기지 않고 씹어먹었지. 부모 좀 없어진 게 뭐 그리 대수라고."

"무, 무슨 미친...!"

소녀는 겁먹은 얼굴로 뒷걸음질치다가 벽에 부딪쳐 넘어졌다.

"오, 너무 겁먹게 했나? 음, 음, 음, 좋지 않지 좋지 않아. 너무 겁먹을 것 없단다. 지금, 만나게 해줄 테니."

딱!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내 앞에 아까 좀비한테 먹힌 한 쌍의 부부가 마치 원래부터 그 곳에 있었다는 듯, 어느샌가 나타났다.

"어, 엄마? 아빠?"

"하은아! 우리 딸! 하은이!"

"으, 우에에에에엥!!! 엄마! 아빠!"

부모에 품에 안겨 우는 소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음, 음, 좋아, 좋고말고. 그럼, 이제, 다시 진정한 의미로 하나가 될 때란다."

"에?"

딱!

"에? 엄마? 아빠? 뭐, 뭐, 꺄아아아악!!!"

손가락을 튕기자 소녀를 껴안고 있던 남녀의 신체가 뒤틀리며 소녀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여자의 배였는데, 배에서 손바닥만한 무언가가 배를 찢고 나와 소녀의 얼굴을 뜯어먹었다.

"끄, 꺄아아! 아하! 그아해!!! 끄으!!!"

음, 음, 이건 흥미롭다. 임산부는 죽여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다음에 만삭인 임산부가 보이면 한 번 먹어봐야겠다.

"컥! 끅! 께르륵!"

악작! 그즉! 꽈지긱!

생각하는 사이, 소녀도 어느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소녀의 생명을 느낀다.

"아, 아, 이런 이런 이런."

손목시계를 본다. 8시 30분.

약속시간은 9시, 서돌러서 준비해야한다.

"음, 음, 서둘러야겠네?"

귀여운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가만히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먹은 것을 자랑하고, 새로운 발견을 공유하고, 둘이 함께 사냥을 나선다. 둘만의 세계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내 영원의 동반자. 나의 여동생, 나의 반려, 뱀파이어 레이디가 기다린다.

"후후후, 기대되는구나..."



그러하다
암튼 순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