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려고 카페에 들어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커피라면 다른 곳에서도 마실 수 있다. 좋은 식당에 가면 의외로 괜찮은 커피를 만나게 되어 놀란 적이 많았다. 편의점에서도 그럭저럭 괜찮은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커피를 마시려고 떡볶이 집엘 갔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면 풍기는 기름 냄새가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지만. 이 앞에 커피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마저도 달가울 따름이었다.


 “어서오세요! 뭘로 드릴…. 으겍….”


 문이 열리는 소릴 듣고 벌떡 일어나서 손님을 맞으려던 카운터의 여인은 날 보더니 단숨에 표정을 구겼다. 나도 그녀가 그리 고깝지는 않았으니 험악한 인상이 되었다.


 “커피 하나.”

 “……커피말고 다른 건 어떠세요. 튀김 잔뜩 들어간 로제떡볶이 같은 거요.”

 “됐어. 커피 줘.”


  도선영이라는 이름의 대학생은 ‘왜 떡볶이 집에 와서 만날 커피만 시켜? 아 진짜 짜증나….’라며 투정을 부리면서도 커피를 내렸다. 손님이 왕이 아니던가. 달라면 줘야지. 근데….


 “왜 커피에 얼음을 넣어?”

 “아저씨, 아이스 아메리카노 몰라요?”

 “아니 내 말은 내 커피가 왜 아이스가 됐냐는 건데.”

 “하…. 떡볶이집에서 커피 달래서 줬더니, 줘도 뭐라고 하시네요. 그럴 거면 먹지 마세요.”


 그러더니 기껏 내린 커피를 다시 가져가려는 게 아닌가. 허 참…. 어이가 없어진 나는 얘가 또 왜 이러는 건지 감이 안 잡혔다.


 “아이…. 됐어 그럼. 그냥 마실게.”

 “아이스는 싫다면서요?”

 “내가 언제 그랬냐? 일단 마셔볼게. 마셔보고 말하자. 응?”

 “흥.”


 도선영은 ‘진작 그럴 것이지.’라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곤 나를 내려다봤다. 손님을 아주 우습게 아는 태도였으나 아쉬운 사람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법이었다.

 물론 나는 입으론 싫다고 하지 않았으나 커피를 차게 마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풍미가 다 죽는데 그걸 어떻게 마셔? 커피는 무조건 따뜻하게 마셔야 해!

 그런 생각은 빨대에 입을 대고 나서 완전히 사라졌다.

  찬 액체가 혀에 맞닿는 순간 진하디 진한 풍미를 뿜어냈다. 트로이목마 같았다. 겉으론 평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인 척 하던 커피는 입 속에 들어와서 완전히 다른 음료로 변해버린 것이다….


 “너 이거 뭐야?”

 “뭐가요?”

 “이거 얼마 받고 파는 건데?”

 “이천원이요.”


 갑자기 머릿털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근처에서 카페를 차리는 족족 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런 커피를 파는 곳이 옆에 있는데. 무슨 수로 승부를 내겠는가? 심지어 가격도 싸다.


 “역시나 네가 범인이었구나.”

 “네에?”


 바리스타도 아닌 떡볶이집 딸내미에 불과한 대학생 도선영 씨는 자기가 주변 카페를 전부 말려죽이고 있단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아는 게 이상하지. 커피 맛은 전혀 모르는 애가 무슨 커피를 이렇게 잘 만드냐고….


 “너 대학 관두고 나랑 사업하자.”

 “싫어요. 또 카페 차리자는 제안이죠?”

 “네가 레시피를 만들고 내가 카페를 운영하면 우릴 이길 상대는 아무도 없어!”

 “그래도 싫어요. 안해요!”